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인세가 입금되었다.

통장에 찍힌 숫자가 전부는 아니기에.

by 실배

오래간만에 편집자 분과 카톡으로 연락을 했다. 간단히 안부를 전하고,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름휴가와 코로나 등의 사유로 오프라인 실적이 못 미쳐 온라인 홍보를 열심히 할 예정이라고 했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네고 마치려는 순간, 인세가 지급되었으니 확인해보라고 했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메일을 열어오니 별달리 온 것이 없어서 통장을 확인하니 낯선 금액이 입금되어 있었다. 확인 후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물어보라는데 그저 알겠다고만 했다.


선인세와 지금 받은 인세에 책의 정가 그리고 인세율을 계산해보니 대략적인 판매 부수가 나왔다. 이 정도가 팔린 거구나. 통장에 찍힌 금액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6개월간 삶을 갈아서 나온 결과였다.


아직은 초보 작가이기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지만, 익히 들어온 현실을 마주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간 출간한 작가님들이 오롯이 글 만으로는 살아나기 힘들다는 말을 많이 했었다. 혹자는 비싼 취미 생활이라고까지 표현했다. 눈앞에 놓인 숫자를 보며 부인할 수 없었다.


얼마 전 그날도 달을 보고 퇴근하며 그냥 그만두고 글을 쓰며 살면 어떨까 생각만 해보았는데, 어느새 열심히 직장 생활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는 내 모습이 웃펐다. 인세가 나오면 아내와 아이들에게 큰 선물 하겠다고 큰소리 땅땅 쳤는데, 자그마한 선물로 정정해야겠다.


하지만 출간을 위해 노력했던 순간들은 통장에 찍힌 숫자만으로는 평가할 수 없는 값진 일이었다. 살아온 삶을 담아내려 애썼고, 맨몸으로 태어나 떠나기 전 하나의 증거를 남겼다.


나는 또다시 글에 모든 것을 담아내려 한다. 출간하고 일종의 번아웃 상태에 놓였다. 이제 조금 정신을 차리고 새로 계약한 책의 원고를 쓰기 시작했다. 고민하고, 쥐어짜고, 쓰고 지우기를 반복한다. 이런 고생을 왜 하나 스스로에 물어보지만 답은 늘 쓰는 것이 좋아서이다.


첫 인세가 들어왔다. 그리고 나는 또 다른 흔적을 남기려 펜을 손에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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