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의 마지막 날. 가족들에게 독서 모임을 하자고 제안했다. 본가와 처가댁을 오가느라 오롯이 가족이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다. 딸에게 공통 도서를 부탁했고, 동화책 ‘ 나는 싸기 대장의 형님’을 선정했다.
저녁을 먹은 후 테이블에 모여 앉았다. 딸은 자진해서 책 줄거리를 우리에게 소개했다. 심지어 책을 보지도 않고 말이다.
줄거리
기훈이에게는 갓 태어난 동생이 있다. 엄마랑 아빠는 아가만 돌보느냐고 기훈이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기훈이는 많이 슬펐다. 잘못한 행동에 혼만 나고, 밤에 무서운 꿈을 꾸어도 돌봐주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외출한 사이 홀로 동생을 돌보았는데, 계속 울어서 우유를 주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계속 토를 한다. 뒤늦게 돌아온 엄마는 기훈이에게 청거북을 만진 손으로 우유를 타서 아이가 아프게 되었다면 혼을 낸다. 그리곤 아이를 병원에 데려간다. 기훈이는 청거북을 할머니에게 맡겨야겠다는 생각에 엄마가 준 용돈을 가지고 버스를 탄다. 하지만 버스에 내리고 나니 생소한 동네였다. 아무리 찾아보아도 알 수 없었다. 두려운 나머지 길에서 엉엉 울고 만다. 기훈이는 할머니 댁에 잘 찾아갈 수 있을까? 엄마, 아빠는 기훈이가 사라진 것을 알고 어떻게 되었을까?
딸의 질문 "사람들은 왜 아가만 좋아할까?"
아들 : 첫째랑 다르고, 아이가 생기면 애정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네가 결혼해서 둘째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다.
엄마 : 아기가 태어나면 반갑고 사랑스럽다.(딸이 그럼 기훈이는 사랑스럽지 않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아내는 기훈이가 8살이 되었기 때문에 스스로 잘할 수 있다고 믿을 것이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도 새로운 아가가 태어났기 때문에 당연히 이뻐할 수밖에 없다고 말해주었다)
아빠 : 부모는 둘 다 사랑한다. 하지만 현재 기영이는 관심이 필요할 때이다. 아직 어리기 때문에 밥도 주어야 하고, 잠도 재워야 하는 등 종일 돌봐야 한다. 그래서 아무래도 기훈이보다는 기영이를 더 챙기는 것이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도 아이가 이제 막 태어났기 때문에 예뻐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부모님도 기훈이에게도 애정을 표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빠의 질문 "기훈이가 거북이를 할머니에게 맡기려고 혼자 버스를 타고 떠났는데 그 행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엄마 : 엄마는 전에도 여러 번 청거북을 치우라고 이야기를 했었다. 엄마가 거북이를 치우라는 말에 직접 행동으로 옮기려는 모은 용감하다고 생각한다.
딸 : 잘못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혼자 길을 떠나는 것은 불안하다. 기훈이도 결국 길을 잃어버리지 않았나.
아들 : 나도 엄마 말처럼 용감하다고 생각한다. 자기가 혼자 가보지도 않는 곳을 엄마 말을 지키려고 갔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아빠 : 매우 위험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엄마 따라 몇 번 가보긴 했지만, 혼자 간 것은 처음이다. 그래서 결국 길을 잃어버렸다. 책을 읽는 내내, 만약 내 아이였다면 어땠을까 생각하면서 불안했다.
엄마의 질문 "기훈이는 혼자 남겨진 상황임에도 침착하게 엄마와 할머니 연락처도 기억했다. 만약 부모가 없는 낯선 곳에 남겨졌다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딸 : 나 같으면 일단 처음에 울 것 같다. 그리고 난 후 이곳이 어딘가를 살 필 것이다. 엄마 전화번호도 떠올릴 것이다. 혹시 아이와 함께 지나는 사람을 발견하면 도움도 청할 것이다.
아들 : 돈도 없고 핸드폰이 없는 상황이라면 사람에게 길을 물어볼 것이다. 예전에 아빠가 길에서 사람에게 길을 물어본 것을 본 적이 있었다. 그것이 떠올랐다. 프랜차이즈 식당 등 안전한 공간에 가서 전화기를 빌려서 연락을 취할 것이다.(나는 그런 상황이 된다면 근처에 경찰서나 부동산을 찾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 함께 길을 잃으면 어떡하면 좋을지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었다.)
아들의 질문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무엇인가?"
각자 책 속에서 그 장면을 찾아보기로 했다. 아빠 : 기훈이가 한 뼘 성장한 모습이 그려졌다.
딸 : 엄마, 아빠뿐 아니라 할머니도 기훈이보다 기영이를 챙기는 모습이 마음 아팠다.
엄마 : 엄마로서 이 장면에서 어떤 마음일지 누구보다 잘 알 수 있었다. 문장 하나 한가 마음에 와 닿았다.
아들 : 예전에 나도 화가 나서 이런 적이 있었다. 그때의 추억이 떠올랐다.
소감나누기
아빠 : 아빠는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아이들이 태어난 순간이 떠올랐다. 혹여나 둘째가 태어났을 때 첫째에게 소홀했던 것은 아닌 지 반성하게 되었다. 그때는 둘째를 챙기느라 정신이 없어서 첫째가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지 못했다. 책을 통해 그때로 돌아가 첫째의 마음이 어땠을까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엄마 : 얼마 전에 둘째와 함께 예전 동영상을 보았는데, 그 장면에서 첫째가 어떤 물건을 보라고 했는데, 계속 둘째를 살피느라 제대로 보지 못했다.(이 장면에서 아내는 눈물을 쏟았다. 첫째에게 미안한 마음이 계속 든다고 했다. 첫째는 엄마에게 다가가 괜찮다며 꼭 안아주었다.)
아들 : 다행히 책에서와 같은 상황이 없었던 것 같다. 기억을 못 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내용도 감동적이어서 좋았다.
딸 : 나는 막내여서 몰랐는데, 첫째들이 이런 마음이 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만약에 첫째였으면 서운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그래서 막내라서 다행인 것 같다.
오늘 읽은 책은 현재 우리 가족과 닮은 구석이 많아 이야깃거리가 풍성했다. 첫째와 둘째 터울이 4살이나 나서 막연히 잘하겠다고 생각했었다. 둘째에게만 관심을 갖는 엄마, 아빠의 모습에 얼마나 서운함이 많았을까. 첫째는 아니라고 했지만, 분명 그런 경험이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다행히 별 탈 없이 그 시기를 잘 넘어가 주어 감사했다.
종종 독서 모임을 통해 미쳐 생각해보지 못한 점을 깨닫게 된다. 오늘이 그랬다. 그래서 이 모임이 더욱 소중하고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