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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사람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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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배 Oct 18. 2021

드라마가 슬퍼서 우는 거야, 김선호가 울어서 슬픈 거야

이유가 무척 궁금하네.

토요일 저녁, 아내랑 둘째와 함께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를 보고 있었다. 드디어 홍반장의 5년간의 공백기의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보면서 내내 안타까웠다. 나라도 그런 상황이면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은 마음이 들 것 같았다. 그때였다. 아내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이 아닌가.


"엄마 울어?"

"아니야. 울긴...."


둘째는 그런 엄마를 발견하곤 몹시 놀랐다. 그래 이해해. 분명 슬픈 장면 맞잖아. 그래도 그리 울 정도까지는 아닌데. 갑자기 송준기가 나오며 잠시 광고 시간이었다.


"엄마, 송중기가 좋아 김선호가 좋아?"

"김선호"

"그럼, 현빈이 좋아 김선호가 좋아?"

"음.... 고민되는데, 김선호!"

"마지막인데. 아빠가 좋아 김선호가 좋아"

"뭐라고? 말할 수 없어. 그냥 마음속으로 답했어"


뭐시라. 말할 수 없다니. 말이야 방귀야.


"하긴 나도. 김선호 아빠면 숙제도 잘하고 말도 잘 들을 것 같아."


지난번 현빈 아빠 사태에 이어 나를 두 번 죽이는구나. 나는 한사코 화면 속에 있으니 멋지지 남편이고 아빠면 그렇지 않을 거라고 열심히 논리를 펼쳤으나 이미 눈에 하트가 가득한 이들에겐 소용이 없었다.


김선호 아니 홍반장이 오열하기 시작했다.


"흑흑흑...."


아내도 옆에서 어깨까지 들썩이며 펑펑 울었다. 꺼이꺼이 소리까지 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왠지 씁쓸했다. 혹여나 내가 죽어도 저리 슬피 울어줄까. 아니야. 분명 더 구슬피 울 거야. 암만.


여보 근데 정말 궁금하네. 드라마가 슬퍼서 우는 거야, 김선호가 슬퍼서 우는 거야.


답을 해봐. 응?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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