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독서 모임의 계절

가족 독서 모임 24화

by 실배

완연한 가을이 찾아왔다. 창밖으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에 마음까지 상쾌했다. 언택트 시대. 좋아하는 독서 모임에 가지 못한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이번 달에는 갈 수 있으려나.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이 야속할 따름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가족 독서 모임이 있다. 전 날부터 상기된 모습으로 모임 홍보에 열을 올렸다. 특히 이번에는 자율 도서라 기대가 되었다.


저녁을 먹은 후 테이블에 나란히 앉았다. 다들 준비한 책이 범상치 않았다. 오늘은 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오래간만에 가위바위보로 순서를 정했다. 결과는 내가 꼴찌였다. 다른 가족의 환호성을 뒤로 한 채 책을 꺼내 들었다.


고슴도치의 우아함
- 아빠의 책

1. 줄거리
- 주인공 미셸은 프랑스의 부자 아파트에서 20년이 넘도록 수위로 일하고 있다. 교육도 받지 못하고, 교양도 없을 것이라는 선입견과 달리 그녀는 예술, 문학, 철학에 상당히 조예가 깊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이런 모습을 꽁꽁 숨기고 전자의 수위 아줌마처럼 살아가려 애쓴다. 그 아파트에 사는 영특하지만 염세적인 팔로마는 곧 자살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그 둘 앞에 사람의 진실된 모습을 볼 줄 아는 일본이 오즈가 입주해 오면서 미셸, 팔로마는 삶의 반전을 맞이한다.

2. 질문거리
(아들) 그 반전은 무엇인가?
- 그걸 이야기하면 나중에 책을 읽을 때 재미가 반감된다. (그럼에도 아들은 계속해서 반전이 무엇이냐고 나를 압박했다. 결국 아들에게만 귓속말로 이야기했다. 어이구.)
(엄마) 팔로마는 몇 살 정도 되었고, 어린 나이에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 팔로마는 한국으로 치면 중학생이다. 겉으로는 교양 있는 척 하지만, 뒤로는 사람을 무시하고, 오로지 '돈'이 전부인 가족에게 환멸을 느꼈다. 어떻게 보면 어린 나이에 일찍 세상을 알게 되었다.
(딸) 만약 아빠가 미셸 아줌마라면 어떻게 행동할 것 같은가?
- 나 역시도 미셸 아줌마처럼 숨길 것 같다. 이미 어릴 때 큰 상처를 받았다. 사람을 믿지 못하고 조금 고독하지만 나만의 세계에서 행복을 누릴 것이다.


클로디아의 비밀
- 아들의 책

1. 줄거리
- 주인공 클로디아는 부모님의 차별받는다는 생각으로 가출을 결심한다. 그냥 가출하면 며칠 못 버틸 것 같아 미술관에서 지내기로 한다. 가족 중에 가장 구두쇠인 동생 제이미도 데리고 한다. 결국 뉴욕에 있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으로 간다. 그곳에서 침대를 찾아 밤에 자기로 한다. 미술품을 둘러보던 중 미켈란젤로의 작품이라고 추정되는 천사상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 천사상은 비밀을 품고 있었고, 비밀을 풀기 위한 모험이 시작된다.

2. 질문거리
(엄마) 주인공이 구체적으로 집을 나가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 클로디아는 장녀로 사람들에게 우등생으로 불린다. 장녀라는 이유로 동생들이 빈둥거릴 때 설거지를 하고 청소를 해야 하는 등 차별대우를 받는 것이 싫었다. 그래서 가출하게 된다.
(아빠) 만약 아빠와 엄마가 사라진다면 어떨 것 같나?
- 처음에는 무서울 것 같다. 그래도 살아야 하니깐 정신 차리고 경찰서에 신고를 할 것이다. 만약에 엄마와 아빠가 우리를 버린 거라면 처벌받게 해달라고 판사님께 이야기할 것이다.(녀석!)
(딸) 혹시 가출하고 싶었던 적이 있나?
- 음.... 엄마나 아빠한테 홀 날 때는 가끔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집 떠나면 돈도 없고 고생이기 때문에 집에 있을 것이다.


공룡 도시락
- 딸의 책


1. 줄거리
- 주인공 다이나는 학교 현장학습으로 공룡 박물관에 갔는데, 엄마가 없어서 도시락을 가져가지 못했다. 갑자기 전시장에 있던 이구아노돈이 엄마처럼 다이나를 안고 공룡 도시락을 만들어준다. 밥도 먹고 주스도 마셨는데, 다음날 일어나 보니 공룡이 되어 있었다. 공룡이 된 체 학교를 가게 된 다이나 앞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2. 질문거리
(아빠) 만약 공룡이 된다면?
- 나는 즉시 하나님께 다시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할 것이다. 만약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어떻게든 살려고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무척 슬플 것 같다.
(엄마) 마지막에 주스가 남은 장면이 있었는데, 다이나는 과연 마셨을까?
- 음.... 앞으로 계속 학교도 다녀야 하니깐 마시지 않았을 것 같다. 물론 그림책에서는 공룡이 돼서 좋은 점도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은 2편이 나왔으면 좋겠다.
(아들) 가장 이상적인 장면은?
- 다이나가 갑자기 공룡으로 변한 것이다. 공룡으로 변한 후 놀란 장면이 신기했다. 보면서 나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 아내의 책


1. 줄거리
- 주인공 제제는 5살이지만 무척 똑똑하다. 하지만 아버지 실직으로 엄마와 누나들이 일해야 할 정도로 가난하다. 제제는 말썽꾸러기로 주위 사람들에게 심한 장난을 쳐서 가족들에게 매를 맞는다. 그런 그를 위로해주는 라임 오렌지 나무 밍기뉴가 있다. 제제는 속상하면 그 나무에게 가서 하소연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제제는 나이를 속이고 학교에 입학한다. 워낙 영특해서 학교 생활도 잘한다. 우연히 미누엘이라는 어른을 만나게 되고 그와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그러나 미누엘에게 사고가 발생하고 제제는 큰 슬픔 속에 놓이게 된다.

2. 질문거리
(아들) 제제에게 나무는 어떤 의미일까?
- 어떤 이야기던지 털어놓을 수 있는 소중한 존재이다. 하지만 나중에 점점 나무가 하는 말이 들리지 않게 되면서 제제도 내적으로 성장하게 된다.
(아빠) 책을 읽으며 눈물까지 흘린 이유는?
- 제제가 소중한 존재를 잃고 슬픔에 빠지는 장면에서 감정 이입이 많이 되었다. 더구나 가족들이 그런 마음을 알아주지 못한 것이 속상했다. 어릴 때 보다 커서 읽으니 공감이 되고 슬펐다.


소감

1. 아들 : 다음에 책을 고를 때는 가장 최근에 읽은 책으로 해야겠다. 읽은 지 오래된 책을 골랐더니 기억이 잘 나지 않아서 설명하기 힘들었다.

2. 아빠 : 집에만 있는 시간이 답답하고 힘들었는데, 이렇게 가족이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책마다 감동 포인트가 있어서 나중에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3. 엄마 : 오늘 고른 책들이 모두 흥미로웠다. 오래간만에 가족들이 책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4. 딸 : 오늘 독서 모임을 하면서 느낀 점은 작가가 상상력이 풍부하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생각해낼지 너무 신기했다.



다들 이야기가 고팠던 탓일까. 이번 독서 모임은 어느 때보다도 열띤 이야기가 오갔다. 아마 다들 흥미로운 책을 선정했기 때문이다. 밥 먹고, 학원 가고, 숙제하는 이야기 말고 오롯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자율 도서여서인지 아들도 집중해서 잘 참여해주었고, 딸은 어느새 자기주장이 확실한 아이로 자랐구나를 알 수 있었다. 아내는 요즘 책을 많이 읽어서인지 감성이 풍부해졌다. 책이라는 것은 이렇게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의 밍기뉴처럼 성장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우리 가족도 모두 조금씩 앞으로 나가고 있다.

문득 드는 생각, 가을은 독서를 넘어 독서 모임의 계절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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