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냄새 나.

이제 관리가 필요해.

by 실배

둘째의 미간이 좁아지며 눈썹 사이의 브이자 주름이 생겼다. 헐. 저 모습은....

저녁을 먹는 중이었다. 이제 막 중학교에 입학한 첫째 학교생활이 주된 이야깃거리였다. 숟가락으로 국을 푸는 순간 몇 방울을 튀었다. 옆에 있던 둘째 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티슈 한 장을 달라고 부탁했다. 바로 그때였다. 찰나에 지은 둘째의 표정을 잊을 수 없었다. 그 맛있던 감자전이 뜨끈한 미역국이 한약처럼 썼다. 머릿속은 복잡했다. '물어볼까?, 아냐. 뭐하러." 나의 인내심은 그때까지였다.

"딸, 아까 그 표정은 왜 지은 거야?"

둘째는 혼자 맛난 것 먹다 들킨 것처럼 당황했다. 얼굴엔 분홍빛이 차올랐다. 둘째의 얼굴에서 아까 내가 보였던 번뇌가 비쳤다.

"아빠, 냄새나."

아니야. 아니라고 말해줘. 설마가 사실로 둔갑하던 순간이었다. 본능적으로 입고 있던 셔츠, 팔, 손등의 냄새를 맡았다. 오후에 걷는다고 동네 공원을 한 시간 돌았었다. 그래, 그때 땀도 좀 났었어. 그렇지만 별다른 냄새는 느끼지 못했다.

첫째에게 손을 뻗었다.

"아들. 혹시 냄새나나 맡아봐."

두근두근. 기말고사 성적표 받는 심장으로 기다렸다.

"냄새 안 나는데?"

휴. 다행이다. 아니야. 안심하긴 일러. 나와 14년간 아니 연애 포함 근 17년을 옆에서 채취를 나눈 아내에게 물었다.

"나는 모르겠는데? 아빠가 아까 운동해서 땀 냄새가 나나 보지. 괜찮아."

하지만, 둘째 이마에는 여전히 브이자가 남았다. 식사를 마치고 각자 공부한다고 방으로 사라졌다. 망연자실한 상태로 거실 테이블에 털썩 주저앉았다. '왜지? 나는 담배도 안 피우는 걸. 샤워도 매일 하는데. 무슨 냄새란 말인가....."

각오한 듯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곤 인터넷에 무언가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바로 '향수'였다. 강한 향은 싫기에 '부드러운 남자 향수'를 검색했다. 최근에 건너편 동료 몸에서 나는 은은한 향이 떠올랐다. 그 사람의 이미지를 몇 단계 올렸다. 바로 이거야. 일주일 치 밥값에 해당되는 피 같은 돈이었지만 주저 없이 결재 버튼을 눌렀다.

하루 만에 도착했다. 배송 완료되었다는 문자가 도착하는 순간 아내에게 연락이 왔다.

"오빠. 향수 샀어?"
"응.... 좀 그래서."
"당신도 참."

집에 도착해서 씻고, 향수를 꺼냈다. 조그마한 통에 샘플도 있었다. 슬쩍 손목에 뿌렸다. 와우. 샤워 후에 나는 비누 냄새 같다는 광고처럼 은은했다. 마침 둘째가 옆을 지나갔다.

"잠깐만. 아빠 옆으로 와볼래?
"왜?"

둘째는 의심의 눈초리를 가득하였다. 마지못해 다가왔다. 5초, 4초, 3초, 2초, 1초. 나는 정확히 보았다. 둘째 미간 사이에 박혀 영원히 살 듯 보였던 브이자가 사라졌다!

"와. 아빠 냄새 정말 좋다. 비누 냄새 같아."
"그렇지? 냄새 좋지?"

둘째는 고개를 마구 흔들며 엄지 척을 했다. 내가 좋아하는 반달눈을 지으며 폭 안아 주었다. 올래. 그제야 목구멍에 막힌 커다란 사탕이 내려 듯 시원했다.

언젠가 기사를 본 것 같다. 마흔이 넘으면 피지에 있는 지방산이 점차 증가하면서 불쾌한 냄새가 난다고 한다. 일종의 노화의 자연스러운 증상이었다. 나이 먹는 것도 서러운데 냄새까지 나야 한다니. 억울했다.

이왕 산 김에 향수 덜어 쓰는 공병도 샀다. 회사에도 두어 점심 산책 다녀온 후 한 번 정도 뿌리면 좋을 것 같다. 이것저것 신경 쓸 것이 많은데, 이제는 냄새까지도 챙겨야 한다. 웃프지만, 살면서 냄새의 중요성을 알기에 이번이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아빠가 이제 신경 쓸 테니깐. 자주자주 다가와 줘야 해.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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