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은 이사로 인해 바빴다. 매달 마지막 주, 주말에 진행했던 독서모임을 빠트렸다. 이제 이사 간지도 한 달이 다 되었고, 어느 정도 정돈이 다되어 독서 모임을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딸은 우리를 위해서 특별한 그림책을 준비했다. 제목은 '만희네 집'이었다. 딸의 말로는 이사에 관한 내용이 담겨있어 어울리는 주제가 될 거라 했다. 기대가 되었다. 돌아가면서 소리 내어 한 장씩 읽었다
줄거리
- 만희네는 할머니 댁으로 이사를 간다. 전에 살던 곳은 마루 끝에 부엌이 딸려 있는 좁은 연립주택이었다. 만희는 부엌 옆에 조그만 방에 살고 있어서 조금 놀다 보면 장난감과 책이 마루까지 어질러져있었다. 이사 가는 곳은 집이 커서 기대가 많이 되었다. 이사 온 할머니 댁 안방은 옛날 물건이 많았다. 광에는 과일, 쌀 등 온갖 물건이 가득 차 있었고, 그 위에는 된장, 고추장, 간장 항아리가 놓여있었다. 앞 뜰 화단에는 접시꽃, 도라지, 해바라기, 분꽃이 모여 살았다. 만희 방은 2층에 있었고 전보다 훨씬 넓었다. 모든 것이 새로운 이 집에서 만희는 어떤 추억을 쌓아갈까?
줄거리를 읽고 나서 딸은 책에 숨어있는 비밀 하나를 들려주었다. 딸의 설명에 따르면 그림책 안에는 다음 장면을 예고하는 곳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곤 장 마다 숨어있던 비밀의 장소를 공개했다. 책을 읽으며 미처 발견하지 못했었다.(혹여나 이 책을 읽는 분은 찾아보시길)
인상적인 장면
아빠 : 아빠의 서재방. 글 쓰는 책상과 빼곡히 책으로 둘러싸인 공간이 너무 부러웠다. 나중에 나도 꼭 만들고 싶다.
딸 : 만희의 방. 장난감이 많아서 부러웠다. 친구들이랑 재밌게 노는 것이 부러웠다. 나는 방이 없어 그런 경험이 없었다.
엄마 : 이 장면을 보니깐 외할머니 댁에 가서 보았던 집이 생각이 난다. 그때 그 집이 연립주택이었었는데, 이런 장도 있었다. 보는 순간 옛날로 되돌아가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 : 참외가 맛있어 보였다. 엄마가 아들을 바라보는 장면도 예뻤다. 장면이 디테일하고 아기자기하다.
질문거리
1. 아빠 : 이 그림책의 시대는 어디일까?
엄마 : 80년대 같다. 내가 어릴 때 존재했던 물건들이 보였다. 장독대, 장롱, 옷차림이 그랬다.
아들 : 1984년 정도 되었을 것 같다. 이유는 모르겠고, 그냥 찍었다.
딸 : 1988년도 같다. 예전에 '응답하라 1988'을 보았는데, 주인집이었던 라미란네와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 질문을 마치고 다시 찬찬히 그림책을 둘러보았는데, 몇 가지 물건을 보고 우리 모두 시대 예측이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2. 엄마 : 만희가 이사 간 이유. 이사 간 집은 친가일까 외가일까? 그리고 과연 모두 행복했을까?
아빠 : 집이 작아서 큰 집으로 이사를 갔다. 모두가 행복했는지는 노코멘트이다. (아내는 만희 아빠만 좋아졌다고 했다. 엄마는 집안일하느라 힘든데, 아빠만 혼자 책도 보면서 즐겁게 보냈다.)
딸 : 집이 넓으면 생활도 편하고, 특히 만희 방도 생겨서 이사 간 것 같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집도 넓어져서 모두 행복할 것 같다.
아들 : 현재 살고 있는 집이 좁고 생활하기 불편해서 이사를 갔다. 동생 답변과 같이 집이 넓어졌으니 행복했을 것 같다.
3. 아들 : 이 집은 부자일까?
아빠 : 아빠 생각에 그 시대 기준으로는 부자일 것 같다. 일단 아빠 방에 컴퓨터가 있었고, 대문 밖에 차도 있었다.
엄마 : 중산층 이상이다. 세간살이도 잘 갖추고 있고, 집도 2층 집이다. 지도를 보았을 때 도시였는데, 이 정도면 잘 사는 집이다.
딸 : 부자인 것 같다. 방도 많고, 마당도 넓기 때문이다.
4. 딸 : 이사를 와서 엄마는 어떤 기분일까?
아빠 : 일단 만희 방이 생겨서 좋을 것 같은데 혹시 시댁에 들어간 거면 부담스러운 마음도 있을 것 같다.
엄마 :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기대하고 있고, 잘 살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 것 같다. 어떤 상황에 놓인 것이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긴 하다.
아들 : 일단 집이 커져서 좋아하는 것 같다.
소감
아빠 : 지금 이사를 와서 너무 좋은데, 책도 이사에 관한 이야기여서 관심이 갖다. 어릴 때 주택에 살았는데, 책을 보며 예전 생각이 많이 나서 반가웠다.
엄마 : 이사 와서 처음 하는 독서 모임인데, 아빠와 마찬가지로 책 내용도 이사와 관련된 것이라 좋았다. 무엇보다도 책 내용이 따뜻하고 그림도 예뻐서 기분이 좋아졌다.
아들 : 집의 구조나 안에 구성되어있는 물건들이 낯설어서 신기했다. 예전에는 이렇게 살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딸 : 옛날 집이 이랬다는 것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이사 와서 만희처럼 내 방이 생겨서 기쁘다. 친구들을 불러서 놀고 싶어 졌다.
이사 후 새집에서 첫 독서 모임을 잘 마쳤다. 딸이 센스 있게 그림책을 골라주어 이야깃거리가 풍성했다. 그림책은 그림 속에 수만 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각자의 경험이 닿아 여러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앞으로는 빠지지 않고 매달 독서 모임을 이어가고 싶다. 다음번에는 자율도서라 어떤 책이 소개될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가족 독서 모임에 대한 쫑파티를 할 예정이다. 지금부터 슬슬 준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