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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배 May 04. 2021

이년 전 그곳에서 독서 모임

가족 독서 모임 29화

날이 화창하니 좋았다. 아내와 아이들은 밖으로 나가고 싶었고, 나는 독서 모임이 걱정되었다. 고민하면 방법은 늘 있기 마련이다. 나들이와 독서 모임을 함께 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마땅한 곳이 떠올랐다. 바로 인천 송도였다. 호수 근처를 산책하다가 카페에서 독서 모임을 하기로 했다. 각자 준비한 책을 가방에 넣었다.

사실 이곳은 우리에게 뜻깊은 장소이다. 이 년 전 가족 독서 모임을 처음 시작한 곳이기 때문이다. 오래간만에 콧바람 제대로 쐬고 느지막이 카페 꼼마로 향했다.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모임을 시작했다.

순서는 가위바위로 순서를 정했고, 1등을 한 둘째는 먼저 하겠다고 했다. 딸이 고른 책은 김리리 작가의 '만복이네 떡집'이었다.


줄거리

만복이는 외동아들로 태어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다. 그런데 늘 친구들에게 잘난 척을 하고 선생님께도 버릇없이 굴었다. 어느 날 길을 가다가 만복이 떡집을 발견하고 그곳에서 신기한 이름이 붙은 떡들을 발견한다. 떡을 먹기 위해서는 제목에 붙은 행동을 반드시 해야만 하는데. 과연 만복이는 떡을 먹을 수 있을까.


질문거리

1. 아빠의 질문 : 가장 먹고 싶은 떡은?

딸 : 나는 쑥떡이 가장 먹고 싶다. 다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무척 궁금하다. 가끔 말을 잘 못 알아들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땐 많이 속상했다.

엄마 : 무지개 떡이다. 사람들에게 재밌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아들 : 꿀떡이다. 평소에도 좋아하는데, 진짜 달콤한 말이 나오는지 궁금하다.


2. 딸의 질문 : 책 마지막에 장군이네 떡집도 나온다. 과연 장군이도 태도를 고칠 수 있을까?

아빠 : 만복이처럼 장군이도 잘 해낼 것이다.

엄마 : 고칠 수 있으니 떡집이 생긴 것 같다.

아들 : 아직 책을 읽지 않아서 단언할 수 없지만 그럴 것 같다. 다만 만복이와는 조금 다른 내용 일 것 같다.


3. 엄마의 질문 : 떡집은 누가 만들었을까?

딸 : 이런 떡집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하나님밖에 없다. 아이들이 착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드신 것이다.

아빠 : 아이들이 잘 되길 바라는 아빠와 엄마의 간절한 소원이 만들어낸 것 같다. 진짜 있었으면 참 좋겠다.

아들 : 작가가 만들었다.(명쾌하다)


4. 아들의 질문 : 책에 나오는 떡집의 떡은 다른 곳과 비교해서 맛이 어떨까?

딸 : 생각보다 맛있을 것 같다. 그림에 나오는 것만으로도 먹고 싶다.

엄마 : 일반 떡집의 떡보다 훨씬 맛있을 것 같다.

아빠 : 기본 맛은 비슷할 것 같은데, 그 안에 추가적으로 신비로운 맛이 더해질 것 같다.


다음은 나의 차례였다. 나는 최근에 감명 깊게 읽은 어맨다 레더의 '휠체어 탄 소녀를 위한 동화는 없다.'를 준비했다. 최근에 이 책을 직접 번역한 김소정 선생님이 주관하는 독서 모임에도 참여했었다. 가족들에게 해주고픈 이야기가 많았다.


줄거리

이 책의 저자는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장애인이다. 책을 통해 우리가 오랫동안 알고 온 동화가 장애에 대해 많은 편견과 오해가 있었음을 알려준다. 장애는 주인공이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것이고, 악당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기도 했다. 작가는 우리가 이러한 편견에서 벗어나,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간절히 바란다

.

간단히 줄거리를 이야기한 후 '장애'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을 각자 나누었다. 이상하게 예전보다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거리에서 보기 쉽지 않다. 그리고 여전히 공공기관에서 이분들이 편히 다닐 수 있는 시설도 부족한 것 같다. 조금씩이라도 우리가 이러한 문제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다짐했다. 실제 동화 속에서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그려졌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누었다.


질문거리

1. 아빠의 질문 : 표지에서 느껴지는 것은.

딸 : 휠체어를 탄 우울한 아이의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그 위로 해가 비치기 때문에 나중에는 행복해질 것 같다.

엄마 : 제목부터 사회적 문제를 다룬 이야기 같다.

아들 : 장애를 가진 사람이 장애를 극복한 이야기 같다.


2. 엄마의 질문 : 장애가 있는 사람이 나온 동화는?

아빠 : 심청전이 떠오른다. 심청전의 주인공의 아버지가 눈이 보이지 않은 장애가 있었다.

딸 :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이다. 난쟁이들 모두 키가 작은 장애를 갖고 있다.

아들 : 미녀와 야수에서 야수는 짐승과 같은 모습을 갖고 있다. 예전에 어느 tv 프로그램에서 보았는데, 다모증을 갖고 있는 것 같다.(나는 실제 다모증이 있었던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3. 아들의 질문 : 실제 어느 곳에 장애가 있으면 가장 힘들 것 같나?

엄마 : 눈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 것은 상상조차 못하겠다. 생각만으로도 무섭다.

딸 : 코가 없으면 숨을 쉬지 못해서 힘들 것 같다.

아들 : 다리이다. 다리가 불편하면 편히 다닐 수 없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운동도 하지 못해서 슬플 것이다.



아내의 책은 마저리 윌리암스의 '벨벳 토끼' 였다. 표지부터 포근하니 관심이 가는 그림책이었다.

줄거리

어느 크리스마스 날, 한 소년은 벨벳 토끼 인형을 선물로 받는다. 처음에는 소년의 사랑을 많이 받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다른 장난감에 밀려 점차 소외되었다. 그 방에는 지혜로운 가죽 말이 있었는데, 벨벳 토끼에게 위로를 건네며 소년의 사랑을 받았기에 진짜 토끼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소년은 전염병에 걸리고, 가지고 있는 인형들도 모두 불태우려 한다. 벨벳 토끼는 위기의 순간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그리고 진짜 토끼가 될 수 있을까?


질문거리

1. 딸의 질문 : 토끼는 인형일 때가 행복했을까, 진짜 토끼가 되었을 때 행복했을까?

아빠 : 인형이었을 때이다. 실제 토끼가 되었기 때문에 앞으로 생존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한다. 집에서 편안하게 소년의 사랑을 받을 때가 더 나았을 것 같다.

아들 : 실제가 더 낫다. 이전의 수동적인 보다 이렇게 능동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것이 훨씬 행복했을 것 같다.

엄마 : 진짜 토끼였을 때 더 행복했을 것이다. 책에서 보면 챙겨주는 친구도 생기고,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도 생겼다. 더 이상 소년의 사랑만을 바라지 않아도 된다.


2. 아빠의 질문 : 이 책이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엄마 : 한낮 장난감에 불과한 인형이라도 사랑을 받으면 실제가 될 수 있듯이 진정한 사랑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 같다.

딸 : 생명이 없는 인형이라도 소중히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

아들 : 장난감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3. 아들의 질문 : 진짜 토끼가 된다는 의미는?

아빠 : 간단히 생각해서 생명이 있는 토끼이다.

엄마 : 주인의 마음속에 영원히 남아 있는 존재이다. 마치 애착과도 같다.

딸 : 기회를 주는 말 같다. 주인 곁에 살지 떠날지를 결정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아들은 요즘 핫한 이희영 작가의 '페인트'를 골랐다. 최근에 여러 곳에서 보았던 책이라 무척 기대가 되었다.

줄거리

정부는 출산율이 낮아지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직접 나라에서 아이를 키우는 정책을 내놓는다. 그것이 바로 NC 센터이다. 13세부터 19세까지의 아이들에게는 특별한 권한이 주어지는데 바로 부모 면접을 통해서 고를 수 있는 페인트를 할 수 있는 권한이다. 3차 면접까지 통과하고 한 달 동안 합숙하고 나서야 입양 할 수 있다. 그런데 주인공 제누는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부모나 가족에 대한 로망이 없다. 이제 2년 뒤면 20세가 되어 이곳을 떠나야 한다. 과연 제노는 부모를 만날 수 있을까?


질문거리

1. 딸의 질문 : 페인트가 필요한가?

아들 : 당연히 그렇다. 20세가 되면 센터도 떠나야 하기 때문에 페인트를 통해 부모를 반드시 만나야 한다.

엄마 : 부모를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기 때문에 NC 센터에 있는 아이들은 환상이 있을 것 같다. 그래서 페인트를 통해 부모를 만나는 것이 필요하다.

아빠 : 나는 반반이다. 좋은 부모를 만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단순히 면접만으로 부모를 선택한다는 것은 위험한 것 같다.


2. 아빠의 질문 : 부모가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페인트에서)

엄마 : 아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다.

딸 : 아이를 키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전해져야 될 것 같다.

아들 : 단순히 금전적인 혜택이 아니라 진심으로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야 될 것 같다. 그런 부분이 페인트 때 충분히 보여줘야 한다.


3. 엄마의 질문 : NC 센터가 필요할까?

딸 : 필요하다. 이곳은 아이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잘 살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아빠 : 필요하다. NC 센터가 있어야 아이들을 버리거나 유기하는 일이 없어질 것이다.

아들 : 조금 고민된다. NC 센터가 있기 때문에 키울 능력이 있어도 보내는 경우가 생길 것 같다. 긍정적인 점과 부정적인 점을 모두 갖고 있다.


소감


아빠 : 처음 독서 모임을 했던 곳에 다시 와서 감회가 새로웠다. 오늘 나눈 이야기는 깊이가 있었다. 우리가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는 것이 뿌듯했다.

엄마 : 오늘 읽은 책이 모두 좋았다. 장애부터 입양까지 사회 속에서 꼭 생각해야 하는 이야기를 나눈 것 같아 좋았다.

딸 : 솔직히 책이 조금 어려웠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있었지만, 이야기를 나누면서 알게 된 것이 많은 것 같다.

아들 : 점점 독서 모임에 흥미가 생기는 것 같다. 예전보다 재밌었다.




처음 독서 모임을 한곳에 다시 오게 되었다. 그때만 해도 딸이 글도 잘 읽지 못했었는데, 이렇게 성장해서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오늘 나눈 책은 사회적 문제나 시사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적극적으로 잘 참여해 주었다. 독서 모임을 통해 어른과 아이 모두 각자의 입장에서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것이 무엇보다 좋다.

앞으로 5년, 10년 뒤 다시 이곳에서 독서 모임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이 현실이 된다는 양자물리학의 법칙을 믿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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