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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사람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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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배 May 13. 2021

뜻하지 않음이.

때론 오른쪽으로 가도 좋네.

길 벗이 청했다. 그에 응했다. 출장이다 일이 바쁘다 요즘 통 걷지 못했다. 겉옷을 벗고 반팔 차림으로 나섰다.

걸으며 밀린 이야기를 나눴다. 그도 그 나름대로, 나도 나 나름의 삶을 살아냈다. 익숙한 길을 지나 이제 막 공원 초입에 다다랐을 때, 생소한 오른쪽 길을 청했다. 고민되네. 갈수록 새로움이 두렵다.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황토 빛깔 오솔길이 먼저 반겼다. 발밑으로 전해지는 폭신함이 그대로 전해졌다. 아. 좋다. 좁은 길은 이내 산길로 옷을 갈아입었다.

청아한 공기 한 모금에 낮에 피로는 스르륵 사라졌다. 잠시 말없이 걸었다. 슬쩍 쳐다본 그의 눈에서 내가 비췄다. 때론 그냥 아는 것이 존재한다.

조금 지나니 우리가 가던 길과 만났다. 반가움보다 서운함이 들었다. 아이참. 이제 막 낯선 모험을 즐기려던 참이었는데. 뾰족이 입을 내밀고 가던 발 길을 돌렸다.

때론 뜻하지 않음이 주는 기쁨이 있다. 오늘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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