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통 도서로 가족 독서모임을 하는 날이다. 선정을 도맡아 하는 딸이 또 어떤 책을 가져와 우리를 기쁘게 해 줄까. 봄 꽃처럼 싱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이미 골랐다고 했다. 드디어 시간이 도래했고, 우리는 테이블에 모여 앉았다. 제목이 '위험한 책'이었다. 오호라. 상당히 위험 한 걸.
오늘 진행은 딸에게 맡겼다. 가족 독서모임에서 모두가 장이 되길 바랐다. 그 프로젝트의 첫 스타트를 끊었다. 처음엔 부끄러운 듯 수줍어했지만, 이내 모임을 주도했다.
돌아가면서 그림책을 읽었다.
줄거리
거대한 도시의 조그만 공간에 사는 브릭은 도서관에서 일하고 있다. 어느 날, 지하 서고 꼭대기 칸에서 "읽지 마시오"라고 쓰인 책을 발견한다. 고민 끝에 그 책을 집으로 가져오고, 그 안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름다운 '꽃'을 만난다. 어느 고물상에서 먼지에 쌓인 꽃그림을 발견하고는 집으로 가져오는데, 그 안에서 조그마한 씨앗을 발견한다. 씨앗에 물을 주고 가꾸어 꽃이 피는 모습에 기뻐한다. 하지만 먼지 청소기가 그 꽃을 모조리 빨아들인다. 과연 브릭은 계속해서 꽃을 피워나갈 수 있을까?
책을 읽고 난 후 딸은 먼저 책 표지에서 느껴지는 느낌을 물었다.
책 표지 이미지
엄마 : 처음 보았을 때는 두려움이 느껴졌는데, 다시 보니 무언가 설렘이 느껴진다.
아빠 : 입을 가리고 있으니깐 거대한 비밀을 숨기고 있는 것 같다.
딸 : 일곱 살 때 이 책을 처음 보았는데, 그때는 공포스웠지만 지금은 귀여운 것 같다.
아들 : 책과 관련해서 금기된 행동을 하려는 아이의 모습 같다.
질문거리
1. 엄마의 질문
- 이 책이 만들어진 시점은?
아들 : 미래이다. 미세먼지가 가득하고, 꽃이 없는 황량한 곳이다.
아빠 : 과거 같다. 사람들 옷이나 건물도 옛날 모습이다.
딸 : 미래이다. 아마도 큰일이 벌어진 후 세상의 소중한 것이 사라진 세상 같다.
2. 딸의 질문
- 이 책 제목이 '위험한 책'인 이유는?
아빠 : 이 세계는 꽃으로 망했다. 마치 지금 유행하는 코로나처럼 꽃으로 인해 전염병이 발생해서 사람들이 죽었다. 그래서 금서가 되었다.
엄마 : 무미건조한 세상이다. 그런데 꽃은 희망 같은 존재이니 사람들을 통제하기 위해서 금서로 만들었다.
아들 : 이 세계는 우리와 다르다. 어떤 이유 때문에 처음부터 꽃이 금지되었고, 세대를 거쳐서도 계속 이어진 것이다.
3. 아빠의 질문
- 우리는 왜 보지 말라는 것을 꼭 보는 것일까. 혹시 그런 경험이 있으면 나누어 보자.
딸 : 사람들은 호기심이 있어서 그렇다.(혹시 그런 경험이 있나?) 나는 없다. 그런데 친구 중에 엄마가 만화책을 보지 말라고 했는데, 더 궁금해서 본 적이 있다고 했다.
아빠 : 예전 어렸을 때, 장식장에 조그마한 술 모양의 장식품이 있었다. 어느 날 친구들이 놀러 와 호기심에 열어보았더니 그 안에 정말 술이 있었다. 그래서 나눠 마신 후 혼날까 봐 물을 넣은 적이 있다.(이때부터 성경이나 신화 속에서 금기에 대해 다뤘던 이야기들이 봇물 터지듯 나왔다. 예나 지금이나 금기는 재밌는 소재이다.)
아들 : 나도 생각났다. 아빠가 어렸을 때 할머니, 할아버지가 보지 말라고 했던 이상한 영화를 본 적이 있다고 말했던 것이 떠올랐다.(무슨 소리. 나는 극구 부인을 했다. 솔직히 그런 적이 있지만 아들에게 이야기한 적은 없었다. 어떻게 알았지?) 나는 최근에 유튜브로 욕이 나오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은근 중독성이 있는데, 좋지 않은 것 같아서 안 보려고 한다.
엄마 : 사실 나도 고등학교 때 친구가 재밌는 영화가 있다고 집에 초대해서 친구들과 본 적이 있다. 알고 보니 야한 영화였는데, 기분만 이상해져서 다른 방으로 가서 친구들과 놀았다. 별 것이 아니구나를 깨달았던 경험이었다.
4. 아들의 질문
- 왜 주인공은 가족이 없을까?
엄마 : 페인트처럼 어릴 때는 혼자 살다가 나중에 커서 부모를 만나는 체계 같다.
아빠 : 하나의 설정 같다. 책 곳곳에 사람 표정을 보아도 공허하다. 그런 분위기를 극대화시키기 위해서 가족을 나타내지 않은 것 같다.
딸 : 이 아이는 고아 같다. 다른 그림에서는 가족들이 보이는데, 혼자 사는 것을 보니 그렇다.
소감
엄마 : 이 책을 읽고, 또 한 번 그림책이 의미가 깊다는 것을 깨달았다. 겉으로 느껴지는 분위기와 달리 그 안에 따뜻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가족들이 함께 읽고 나누어서 더 좋았다.
아빠 : 어릴 때 책 읽던 생각도 나고, 지난번 함께 읽었던 페인트도 떠올라서 인상적이었다.
아들 : 평소 읽었던 그림책보다는 내용이 흥미로웠다. 특히 아빠의 흑역사를 알게 되어 기뻤다.(녀석!)
딸 : 어릴 때 만난 책을 지금 다시 읽으니 새로웠다. 그때 이해하지 못했던 것을 새롭게 알게 된 것 같아 좋았다. 위험한 책도 읽어도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살짝 이상한데?)
그림책은 그 안에 거대한 우주를 담고 있다. 처음에는 무서운 이야기가 담겨 있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생각할 거리가 풍부한 책이었다니. 가족 모두가 그 점을 깨달은 소중한 시간이었다. 한 편 만약 이 내용이 실제 미래를 담고 있다면, 지금 주변에 익숙한 것들이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 슬펐다. 그러기 전에 함께 실천하고 지켜나가야겠다.
딸이 처음 독서 모임을 진행했음에도 잘해주어 감사했다. 다음번에는 아들에게도 맡겨 보아야겠다. 이렇게 조금씩 독서 모임에 주인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