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흩날리는 봄날 아래 가족 독서 모임을 하다.

가족 독서 모임 28화

by 실배

종일 비가 오고 흐렸다. 하필 벚꽃이 만개한 시점에 이런 날씨라니. 꽃구경 갈 마음에 설렜는데, 마음의 온도가 1 도는 낮아졌다. 그래, 이럴 땐 해야 할 일에나 집중하자. 오늘은 가족 독서 모임이 있는 날이다. 어제부터 가족들에게 공지를 하였고, 딸이 공통 도서를 선정해 오기로 했다. 무슨 책일까 내내 궁금했다.


드디어 오후 세시가 되었고, 테이블에 모였다. 두구 두구 드디어 책이 공개되었다. 동화책 '짜장 짬뽕 탕수육'이었다. 딸은 먼저 우리에게 표지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를 물었다.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화장실에 모여있고, 한 아이가 달려가고 있었다. 제목과 전혀 상관없는 모습에 당황했다. 딸은 묘한 미소를 지었다. 뭔가 있긴 있는 것 같은데.

돌아가면서 한 장씩 소리 내어 읽었다. 첫 장면부터 어린 시절 동네가 떠올랐다. 배경은 1980년대쯤 되겠는걸. 표정까지 살아 있는 그림과 순우리말로만 구성된 문장이 어우러져 참 좋았다.


줄거리

장미 반점이라는 중국 음식점을 운영하는 종민이네는 도시로 이사 왔다. 어머니가 싸준 짜장과 밥을 챙겨 첫 등교를 하였다. 심심한 시간이 흐르고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던 중 한무리의 아이들에게 놀림을 당하게 된다. 변기를 왕, 거지 순으로 나누었고, 거지 칸의 변기에 있던 종민이를 놀렸던 것이다. 어쩐지 아이들이 그곳에서는 소변을 보지 않더라니.

종민이는 학교에 있는 것이 싫어졌다. 그다음 쉬는 시간에도 같은 일이 반복되었다. 드디어 점심시간, 무리 중의 덩치 큰 아이가 찾아와 커피 통 안에 있는 짜장을 보고는 또다시 놀리기 시작했다. 그 아이가 사라진 후 주변에 있던 다른 친구들이 따뜻한 말을 건네며 위로를 해준다.

힘을 얻은 종민이는 화장실로 달려가는데....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인상적인 장면

딸 : 도시락 모습 - 그림 속에서 옛날 느낌이 물씬 풍겼다. 우선 그림이 예뻤다. 커피콩에 담긴 자장 국물도 신기했고, 그때는 정말 이렇게 먹었는지 궁금했다.

아빠 : 점심시간 - 누리와 다른 친구들이 종민이에게 말도 걸어주고, 용기를 북돋아 주어 상황을 반전시킬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아마도 이 장면이 책에서 가장 결정적인 장면이 아닌가 싶다.

아들 : 놀리는 장면 - 아이들이 무척 유치했다. 하긴 내가 초등학교 때도 짓궂은 친구들이 변기에 있는 아이에게 물을 묻힌 휴지를 던지는 행동을 한 것을 본 적이 있다.(혹시 너도 그랬냐는 물음에 절대 아니라고 했다. 믿는다 아들아)

엄마 : 화장실로 뛰어간 종민이 - 무언가 시도하는 모습인데. 이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서 어떤 행동을 할지 무척 궁금했다. 은근 긴장감도 있었다.


질문거리

아빠 : 내가 만약 종민이라면 이 상황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아들) : 나는 피하지 않고 맞설 것이다. 우두머리 중 대장 아이와 싸움을 할 것이다. 이기든 지든 그 모습에 다른 친구들이 함부로 하지 못할 것 같다. 그래도 안되면 선생님께 이야기하겠다.

(엄마) : 계속 무시할 것이다. 반응을 하면 더 괴롭힐 것 같다. 최대한 무리와 부딪치지 않고, 조용히 학교를 다닐 것이다. 지금 전학 와서 그런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관심 밖이 될 것 같다.

(딸) : 나는 대변 칸에서 소변을 볼 것이다. 괜히 엮이면 나만 손해가 되는 것 같다.


아들 : 만약 나라면 짜장 짬뽕 탕수육 칸 중 어디를 선택할 것인가?

(아빠) : 나는 짬뽕 칸을 선택할 것이다. 역시 얼큰한 국물이 최고이다.

(엄마) : 탕수육 칸이다. 중국음식 중 최고는 탕수육이 아닌가.

(딸) : 짬짜면이다. 짜장면과 탕수육을 모두 좋아하는데 어느 하나를 고를 수 없다.(그럼 어디다 볼 거니??)


딸 : 전학을 가면 기분이 어떨까?

(아빠) : 여태껏 전학을 가본 적이 없다. 상상을 해보아도 좋지 않았을 것 같다. 친한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이 우선 싫고, 아는 사람 없는 새로운 환경에 있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엄마) : 두 번 전학 간 경험이 있다. 그때는 철이 없었는지 설레서 잠이 안 올 정도였다. 어떤 친구를 사귈까 기대가 많았었다. 예상대로 좋은 친구를 많이 만났다.

(딸) : 아빠처럼 두려울 것 같다. 책에서처럼 나쁜 아이들이 있을 수 있지 않나. 그런 친구를 만나면 학교생활이 많이 힘들 것 같다.


소감

아들 : 제목은 유치했는데, 내용이 의외로 재밌었다. 초등학교 때도 말썽꾸러기 친구들이 떠올랐다.(공통 도서에서 긍정적으로 이야기한 것이 처음이라 우리 모두 큰 박수를 보냈다.)


엄마 : 예전이라면 별 느낌 없이 읽었을 것 같다. 하지만 이제 내 아이들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크게 다가왔다. 그 힘들었을 상황에 대처를 잘한 종민이가 대견했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보았다.


딸 : 종민이가 만든 짜장 짬뽕 탕수육 게임은 왕과 거지처럼 좋고 나쁨이 없다. 그래서 좋았다. 각자 선택할 수 있는 것임으로 그런 상상력이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혹여나 학교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는 친구는 이 책을 읽고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


아빠 : 요즘 학교 폭력이 이슈인데 그와 관련된 책을 함께 이야기 나누어서 좋았다. 누군가를 놀리고, 괴롭히는 일은 잘못된 일이다. 결국 벌을 받게 되어있다. 그런 의미로 멋지게 이겨낸 종민이가 대견스러웠다.




이 책을 잘 선택해 주어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연일 연예인과 운동선수의 학교 폭력 사건이 쏟아지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생활하는 공간인 학교가 안전하길 바란다. 이번 사건들을 계기로 실직적인 대책이 마련되면 좋겠다. 오늘 이야기를 통해서 아이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고, 부모로서 도움 되는 말을 해줄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늘 공통 도서에는 관심이 낮은 아들이 재밌다고 해주어서 광대가 승천했다. 앞으로도 잘 참여하면 좋겠다.


독서 모임을 마치고 아들은 친구들이 불러서 농구를 하러 떠났다. 아내와 딸과 함께 벚꽃 구경을 나섰다. 다행히 비는 그쳤고, 안양천에는 벚꽃이 아름답게 피었다. 눈과 사진으로 열심히 담았다. 다음 주, 맑은 날에 아들과도 와야겠다.

봄이 와서인가. 요 며칠 내내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꽃을 보니 마음에 화사함이 찾아왔다.


벚꽃이 흩날리는 봄날 아래 가족 독서 모임을 잘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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