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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라 해서 미안해

흔한 부자의 화해법

by 실배

"미안해...."


바람에 스쳐가듯 들린 첫째의 한마디였다.


어제 장인어른 정기 검진이라 우리 집에서 하루 묵기로 했다. 오시면 첫째 방에서 주무시기 때문에 첫째와 내가 안방에서 함께 자야 했다.


강아지 사건 이후 첫째와 제대로 풀지 못했다. 회사 대기가 맞물려 늦은 퇴근과 새벽 출근으로 얼굴 볼 일이 없었다.


어제도 밤 12시가 다 되어 집에 도착했다. 씻고 침대에 누웠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거실에 불이 켜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내는 둘째 방으로 갔으니 첫째밖에 없었다.


"아들, 잠시 방으로 올래?"

"..... 왜?"


그리곤 잔뜩 구름 낀 얼굴로 방에 나타났다.


"지난번에 아빠가 강아지라 해서 기분 나빴나 보다."

"기분 나쁜 것도 그런데 사과를 안 했잖아."

"알았어. 강아지라 해서 미안해."


슬쩍 해님이 비쳤다. 자식. 그리곤 밖으로 나가려 하기에,


"아빠한테는 할 말 없어?"

".... 미안해...."

"뭐라고 했어. 안 들리는데?"

"미안하다고!"


이제 해님이 나에게 다가왔다. 그 말이 뭐라고. 같이 자자는 말을 뿌리치고, 남은 과제가 있다면 거실로 나갔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장단을 맞추며 한발 한발 꿈속으로 다가갔다.


우리 사이에 존재한 갈등은 이로써 끝.


쳇 뭐 이래. 너무 쉽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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