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사람 냄새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실배 Dec 19. 2021

글쓰기 첫 강의를 했습니다.

떨리고, 버벅거렸지만 의미있던 순간들

어제 생애 첫 글쓰기 강의를 했다. 온라인 매일글쓰기 모임 회원들 대상으로 줌에서 진행하는 것이었다. 나를 포함해서 4명이서 15분씩 미니 강의로 진행되었다.


처음 강의 제안을 받고, 살짝 고민했다. 내가 뭐라고. 누군가에게 내세울만한 글을 쓰지도 못하면서 강의를 한다는 것이 부끄러웠다. 하지만 눈 한번 질끈 감고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준비하는 2주간의 시간 동안 어떤 주제로 강의를 해야 할지 막막했다. 괜히 한다고 했어. 늘 저지르고 후회함의 연속이다. 그러다 불쑥 뭐 하나가 떠올랐다. 알려주려 하지 말고 보여주자. 처음 독서 모임에 참여하게 되면서 그곳에서 글쓰기 수업을 듣게 되었고, 이후에도 글쓰기에 대한 목마름으로 다양한 공간에서 글을 쓰게 된 글 길 자체를 나누면 좋을 것 같았다.


회사 점심때랑, 주말에 틈틈이 PPT를 만들었다. 한동안 사용하지 않아서 그런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글쓰기에 관한 여정을 정리하며 나는 글쓰기를 참 좋아하는 사람이란 것을 새삼 깨달았다. 글을 쓴다고 무엇이 되고, 무엇을 얻고, 무엇이 바뀌지 않음에도 꾸준히 글을 쓴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이었다.


강의 전날 금요일 저녁, 강의자 4명이서 줌에서 모여 모의 테스트를 해보았다. 줌에서 PPT를 써본 것이 처음이었기에 많이 버벅댔다. 사전에 한 번 해보길 잘했다. 불안한 마음에 혼자 시연을 해보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강의 시간이 새벽이기에 거실에서 진행하면 잠 귀 밝은 아내가 깰 것 같았다. 궁여지책으로 화장실을 강의장으로 꾸몄다. 샤워기 앞 공간에 프린터 책상을 놓았고, 그 위에 노트북을 세팅했다. 조금 낮은 식탁 의자도 가져왔다. 핸드폰 타이머로 15분을 맞추고 시작하였는데, 시간이 많이 부족했다. 강의 때는 좀 더 속도를 내야 했다.


일찍 잠에 들었다. 하지만 못 일어날까 불안했는지 계속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결국 자는 둥 마는 둥 하다가 30분 전에 강의장으로 향했다. 전 날처럼 준비하고 의자에 앉았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말을 해본 적이 없기에 따뜻한 물로 목을 데웠다.


드디어 시간이 되었다. 내가 첫 강의라 떨리는 마음으로 강의 문을 열었다. 15분이 어떻게 흘렀을까. 막판엔 시간이 모자라서 랩을 해버리고 말았다. 줌이라서 직접 소통하지 못했지만, 열심히 고개도 끄덕이고, 간간히 넉넉한 미소를 보내주어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강의를 마치고 '후'하는 깊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제는 편한 마음으로 수강생이 되어 나머지 강의를 들었다.

모든 강의를 끝나고, 줌의 네모난 창을 가득 메운 글벗의 모습을 보며 무척 감사했다. 솔직히 이른 새벽시간이라 많이 참여하지 못할 것이란 예측을 했는데, 화면 넘어 뜨거운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의 이야기가 모두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길 바랬다.

강의를 기획하신 글쓰기 리더님의 마지막 말씀처럼 글쓰기가 진입하기 쉬워 레드오션이지만, 그만큼 꾸준히 하는 사람은 드물기에 블루오션이다. 그러기에 앞으로도 좋은 마음으로 오래도록 써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연말에 글쓰기로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었다. 그 순간 모두는 두고두고 마음속에 남을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11월의 산타 할아버지 선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