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되게 못생겼다.

왜 인제 알았을까.

by 실배
"와. 아빠, 되게 못생겼다."


요즘, 아이들의 저 말로 부글부글 끓는다. 그래도 속으론 나를 골려 먹는 말이라 생각했다. 그간 살아오면서 평균 정도의 외모는 지녔다 자부했다. 잘나진 않았어도 인상 좋다는 말도 종종 들었다. 더 나아가 나이보단 살짝 젊다는 망상이 있었다.

오늘 프로필 촬영에 아내와 둘째가 함께 했다. 도저히 혼자 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퇴근 후 집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스튜디오로 향했다. 가는 동안에도 왜 일을 벌였을까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좀 전까지 제대로 된 사진을 찍고 싶다는 욕망은 금방 식었다. 뻘쭘하게 문을 여니 시크한 모습의 작가분이 기다리고 있었다. 테스트를 바로 해야 한다며 세트장 한가운데로 몰았다. 겉옷을 벗자마자 사진 몇 컷을 찍었다. 그리곤 우리를 컴퓨터 앞에 세웠다.

"왼쪽은 조금 어두운 배경이고 오른쪽은 밝은 배경입니다. 어떤 것이 나을지 천천히 결정하세요."

기대 반 설렘 반으로 화면에 눈을 돌렸다. 오. 주여. 저 자글자글한 주름, 오동통한 볼살, 칙칙한 피부톤 보소. 영락없는 못난이 아재였다. 진정 내 모습이 이렇구나. 뭔 똥 배짱으로 사진을 찍는다고 했을까. 아이들이 한 말이 빈말이 아니었구나. 그대로 박차고 나가려 했으나 낸 돈이 아까웠다. 눈물을 머금고 촬영에 임했다.

"자꾸 어색해요. 허리고 펴고, 배도 좀 집어넣고요. 음. 손도 좀 그렇네. 자연스럽게. 알겠죠?"

나온 사진을 보고 말해라. 내가 흥이 나서 하겠는지. 괜스레 성만 났다. 촬영 시간이 30분이 넘어가니 얼굴은 오래된 점토처럼 딱딱하게 굳었고, 허리와 다리는 쥐가 날 지경이었다. 어금니 꽉 깨물고 마지막까지 혼신을 다했다. 드디어 끝났고 사진을 골라야 했다. 일차로 마음에 드는 사진에 별 하나를 체크했다. 다들 별로라 우열을 가릴 수 없었다. 고르고 골라 열 장 정도를 추렸다. 이차로 그중 다섯 장에 별 두 개를 주었다. 최종으로 석 장을 선택했다. 작가님은 보정을 마치고 일주일 뒤에 보내준다고 했다.

집에 돌아와 주차한 뒤 반찬거리를 사러 마트로 향했다. 터벅터벅 걸으며 아내와 둘째에게 사과했다.

"나, 늙고 못생겼어. 그동안 농담인 줄 알았는데 진짜였어. 부인해서 미안해."
"아니, 지금 알았다는 것이 더 신기하다. 나이를 생각해. 그러고도 남지. 나는 진즉에 알았는걸. 그리고선 혼자만 동안이래. 쯧쯧쯧."

아내는 팩폭을 가했다. 어느 유행가 제목 '총 맞은 것처럼'이 떠올랐다. 그래 맞아. 사실인걸. 주제 파악을 해야지.

한편 다행이었다. 이번에 사진을 찍지 않았으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착각 속에 살 뻔했다. 못생김을 인정하니 오히려 시원했다. 아내는 축 처진 어깨가 미안했는지,

"괜찮아. 보정하면 다른 사람 되어있을 거야. 턱도 깎아주고, 배도 넣어주고. 너무 걱정 마."

그런 거구나. 그럼, 나도 보통의 모습이 될 수 있겠지. 어쩌면 사용 가능할지도 몰라. 희망이 뭉게구름처럼 몽글거렸다.

이제는 시간의 흐름을 받아들이고, 인정해야겠다. 얼굴에 쌓인 주름이나 배에 가득 찬 지방도 자연스러운 거다. 매일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을 통해 알고 있었음에도 피하고만 싶었다. 아이들이 못생겼다, 놀려도 하하 웃어넘겨야지. 이렇게 사부작사부작 늙어가는 거야.

시간이 지날수록 객관적인 '나'를 모를 때가 많다. 비단 외모뿐 아니라 마음도 누군가에게 못생기진 않았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얼굴은 어쩔 수 없더라도 마음만은 잘생김을 욕심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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