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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배 Aug 17. 2021

마감 있는 글쓰기는 심장을 쫄깃하게 만든다.

일벌이기 말고, 글 벌리기

문경에 있는 처가댁에서 1박 2일간 잘 쉬다 왔다. 자연이 주는 좋은 에너지에 그간 쌓인 피로를 말끔히 씻었다. 집에 돌아와서 간단히 청소를 한 후 노트북 앞에 앉았다. 써야 할 글이 한가득이었다. 기다렸다는 듯 연신 내게 손짓을 보냈다.


먼저 지난번 제출한 원고의 피드백이 메일로 왔다. 대표님은 수정할 곳을 친절하게 메모로 알려주었다. 역시 포인트는 '좀 더 구체적으로'였다. 알면서도 매번 같은 잘못을 반복한다. 쓰는 내내 구체화와의 싸움이 될 것 같다. 앞으로는 어물쩍 넘어가지 말고 최대한 세세하게 쓰도록 해야겠다. 다음에 써야 할 글은 아직 정하지 못했지만 주제 하나가 떠올랐다. 어떻게 풀어낼지 아직 막막하지만 일단 시작하면서 고민해 보련다.


새롭게 계약한 메일링 편지 서비스 첫 글을 마쳤다. 독자가 원하는 주제를 편지로 써서 보내주어야 했다. 사실 초고는 지난주 토요일에 작성해서 보냈었다. 주어진 열가지 중 이번에 택한 주제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예비 '딸바보' 아빠에게 보내는 글이었다. 쓰는 내내 고민의 고민을 더했다. 일반적인 편지는 너무 뻔한 것 같아 새로운 형태로 구성해보았다. 내가 경험한 일을 마치 옆에 있는 친구에게 들려주는 것처럼 써보았다. 완성하고 나니 생각보다 괜찮았다. 문제는 편지를 받는 독자가 얼마나 공감하느냐였다. 일단 진심을 전했으니 꼭 닿았으면 좋겠다. 조만간 예쁘게 디자인을 해서 다시 보내준다니 기대가 되었다.


다음 글도 미리 정했다. '직장'에 관한 주제였다. 이번에도 기존과는 다른 방법으로 써보고 싶다. 자칫하면 시시한 조언으로 흐를 수 있어 늘 경계를 놓지 말아야 한다. 마감이 있는 글쓰기라 부담이 되지만, 누군가에게 도움 주는 일이라 의미가 있었다. 당분간은 내내 심장이 쫄깃할 것 같다. 이런 기분도 썩 나쁘지 않을걸.


글벗과 시작한 프로젝트 글도 발을 내디뎠다. 원래는 가벼운 콘셉트로 가려고 했는데, 쓰고 나니 세상 진지하고 무거웠다. 더구나 늘 썼던 레퍼토리라 식상했다. 하지만 글의 분위기에 맞기에 일단 가보기로 했다. 사실 이번 작당모의는 내 글보다는 함께하는 글벗의 글이 기대되었다.


같은 주제이지만 각자 만의 색깔이 담겨 어떻게 표현될지 궁금했다. 무리였음에도 번쩍하겠다고 손을 든 이유는 성장에 대한 욕구였다. 혼자 하는 글쓰기는 내가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 알 수 없다. 이렇게 함께 쓰고 서로의 글에 대해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았다. 이 역시도 마감이 있기에 내내 몰릴 것이다. 중압감을 이겨내고,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를 꼭 만들고 싶다.


어쩌다 보니 모두 마감 있는 글쓰기이다. 늘 일을 벌이고 감당 못해 후회를 하지만, 이번에는 글 벌리기라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 당분간 주말은 내내 글과의 사투를 벌일 것이다.  수 있겠지. 아니 반드시 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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