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인년 새해, 가족독서모임을 위해 테이블에 모였다.

공통 도서 '7년 동안의 잠'

by 실배

새해 첫 가족독서모임이었다. 다들 할 일을 마치고 저녁 9시에 테이블에 모이라고 공지했다. 첫째는 10시부터 친구들과 줌 미팅이 있다고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전에 끝난다고 약속하니 그제야 표정을 바꾸었다.


저녁을 먹고 아내와 둘째랑 안양천으로 산책을 다녀왔다. 평소 가던 길에 반짝이는 불빛을 발견하곤 다가가니 거대한 나무를 전구로 치장했다. 그 영롱한 자태에 잠시 눈을 뺏겼다. 둘째는 아내와 나를 찍어주겠다고 그 앞으로 몰았으나, 나중에 확인해 보니 사진이 찍히지 않았다. 이런.

집에 돌아와 대청소를 마치고 모였다. 아내는 간식으로 배를 깎아 주었다. 나는 이 그림책을 지은 박완서 작가의 이력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을 해주었다. 나이 40이라는 조금 늦은 나이에 작가로 데뷔해서 좋은 소설과 에세이를 많이 남기 분이라고 이야기했지만 다들 시큰둥해서 아쉬웠다.


오늘 읽을 책은 공통 도서 '7년 동안의 잠'이었다. 둘째는 그림책을 우리 모두에게 소리 내어 읽어주었다. 한 3분 2 정도 왔을까. 이제는 힘들다며 바통을 나에게 넘겼다. 그 와중에 첫째는 계속 꾸벅꾸벅 졸았다. 전날 친구들과 밤새 줌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화장실에 보내 세수를 시킨 후 나머지를 마저 읽었다.

줄거리

메마른 땅의 개미들은 먹이를 찾아 헤맸다. 그러다 커다란 먹잇감을 발견했다. 다들 그 앞으로 모였고, 그때 어느 한 늙은 개미가 이 유충이 7년이 다 되도록 땅속에서 목청과 날개를 가다듬은 매미 유충임을 알려준다. 그 이야기를 듣고 머뭇거릴 때, 이 지혜로운 늙은 개미는 바로 땅 위로 올라가면 시멘트라 나갈 수 없으니 흙 위로 이동시키자고 제안한다, 힘을 모아 옮기기 시작했고 결국 밖으로 나가자마자 유충은 허물을 벗고 매미가 되어 훨훨 날아간다.


질문거리

1. 아빠 : 이 그림책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딸 : 곤충들이 매미처럼 두꺼운 콘크리트 때문에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죽는다. 그래서 앞으로 인간들은 곤충이나 동물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지켜주어야 한다.


아들 : 매미가 7년 동안 땅속에서 기다렸는데, 개미가 먹이를 포기하고서도 매미가 성충이 되도록 지켜주는 그런 따듯한 마음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 같다. 그리고 나이 듦이 주는 지혜를 인정하고 세대 간의 화합의 메시지도 담겨 있다.


엄마 : 인간이 환경을 파괴해서 곤충들이 살아갈 터전을 잃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 곤충들이 살아갈 터전을 다시 만들어주어야 한다.


2. 엄마 :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딸 : 마지막 장면이다. 왜냐하면 개미들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들 : 첫 번째 장면이다. 개미들이 이렇게나 큰 식량을 저장할 수 있구나를 보고 놀랐다.

아빠 : 늙은 개미에게 의젓함과 지혜가 있음으로 그들의 말을 존중하고 따르는 모습이 좋았다. 요즘 꼰대라는 말로 나이 든 사람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들이 살아온 삶과 경험들도 무척 중요한 것이다.


3. 아들 : 그럼, 우리가 환경을 지키 위해 실천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아빠 : 도시 내에서도 이런 곤충이나 동물들이 살아갈 수 있는 녹지나 공원들을 지속해서 만들어가면 좋겠다.


엄마 : 개발을 하더라도 서식지를 파괴하지 않고,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 인간 중심이 아닌 더불어 함께 살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보아야 한다.


딸 :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고, 기존에 동물이나 곤충들이 살아가는 곳을 잘 지켜주어야 한다.


4. 딸 : 개미들이 매미를 어떤 마음으로 도와주었을까?

아빠 : 같은 곤충으로서 7년의 시간 동안 땅속에서 인내하는 것도 이해하고, 매미가 노래를 불러서 힘을 낼 수 있는 기억도 떠올리는 등 결국 세상은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마음으로 도와준 것이다.


엄마 :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 같다. 먹이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공동체가 결정한 것을 잘 따랐고, 매미가 성충이 될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주었다.


아들 : 어리석은 행동이다. 애초에 매미를 먹어야 개미가 사는 것인데, 그런 먹이를 포기하는 것은 공동체의 생존에 큰 위협을 주는 것이다.


소감


아빠 : 박완서 작가의 소설과 에세이만 읽었는데, 그림책에서도 깊은 의미가 담겨 있어 놀랐다. 개미와 매미의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모두 보여주었다. 자연을 지키고,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엄마 : 개미들의 삶을 통해 환경문제, 공동체 의식, 배려하는 마음 등을 그림책 한 권으로 많은 생각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아들 : 이번 책에서는 크게 인상적인 장면이 없었다. 다음에는 내 수준에 맞는 개별 도서로 했으면 좋겠다.


딸 : 그림이 예뻤고, 평소 생각하지 않았던 곤충의 삶을 알게 되어 뭔가 뿌듯하다.




새해 첫 독서모임이라 기대를 했건만, 유독 힘들었다. 첫째는 잠에서 계속 헤어 나오지 못했고, 둘째는 그날따라 유독 산만했다. 결국 모임을 마칠 무렵 둘째에게 화를 내고 말았다. 비록 가족이 하는 모임이지만 예의를 지키고 집중하라는 말에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당황스러운 마음에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지만, 방으로 사라져 버렸다. 문을 잠그고 열어주지 않았다. 조금 시간이 흐른 뒤에 이야기를 나눠보아야겠다.


언제나 삶은 내 마음처럼 흘러가지 않는 것 같다. 꾸준히 이 모임을 잘 지켜나가고 싶은데, 그러려면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야 한다. 그래, 뭐 이런 날도 있지 하며 나부터 털어내고, 다음 모임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방법을 고민해 보아야겠다. 그래도 약속을 지키며 모임은 진행했으니깐.


기대와 실망이 교차했지만, 나아질 거란 믿음을 가지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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