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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배 Jun 14. 2021

위험한 책이 진짜 위험한 이유.

가족 독서모임 30화

공통 도서로 가족 독서모임을 하는 날이다. 선정을 도맡아 하는 딸이 또 어떤 책을 가져와 우리를 기쁘게 해 줄까. 봄 꽃처럼 싱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이미 골랐다고 했다. 드디어 시간이 도래했고, 우리는 테이블에 모여 앉았다. 제목이 '위험한 책'이었다. 오호라. 상당히 위험 한 걸.

오늘 진행은 딸에게 맡겼다. 가족 독서모임에서 모두가 장이 되길 바랐다. 그 프로젝트의 첫 스타트를 끊었다. 처음엔 부끄러운 듯 수줍어했지만, 이내 모임을 주도했다.


돌아가면서 그림책을 읽었다.

줄거리

거대한 도시의 조그만 공간에 사는 브릭은 도서관에서 일하고 있다. 어느 날, 지하 서고 꼭대기 칸에서 "읽지 마시오"라고 쓰인 책을 발견한다. 고민 끝에 그 책을 집으로 가져오고, 그 안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름다운 '꽃'을 만난다. 어느 고물상에서 먼지에 쌓인 꽃그림을 발견하고는 집으로 가져오는데, 그 안에서 조그마한 씨앗을 발견한다. 씨앗에 물을 주고 가꾸어 꽃이 피는 모습에 기뻐한다. 하지만 먼지 청소기가 그 꽃을 모조리 빨아들인다. 과연 브릭은 계속해서 꽃을 피워나갈 수 있을까?


책을 읽고 난 후 딸은 먼저 책 표지에서 느껴지는 느낌을 물었다.


책 표지 이미지

엄마 : 처음 보았을 때는 두려움이 느껴졌는데, 다시 보니 무언가 설렘이 느껴진다.

아빠 : 입을 가리고 있으니깐 거대한 비밀을 숨기고 있는 것 같다.

딸 : 일곱 살 때 이 책을 처음 보았는데, 그때는 공포스웠지만 지금은 귀여운 것 같다.

아들 : 책과 관련해서 금기된 행동을 하려는 아이의 모습 같다.


질문거리

1. 엄마의 질문

- 이 책이 만들어진 시점은?


아들 : 미래이다. 미세먼지가 가득하고, 꽃이 없는 황량한 곳이다.

아빠 : 과거 같다. 사람들 옷이나 건물도 옛날 모습이다.

딸 : 미래이다. 아마도 큰일이 벌어진 후 세상의 소중한 것이 사라진 세상 같다.


2. 딸의 질문

- 이 책 제목이 '위험한 책'인 이유는?


아빠 : 이 세계는 꽃으로 망했다. 마치 지금 유행하는 코로나처럼 꽃으로 인해 전염병이 발생해서 사람들이 죽었다. 그래서 금서가 되었다.

엄마 : 무미건조한 세상이다. 그런데 꽃은 희망 같은 존재이니 사람들을 통제하기 위해서 금서로 만들었다.

아들 : 이 세계는 우리와 다르다. 어떤 이유 때문에 처음부터 꽃이 금지되었고, 세대를 거쳐서도 계속 이어진 것이다.


3. 아빠의 질문

- 우리는 왜 보지 말라는 것을 꼭 보는 것일까. 혹시 그런 경험이 있으면 나누어 보자.


딸 : 사람들은 호기심이 있어서 그렇다.(혹시 그런 경험이 있나?) 나는 없다. 그런데 친구 중에 엄마가 만화책을 보지 말라고 했는데, 더 궁금해서 본 적이 있다고 했다.

아빠 : 예전 어렸을 때, 장식장에 조그마한 술 모양의 장식품이 있었다. 어느 날 친구들이 놀러 와 호기심에 열어보았더니 그 안에 정말 술이 있었다. 그래서 나눠 마신 후 혼날까 봐 물을 넣은 적이 있다.(이때부터 성경이나 신화 속에서 금기에 대해 다뤘던 이야기들이 봇물 터지듯 나왔다. 예나 지금이나 금기는 재밌는 소재이다.)

아들 : 나도 생각났다. 아빠가 어렸을 때 할머니, 할아버지가 보지 말라고 했던 이상한 영화를 본 적이 있다고 말했던 것이 떠올랐다.(무슨 소리. 나는 극구 부인을 했다. 솔직히 그런 적이 있지만 아들에게 이야기한 적은 없었다. 어떻게 알았지?) 나는 최근에 유튜브로 욕이 나오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은근 중독성이 있는데, 좋지 않은 것 같아서 안 보려고 한다.

엄마 : 사실 나도 고등학교 때 친구가 재밌는 영화가 있다고 집에 초대해서 친구들과 본 적이 있다. 알고 보니 야한 영화였는데, 기분만 이상해져서 다른 방으로 가서 친구들과 놀았다. 별 것이 아니구나를 깨달았던 경험이었다.


4. 아들의 질문

- 왜 주인공은 가족이 없을까?


엄마 : 페인트처럼 어릴 때는 혼자 살다가 나중에 커서 부모를 만나는 체계 같다.

아빠 : 하나의 설정 같다. 책 곳곳에 사람 표정을 보아도 공허하다. 그런 분위기를 극대화시키기 위해서 가족을 나타내지 않은 것 같다.

딸 : 이 아이는 고아 같다. 다른 그림에서는 가족들이 보이는데, 혼자 사는 것을 보니 그렇다.


소감

엄마 : 이 책을 읽고, 또 한 번 그림책이 의미가 깊다는 것을 깨달았다. 겉으로 느껴지는 분위기와 달리 그 안에 따뜻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가족들이 함께 읽고 나누어서 더 좋았다.

아빠 : 어릴 때 책 읽던 생각도 나고, 지난번 함께 읽었던 페인트도 떠올라서 인상적이었다.

아들 : 평소 읽었던 그림책보다는 내용이 흥미로웠다. 특히 아빠의 흑역사를 알게 되어 기뻤다.(녀석!)

딸 : 어릴 때 만난 책을 지금 다시 읽으니 새로웠다. 그때 이해하지 못했던 것을 새롭게 알게 된 것 같아 좋았다. 위험한 책도 읽어도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살짝 이상한데?)   




그림책은 그 안에 거대한 우주를 담고 있다. 처음에는 무서운 이야기가 담겨 있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생각할 거리가 풍부한 책이었다니. 가족 모두가 그 점을 깨달은 소중한 시간이었다. 한 편 만약 이 내용이 실제 미래를 담고 있다면, 지금 주변에 익숙한 것들이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 슬펐다. 그러기 전에 함께 실천하고 지켜나가야겠다.


딸이 처음 독서 모임을 진행했음에도 잘해주어 감사했다. 다음번에는 아들에게도 맡겨 보아야겠다. 이렇게 조금씩 독서 모임에 주인이 되었으면 좋겠다.


오늘도 소중한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어서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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