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이 아닌 셋이어서 특별했던 가족독서모임

첫째가 빠져서 아쉽고도 좋은 기분은 뭘까?

by 실배

이번에 연휴에 다녀온 캠핑에서 독서모임을 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캠핑장에 도착해서 마음껏 뛰놀고, 분위기에 취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는 무언가 하자는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 자연스러운 분위기에 떠가는 구름처럼 흘러갔다.


연휴 마지막 날인 월요일에 독서모임을 하기로 했다. 각자 할 일을 마치고 저녁 9시쯤 테이블에 모였다. 다만 첫째는 아직 과제를 마치지 못했다. 그래서 오늘 할까, 미룰까를 상의한 끝에 첫째를 빼고 진행하기로 했다.


각자 가위바위보로 순서를 정했는데, 아내가 져서 제일 먼저 하기로 했다.


아내가 고른 책은 장은정 작가의 '하루쯤 나 혼자 어디라도 가야겠다'였다.

아내의 절친이자 꽤 유명한 여행작가였다. 코로나로 인하여 외국에 갈 수 없는 상황에서 국내에 가볼 만한 곳을 추천한 여행책이었다. 아내 말로는 단순히 여행지를 소개한 것뿐 아니라 그 안에 담겨있는 소소한 이야기도 무척 흥미로웠다고 했다. 더구나 책을 내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았기 때문에 이번 책이 더욱 의미가 있었다고 했다. 몇몇 곳은 취재차 떠난 곳에 함께 가기도 했다.


줄거리

휴식, 걷기, 테마, 감성, 이렇게 4가지 주제로 우리나라에서 혼자 가기 좋은 여행지를 설명했다. 그중 작가님이 특별히 소개해 준 곳이 있었다. 홍천 할라언스 선마을이라고 와이파이가 터지지 않는 곳이었다.

이곳에는 힐링할 수 있는 요가, 명상, 스트레칭 등 다양한 체험 활동이 있어서 문명에서 벗어나 자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종합운동장역에서 셔틀버스가 있어서, 한 시간 반 정도 걸린다. 입구부터 전화가 되지 않아서, 리조트 전화를 이용해야 한다. 밥도 자연식으로 나와서 마음과 더불어 몸도 힐링이 되는 곳이다. 이 책을 특징은 요즘 핫한 장소뿐 아니라 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곳도 소개해주어 참 좋았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내용은 '서울 프라이빗 책방'이었다.


테마 챕터 안에 있는데, 서울에서 책 읽을 만한 조용하고 특색 있는 책방을 소개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푹 빠질만한 내용이었다. 가족들이 함께 읽고, 각자 가고 싶은 곳을 생각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질문거리

1. 아빠의 질문 : 이곳에 다양한 여행지가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가고 싶은 곳은?


- 제천이다. 최근에 핫하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책을 읽어보니 그 안에 볼거리도 참 많았다. 특히 작가랑 만났을 때 이곳에 가족들과 함께 가면 좋겠다고 추천해준 장소였다. 거리도 가깝고, 문화 유적지도 있어서 아이들 교육에도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좀 전에 이야기한 '서울 프라이빗 책방'도 꼭 가고 싶은 곳이다. 나중에 꼭 방문해서 그곳에서 독서 모임을 하면 좋을 것 같았다.


2. 딸의 질문 : 만약에 엄마가 혼자 갈 수 있다면, 어디를 가장 가고 싶은가?


- 사실은 혼자 여행을 가본 적이 없다. 그래서 살짝 떨리고 두렵다. 하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마지막 감성 챕터에 있는 공주를 가고 싶다. 공주는 작은 도시여서 큰 관광지는 없다. 그래서 동네 골목도 돌아다니고, 예쁜 카페에서 혼자 책도 보고 차도 마시면 좋을 것 같다. 요즘은 시끄러운 곳보다는 이렇게 작고 조용한 곳이 가고 싶다. (이때, 둘째는 괜히 말했다고 후회했다. 엄마랑 떨어지기 싫어하는 껌딱지 같으니라고. 그래도 나중에는 나보고 꼭 보내주라고 협박을 했다.)


두 번째로 책을 소개할 회원은 둘째였다. 책은 김기정 작가가 쓴 '네버랜드 미아'였다.

마이클 잭슨이 예전에 '네버랜드'라는 아이를 위한 공간을 만든 적이 있다. 이 책에서 '네버랜드'는 여러 가지 사연으로 잘 놀지 못했던 아이들이 실컷 놀 수 있는 신비로운 곳이었다.


줄거리

이 책의 주인공 미아는 어느 날 무심코 하늘을 바라보고 어떤 말을 하는데, 갑자기 버스가 와서 타라면서 네버랜드로 간다고 했다. 미아는 신비한 두더지의 안내를 받으며, 지네 롤러코스터, 딱정벌레 등을 타면서 신나게 놀았다.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내던 중, 퍼레이드를 통해서 이곳이 살아 있는 동안 놀지 못해 죽은 아이들이 잠시 머물다 가는 곳임을 알게 된다. 그래서 두더지와 광대들의 도움을 받아 원래 세상으로 돌아기로 결심한다. 과연 미아는 현실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까? 갔다면 그곳에서 행복했을까?



질문거리

1. 엄마의 질문 : 미아는 살아있음에도 어떻게 네버랜드에 갈 수 있었나? 그리고 가장 재밌었던 에피소드는?


- 우선 미아는 네버랜드에 갈 수 있는 주문을 외워서 가게 되었다. 하지만 미아는 그곳에 있는 다른 아이들과는 차이점이 있는데,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엄마와 아빠를 잃어버린 진짜 미아였다. 아마도 그래서 네버랜드를 가게 된 것 같다. 그리고 '나는 별명을 부르는 아이들'이란 내용이 재밌었다. 이곳에서 서로 별명을 부른 이유도 나오고, 아이들이 주인공인 이야기라서 가장 흥미롭고, 끌렸다.

2. 아빠의 질문 : 여태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재밌었던 장소는?


- 나는 할아버지, 할머니, 삼초 그리고 우리 가족이 함께 갔던 싱가포르 여행이 가장 좋았다. 비행기도 오래 타고, 밤에 별을 보면서 수영도 하고, 동물원과 식물원도 흥미로웠고, 맛있는 음식도 실컷 먹어서 좋았다. 저녁에는 가족들이 이야기도 나누고, 여행 계획도 짰던 시간이 매우 그립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최근에 체험한 '어둠 속의 대화'로 재밌던 장소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서로 의지하며 걷는 시간이 새롭고, 재밌었다. 하지만, 사실 무섭기도 했었다.



마지막은 나의 책이었다. 내가 고른 책은 김완 작가의 '죽은 자의 집 청소였다.'

이번에 캠핑 가서 읽었는데, 책에서 손을 뗄 수 없을 정도로 강렬했다. 작가의 말처럼 죽음은 늘 등에 업고, 살면서 평생 살 듯이 아등바등한다. 책을 읽으며 죽음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줄거리

이 책은 두 가지 챕터로 구성되어있다. 첫 번째 챕터에서는 죽은 자의 집을 청소하면 일어나는 일화가 담겨있다. 죽은 자가 살았던 장소를 보면 그들이 살아온 삶에 보인다. 작가의 밀도 있는 묘사를 통해 마치 그곳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두 번째 챕터는 특별한 일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죽은 자를 청소하는 일을 하면서 겪은 다양한 일화가 담겨있다. 마지막엔 작가의 '죽음'에 대한 개인적인 사연까지.


질문거리

. 딸의 질문 : 아빠는 만약에 이 일을 하라고 하면 할 것인가?


- 솔직히 못 할 것 같다. 감정 소모가 무척 큰일이다. 그런데, 만약에 다른 할 일없으면 해야겠지. (이때 딸이 죽은 자의 집을 청소하는 일이란 정의를 내려보라고 했다.) 책 안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오는데, 죽은 사람이 남기고 간 흔적을 지우고, 정리하며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만드는 일이다. 더불어 떠난 사람에 대한 마음속 애도도 담겨있다.


2. 엄마의 질문 : 이 작가가 죽음에 끌리는 이유가 있는 것 같고, 그로 인해 얻는 것은 무엇일까?


- 좀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작가에게 죽음이란 미해결 과제인 것 같다. 아버지가 갑작스레 객사하는 바람에 감정 정리도 못 하고 떠나보냈다. 그래서 이렇게 죽은 자의 집을 청소하면서 하나씩 마음 정리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직업이기에 당연히 먹고사는 것과 연관이 있지만, 그것을 넘어 죽음을 애도하고 아이러니하게 살아갈 힘을 얻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소감


1. 아빠의 소감 : 아들이 빠져서 아쉬웠지만, 오늘도 삶과 죽음까지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의미가 있었다. 우리의 모임이 더욱더 짙어진 것 같다.


2. 딸의 소감 : 처음으로 오빠 없이 독서 모임을 했는데, 허전했지만 좋았던 점도 있었다. (특히 툴툴대는 것을 보지 않아서 좋았다고 목소리를 낮추어 강조했다.) 각자 의미 있는 책을 선택해서 흥미로웠다. 오늘 시간이 없어서 못 할 수도 있었는데, 이렇게 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3. 엄마의 소감 : 오래간만에 각자 좋아하는 책을 소개하니깐, 세 권의 책을 읽은 것처럼 알차고 좋은 시간이었다.




처음으로 첫째 없는 독서모임을 진행했다. 집에서 '삐죽함'을 담당하고 있지만, 가끔 기발한 이야기로 웃음과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데 없어서 아쉬웠다. 물론 중간에 흐름을 끊기지 않아 좋았던 점도 있었다. (나만의 생각은 아닌 듯)


오늘 가져온 책은 여행부터 죽음까지 다양하면서도 이야깃거리가 풍성했다. 독서모임은 늘 끝나고 나면 생각 이상으로 얻는 것이 많다. 그래서 지켜나가야 할 책임감을 느낀다.


어제와 달리 찬 바람이 불며 기온이 많이 떨어졌다. 이제 가을도 슬슬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을 준비를 하는 것 같다. 생각해보니 올해 가족독서모임도 두 번밖에 남지 않았다. 그때는 꼭 첫째와도 함께하길 바란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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