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교육은 백년지 대계라는데.

by 실배

주 중엔 수요일과 금요일을 빼곤 퇴근이 늦다. 서둘러 준비하고 나서도 집에 도착하면 9시가 조금 넘는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익숙한 풍경과 마주친다. 첫째는 엄마와 공부하고 있고, 이번에 초등학교에 입학한 둘째는 조그마한 탁자에서 숙제하고 있다. 내가 일찍 오는 날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엄마가 아빠 되고. 아빠가 엄마 되었을 뿐.


저녁 10시가 훌쩍 넘는 시간에 둘 다 임무를 모두 완수한다. 씻고, 물 마시고. 첫째는 핸드폰 게임 잠시 하고, 둘째는 모아 두었던 재롱 피우고 자리에 누우면 11시가 거의 다 된다. 둘째는 엄마와 바람처럼 사라지고. 나는 아들 방에서 이런저런 대화 나누고, 잘 때까지 머릴 긁어달라는 미션을 수행하면. 어느새 꿈나라로. 대체 몇 시에 자는 건지. 첫째 재우고 그냥 자기 무척 아쉬워. 잠시 거실에 나와 소파에서 글감 찾고, 조금 끄적이다 잠이 든다.

지금이야 익숙한 풍경이지만. 사실 아이들 교육 문제로 초반엔 갈등이 많았다. 나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는 입장. 아내는 이렇게라도 해야 한다는 입장. 물론 맞벌이 부부인 우리가 집에 돌아올 때까지 마냥 아이를 집에만 둘 수 없다. 둘 다 각자의 요일에 부리나케 집에 와야 저녁 6시가 넘는데. 소위 말하는 학원 뺑뺑이를 해야 시간을 맞출 수 있다. 그러니 아이가 집에 오는 시간이 자연스레 늦어지고 저녁 먹고 남은 숙제하고 나면 하루가 엿가락 늘어나듯 길어진다.

하지만 그렇다 치더라도. 이제 겨우 초등학생인데. 너무 과하게 교육에 투자하는 것은 아닌지 사실 걱정이 되었다. 무심코 꼭 해야 해. 하는 나의 말에. 아내는 내가 얼마나 생각하고. 또 생각한 건데. 그렇게 말하냐며 서운해하고. 몇 번의 다툼 끝에 교육 문제는 전적으로 아내가 담당하고 나는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 그저 아내 없을 때 아이들 숙제 체크하는 선으로.

얼마 전 아내가 오랫동안 들어놓았던 보험을 해지했다고 했다. 아마 앞으로 늘어날 둘째 교육비 때문인 것 같다. 중복된 다른 보험이 있어서 괜찮다는데. 그냥 나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속으론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해. 마음 가득하면서.

아들 초등학교 1학년 때 반 축구 모임을 통해서 친해진 아빠들이 있다. 나를 포함해서 총 4명. 엄마들이 워낙 친해 같이 만나다, 이후에는 아빠들끼리도 따로 만나 가끔 소주 한잔 한다. 우리도 만나면 아이들 교육 문제가 화두다. 한 아빠는 집에 일찍 들어가기 싫다는 이야기를 했다. 저녁때쯤 집에 가면 숙제 전쟁이 시작되어 있고. 버티는 아이에게 폭발하는 엄마의 반복된 모습. 그게 촉발되어 부부간 다툼. 사실 하나도 도와주지 못하는 입장에서 할 말은 없다지만. 다른 아빠는 엄마와 워낙 호흡이 잘 맞아, 우리가 만담 부부라 칭했었는데. 아이 교육 문제로 틀어져, 지금은 무늬만 부부가 되어 있단다. 최소한의 의사소통만 하는 채로. 사교육 반대 뜻인 그 아빠는 아들 수학을 직접 가르치고 있다.

나를 포함해 같이 만나는 아빠들이 모두 사교육에는 부정적인 마음이 큰데. 그렇다고 안 시키자니 그 또한 마음이 불안하다고 한다. 꼭 시켜야 하나. 하면서도. 안 시키면 불안한. 이중적인 마음. 거기다 제대로 관심 갖고 알아보지도 않으면서 훈수만 두려는 얄팍한 마음이 합쳐져.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만 해도 끝나면 친구들과 공 차거나. 다방구 하고. 신나게 놀다 들어가면 너무 늦었다고 어머니께 꿀밤 맞고, 씻고 밥 먹고 자는 것이 일상이었는데. 지금 우리 아이들 일상과는 너무 괴리감이 커서. 나도 모르게 꼭 이렇게 해야 하나 하는 마음이 부지 부식 간에 드는 것 같기도 하고. 한 편 점점 더 우리 아이 잘 키우겠다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안 하면 우리 아이만 도태될까 두려운 마음도 크고. 분위기에 편승하지 않고, 우리만의 교육 방법을 찾아갈 용기도 없고.

그래서 오늘도 부모는 일터에. 아이들은 학원에. 그리고 모두 모이면 숙제 전쟁을 펼쳐나간다.

이 아침에 이렇게라도 해야 남들만큼 살지 말지 모른다는 아내의 말이 왜 이리 구슬프게 들리는지. 남들만큼 사는 것이 뭘까 하는 생각은 그만. 그저 아이들이 이 힘든 여정을 불평 없이 따라와 주는 것이 고마울 따름이다.

정답은 어느 곳에도 없는 문제지만. 그래도 이 모든 것이 아이들 잘되라는 부모의 마음이려니 하며 안위하며 오늘도 고된 일터로 발길을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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