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넘어 주책이야.

언제 철 들 까.

by 실배

"저는 지금 삶이 만족스러워 특별히 다른 것을 하고 싶은 것은 없네요. 형님은요?"

언제나 훅 치고 들어오는 길동무이다. 잠시 떠올려 보았다. 지금보다 여유로워 시간이 많다는 가정하에 새순 돋듯 할 일이 쑥쑥 올라왔다.

먼저 글쓰기 관련된 일이었다. 사실 꿈이 하나 생겼다. 소설을 써보는 것이다. 최근 매일 글쓰기 대화방에서 소설 쓰는 이야기가 오갔을 때 몹시 하고 싶었으나 손가락에 힘을 주며 버텼다. 무리였다. 그래서 기회가 되면 소설 쓰기 강좌에 등록해서 수업을 받고 싶다. 혼자 막연히 쓰는 것보다 차근히 한 단계씩 배우며 나아가고 싶다.

최근에 아내는 드라마 써보는 것도 권유했었다. 예전에 참여한 함평 모임 글 벗 중 실제 드라마 아카데미를 수료한 분이 계셨다. 몸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의 신랄한 비판이 오가고, 단계가 올라가면 부득불 탈락자가 생기는 생존의 갈림길에 매번 선다고 했다. 이야기만으로도 겁이 났지만,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살짝 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소설이든, 드라마 작가 든 머나먼 어느 행성 같은 일이다. 꿈꾸는 것은 자유이니 발이라도 언고 싶다. 하긴 이렇게 매일 글을 쓰고, 책을 낼 줄은 얼마 전만 해도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지는 양자물리학의 법칙을 믿기에 도전해보는 거야.

독서 모임도 더 많이 참여하고 싶다. 본부로 온 후에는 가능 시간이 토요일밖에 없었다. 그러나 아내의 출근으로 그날은 내가 아이를 보살펴야 했다. 다행히 참여하고 싶은 모임이 토요일에 생겼다. 둘째를 데리고 가는 조건으로 허락을 받았다. 그렇게 1년 넘게 하고 있지만, 언제나 목마르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평일 하루 정도는 더 가고 싶다. 주로 소설 모임에 참여했으나, 그림책, 심리, 철학 등 다양한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고 싶다. 비록 말주변이 부족해서 더듬거리지만, 함께 이야기 나누다 보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점을 배울 수 있어 늘 좋은 시간이다. 더불어 지금 운영 중인 가족 독서 모임도 어떤 형태로든 확장하고 싶다. 아직 초등학생인 둘째 친구들을 모아 하든지, 친한 가족과 함께 해본다든지 생각만으로 재미있을 것 같다. 물론 지금 모임을 탄탄히 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미래를 위한 준비로 산림치유지도사 과정을 시작하고 싶다. 아직 정확히 알아보지는 못했지만, 우선 관련 학위가 있어야 했다. 사이버 대학으로도 이수가 가능했다. 뼛속까지 문과적 인간인 나로선 이과 영역에 도전이니 큰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솔직히 그 직업이 나와 맞을지도 아직 모르겠다. 그저 숲에서 활동하며, 치유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사람들에게 전달한다는 것만으로도 설렜다. 어릴 때 못 이룬 곤충학자의 꿈을 다시 꾸는 것 같다. 아직은 백지상태이니 차근히 알아가고 싶다. 혹여나 나중에 이 길이 아니야 할 수 있지만, 무언가 하고 싶은 일이 있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옆에서 내 이야기를 듣던 길동무가 동공 지진이 났다. 이 사람 뭐야 하는 눈빛이었다. 그러게. 아직도 하고 싶은 일이 이렇게나 많으니. 아직 철이 덜 든 것이 분명했다. 마흔 넘어, 아니 오십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이 주책도 아니고. 급히 화제 전환을 했다.

점심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머릿속이 분주했다. 시간이 주어지면 분명해야 할 일들이다. 그날을 고대하며 현재를 이겨내야겠다. 자그마한 목소리로 나는 할 수 나지막이 읊조렸다.

그래. 늦었다 생각 말고 하나씩 해보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