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럭 소리에 눈을 떴다.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보니 새벽이었다. 괜히 스포츠 기사를 검색하다 다시 자려는데 옆에 아내가 멀뚱히 눈을 뜨고 있었다. 화들짝 놀랐다.
왜 안 자냐는 물음에 낮에 커피 한 잔을 마셨는데 그 뒤로 잠이 오지 않았다고 했다. 오늘 출근은 어떻게 하려는지. 몇 마디 주고받았더니 나도 잠이 깨버렸다. 그때부터 이야기보따리가 열렸다. 첫째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최근에 수학 학원에서 어려운 반으로 이동했는데, 숙제도 많고 내용도 어려워 스트레스 많이 받는 중이었다. 이번 주부터 게임도 안 하고 공부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어찌 되어가는지 궁금했다. 다행히 포기하지 않고 하고는 있지만 수시로 모르겠다는 말을 해서 걱정이 많았다. 갑자기 놓아버릴까두려웠다.
그러다 아내는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둘째 때문이었다. 뭐든지 느려서 그런지 공부도 더뎠다. 나 역시도 주말에 공부를 봐주곤 하는데 속이 터질 때가 많았다. 아내는 벌써부터 공부는 아닌 것 같다며 고개를 저었다. 본인이 좋아하는 그림 쪽을 살리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물론 지금 결정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천천히 꼼꼼하게 집고 가는 성격이라 어찌 될지 모를 일이다. 무엇보다 공부가 다는 아니니깐. 심지가 굳은 아이니깐 뭐든지 해내리라 믿는다.
아이들 이야기를 지나 아내 이야기가 나왔다. 아내는 올해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살면서 그런 말을 들어 본 적이 없어 반가웠다. 혹시 마흔 앓이 중인 것은 아닐는지. 여행은 코로나 때문에 어렵고, 어학 공부를 할지, 운동을 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다 좋지만, 개인적으로 운동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해주었다. 요즘 부쩍 체력이 떨어진 모습이 보였다. 전에 P.T를 받고 활력 넘쳤던 기억이 났다. 결정은 본인이 하겠지만 적극 지원하고 싶다.
좋아하는 일을 지나 꿈 이야기에 다다랐다. 지금 아동 상담을 하고 있는데, 몇 년만 더 하고 성인 상담을 하고 싶어 했다. 아무래도 놀이치료는 육체적으로 에너지가 많이 들었다. 나도 예전에 해보았지만, 초등학교 고학년 남학생만 되어도 감당하기 쉽지 않았다. 아내는 성인 상담에도 강점이 많을 것 같다. 이미 주변 학부형의 상담을 도맡고 있다. 1시간여의 시간이 훌쩍 넘어 방에서 나오면 상담료 받아야 되는 것 아니냐고 농담을 하곤 했다. 종국에는 센터를 내는 것이 꿈이었다. 센터에는 사무장이 필요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그곳에 취업하겠다는 말에 발길질이 날아왔다. 눈을 부릅뜨고 정년을 무조건 채우라는 말에 마음이 슬펐다. 이불을 걷고 출근 준비를 시작했다. 그 말을 뱉고 나니 더 가기 싫네. 오늘은 칼퇴를 해야겠다.
날을 꼬박 새운 아내가 출근해서 일을 잘하려는지. 어느새 떠든 시간이 두 시간이 넘었다. 다음에는. 다음에는 내 꿈에 대한 이야기도 꼭 해봐야겠다. 이불 킥이 심히 두렵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