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내는 아들이 조만간 책 수업에서 발표를 해야 한다고 했다. 책을 정했는데 제목이 '구미호 식당'이었다. 나도 읽어보고 첫째를 도와 질문거리들을 고민해 보라고 했다. 생각해 보니 가족 독서 모임에서 공통도서로 이 책을 하면 좋을 것 같았다. 가족들에게 공지를 했다.
드디어 일요일이 되었다. 오전에 잠시 회사에 다녀온 후 첫째가 테이블에 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만들고 있길래 보았더니 종이접기를 하고 있었다. 웬일로 게임을 안 하고, 종이 접는 모습이 신기해서 바라보다가 독서 모임 이야기를 꺼냈다. 그랬더니 강한 어조로 독서 모임에서 졸업하겠다고 폭탄선언을 하는 것이 아닌가. 속으론 많이 서운했지만 티는 내지 않고, 차분히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전했다. 하지만 강요는 절대 하고 싶지 않으니 참여할 마음이 들면 저녁 8시쯤 테이블로 오라고 했다.
살짝 눈빛이 흔들렸지만, 선택은 오롯이 첫째의 몫이었다. 시간이 되었고, 아내와 둘째는 벌써 자리를 잡았다. 시간이 다 되어 우리끼리 하려는 순간 첫째가 나타났다. 그 모습에 애써 태연한 척 아무 할지도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모임을 시작했다. 속으론 차오르는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책을 쓴 박현숙 작가는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가로 등단하였고, 청소년 소설로 '6만 시간', 베스트셀러 '수상한 시리즈'와 '형, 나를 지켜줘!' 등 다수의 좋은 작품을 많이 선보였다.
줄거리
이승에서의 삶을 마무리한 두 사람이 있다. 저승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구미호 서호가 49일의 시간을 이승에서 보내게 해준다는 거래를 제안하고 마침 이승에서의 시간을 간절히 원했던 40대 아저씨인 이민석과 중학생 왕도영은 덤으로 주어진 49일을 이승에서 보내게 된다. 규칙이 여러 가지였는데, 그중 49일 동안은 한 곳에서만 머물러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기에 호텔 셰프 출신인 아저씨의 의견에 따라 둘은 '구미호 식당'이라는 이름의 식당을 열게 된다.
아저씨는 자신만이 아는 비밀 레시피인 '크림말랑'을 식당의 주력 메뉴로 영업을 시작한다. '크림말랑'이 대히트를 치며 어마어마하게 많은 손님들이 몰려오자 아저씨는 생전에 좋아했던 사람을 찾기 위해 홍보에 나선다. 그 과정에서 왕도영과 사이가 좋지 못했던 친형이 아르바이트 생으로 채용된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꿈에 그리던 그 사람이 식당을 찾아온다. 하지만 상황은 아저씨의 기대 대로만으로는 흘러가지 않는다. 더구나 그들 사이에는 비밀이 존재했다. 도영도 친형과 만남을 통해 그동안 알지 못했던 진실에 다가가는데. 과연 두 사람은 49일간의 시간을 잘 마무리할 수 있을까?
질문거리
1. 아빠의 질문 : 도영이처럼 누군가에 대해서 오해를 한 경험이 있는가?
(엄마) : 어릴 때 엄마가 동생을 더 사랑한다고 오해를 한 적이 있다. 동생은 다소 소극적인 성격이라 관심을 가져주고, 챙겨주었던 모습이 어린 마음에 나보다 더 사랑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돌아보니 그건 오해였다. 엄마도 분명 나에게도 표현을 많이 해주고 사랑을 많이 주었다.
(딸) 예전에 친한 친구 A와 함께 미술대회에 나간 적이 있었다. 나만 입상하고 친구는 상을 받지 못했다. 그 뒤로 친구가 냉랭하게 행동해서 상 때문인가 생각했는데, 친구가 좋지 못한 일이 있어서 그랬던 거였다. 오히려 그 뒤로 더욱 친하게 잘 대해주어서 다행이었다.
(아들) 오늘 바로 내가 아빠의 오해를 통해 피해를 받았다. 종이비행기를 심혈을 기울여서 만들었는데, 아빠가 바닥에 떨어졌다는 이유로 그냥 쓰레기통에 버렸다. 아빠의 오해 때문에 나의 소중한 시간과 정성이 모두 날아갔다. 반드시 피해 보상을 해주길 바란다.(이런.... 나는 바닥에 떨어져 있어. 쓰레기인 줄 알았다고!!)
2. 엄마 : 죽은 뒤에 다시 49일 동안 이승으로 갈 수 있는 제안을 받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아빠) 안 갈 것 같다. 최근에 이 책과 비슷한 주제의 드라마를 본 적이 있다. 죽은 뒤에 살아있는 가족을 떠나지 못하고 그 주변을 맴도는 이야기였는데, 보는 내내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다. 차라리 보지 않고 떠나면 미련도 남지 않고 떠날 수 있을 것 같다.
(딸) 가지 않을 것이다. 다시 돌아가서 가족을 본다면 절대로 떨어지지 않을 것 같다. 오히려 나중에 더 슬플 것 같다.
(아들) 나는 가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100% 천국에 갈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굳이 이승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엄마, 딸의 강한 반발이 있었지만, 끝까지 갈 수 있다고 우겼다.)
3. 딸 : 셰프는 여자를 사랑 다면서, 때린 이유는 무엇일까?
(엄마) 그 여자가 자기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고, 떠나려고 해서 때린 것 같다. 솔직히 그 장면에서 이해도 되지 않았고, 화도 많이 났다. 기본적으로 이민석이란 사람 자체가 별로였다. 죽고 나서도 잘못을 잘 깨닫지 못해서 답답했다.
(아들) 그 남자의 정신 상태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분노가 조절이 되지 않는 사람이다.
(아빠) 진정한 사랑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랑보다는 본인 뜻대로 되지 않는 것에 대한 분노를 표출 한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그 사람의 행동은 용납 받을 수 없다.(딸은 왜 여자가 신고를 하지 않았냐며 화가 난다고 했다.)
4. 아들 : 도영이의 친할머니는 왜 도영이를 구박했을까?
(아빠)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도영이 엄마는 아버지의 두 번째 아내였는데, 할머니에게 그렇게 살갗에 대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그 화를 도영이에게 풀었다. 다른 이유는 옛날 분이라 분명 좋으면서도 오히려 다르게 표현했던 것 같다. 책에서 보면 분명 도영이를 생각했던 것이 있는데, 표현을 하지 못하니 도영이는 몰랐을 수밖에 없었다.
(엄마) 사실은 구박을 하지 않았는데, 구박을 한 것처럼 느낀 것 같다. 도영이 스스로가 벽을 치고 밀어냈다. 그리고 책 속에서 도영이를 보면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고, 반항적인 모습을 보이는 등 사랑받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분명 도영이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딸) 마음속에는 도영이를 사랑하는데, 도영이가 잘 되라는 마음에서 더욱 엄하게 대한 것 같다. 부모님도 없고, 어려운 상황에 강해지길 바랐던 것 같다.
소감
아빠 : 먼저 아들이 다시 독서 모임을 하기로 마음먹어서 반갑고 고맙다. '구미호 식당'이란 책이 술술 잘 읽혔는데, 그뿐 아니라 안에 담겨있는 내용이 생각할 거리가 참 많았다. 오늘 독서 모임에서도 여러 다양한 의견이 오고 가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딸 : '구미호 식당'이라는 책이 의미 있었고, 지난달은 하지 못해서 아쉬웠는데, 오늘 해서 다행이다. 다음번에도 좋은 책으로 함께 이야기 나누며 좋겠다.
엄마 : 아들 덕분에 좋은 책을 읽게 되어 좋았고, 사랑과 관련된 여러 가지 이야기가 담겨있었고, 더불어 많은 생각 할 수 있었다. 각각의 주인공 캐릭터에 감정 이입이 많이 되었다.
아들 : 다음 주에 발표를 해야 되는 책인데, 오늘 질문을 통해서 좋은 팁을 얻었다. 그래서 나에게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처음으로 공통 도서로 그림책이 아닌 소설책으로 진행했다. 생각보다 두께가 있었지만, 둘째도 무리 없이 읽고 참여해 주어 고마웠다. 아들의 뜻하지 않는 졸업 선언에 적잖이 당황했지만, 다행히 다시 돌아와 주었고, 독서 모임에서도 역시나 엉뚱함을 담당하며 자리를 잘 지켜주었다.
그림책도 좋은데, 이렇게 좋은 소설을 함께 읽으며 그 의미를 나누는 것도 좋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아들이 책 수업에 참여 중이라 좋은 책을 많이 읽고 있다. 그중 하나를 골라보아야겠다.
이제 벌써 마지막 가족 독서 모임이 남았다. 이번에도 우수 회원에 대한 시상과 상품을 준비해야겠다. 계속 책을 주었으니 다른 것을 고민해 보아야겠다. 문득 지금까지 잘 참여해 준 가족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