나는 너의 우주였어.

내가 그랬듯, 너도 그렇구나.

by 실배

저 한 발자국을 못 내디딘다. 차도 다니지 않는 조그만 골목길에 내 손을 잡다 못해 외투 끝자락을 놓지 않았다. 뽀얀 두부처럼 도톰한 손길이 파르르 떨린다. 그 아이를 품에 꼭 안고 속삭인다. 너의 우주가 되어 평생 지켜줄게.

아이는 잠시라도 혼자 있는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괜찮아.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사라지는 것은 아니야. 그래도 무서워. 옆에 있어. 알겠어. 어디 가지 않아.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본다. 그 눈빛은 별빛으로 변해 가슴에서 반짝거렸다.

뭐든지 느린 아이를 바라보며 복잡한 생각에 잠겼다. 이렇게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의 속도에 맞춰 갈 수 있을까. 혹여나 저만치 떨어지는 것은 아닐는지. 걱정은 기우란 말처럼 천천히 길을 찾았다. 그래. 아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약하지 않아. 대신 급한 마음에 기다림은 고로웠다.

어느새 아이는 내 가슴팍에 다다를 만큼 자랐다. 멀리서 달려와 반달눈을 지으며 쪽 하던 뽀뽀는 기억 속에 희미해갔다. 반면, 심성은 고무나무처럼 단단해졌다. 얼마 전 아이의 방이 생겼다. 손가락으로 문턱에 손을 그으며 출입 금지를 선언했다. 쿵 하고 마음이 땅으로 꺼졌다. 문은 수시로 닫혔다. 이제 아이는 혼자가 무섭지 않다. 헛헛하네. 아이의 텅 빈 뒷모습만을 바라보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서운한 마음은 켜켜이 쌓였다. 급기야 나를 노려보는 검은 눈동자에 모진 말을 쏟아냈다. 당황한 모습, 굵은 눈물방울, 쿵 하는 문 닫힘, 절로 나오는 한숨 소리. 어찌할 바를 모르겠어. 나도 처음이야. 왜 그랬을까. 자꾸만 멀어지는 네가 두려웠나 봐.

똑똑. 굳게 닫힌 문을 열고 아이에게 다가갔다. 한껏 밀어내는 힘이 약해질 때까지 기다렸다. 부르르 떨린 팔을 둘러메고 꼭 안았다. 미안해. 그리고 미안해. 아이는 흐릿한 목소리로 나도. 아이는 잠시 나의 우주로 돌아왔다. 내가 잘할게.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와 아이와의 교신은 점점 줄어든다. 아이는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우주를 만들어가고 있다. 궁금해도 다가갈 수 없다. 그래야지. 그게 맞아. 그래도 기억해 줄래. 한때 내가 너의 우주였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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