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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배 Apr 01. 2022

결혼기념일, 딸이 나보다 설렌 이유

세상의 단어로는 모두 표현 못 할 사랑 그리고 고마움

점심이 조금 지나서였다. 딸에게서 카톡이 왔다.

결혼기념일 축하 카톡이었다. 서둘러 답을 보내고 나니 곧바로 연락이 왔다. 봄을 한가득 먹은 목소리로 언제 오냐고 물었다. 무언가 꿍꿍이가 있어 보였다. 최대한 빨리 마무리 하고 가겠다고 했다.


지난주 공백을 메꾸느라 칼퇴 하지 못했다. 그래도 저녁을 먹고 와서 손에 모터를 달고 일에 매진해서 예상보다는 일찍 집에 갈 수 있었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딸이 달려왔다. 그리곤 얼른 내 눈을 가리고 어디론가 이끌었다. 이제 다 되었다는 말에 눈을 떠보니 예쁜 꽃이 나에게 손짓을 하고 있었다.

결혼기념일을 위해서 딸은 학교가 끝나자마자 미리 보아둔 꽃집으로 달려갔다고 했다. 어떤 꽃이 마음에 드냐고 물으며 한 송이씩 각각 골랐다더라. 그래서 거의 30분이나 걸렸다는데. 이 아이를 어쩌면 좋을까. 것도 그간 모은 용돈으로 산 것이었다.


아이는 내가 좋아하는 반달눈을 가득 뜬 채 뽀뽀 선물까지 주었다. 코로나 후유증으로 지치고 힘든 몸과 마음에 봄비가 촉촉이 내렸다.


덕분에 아내와 잠시 앉아 꽃을 바라보며 지난 15년도 돌아 볼 수 있었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가 우리에게 왔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행복했다.


딸이 꽃을 고르며 설렜을, 그리고 우리에게 보여주기 위해 기뻤을 그 순간 하나하나를 떠올리며 앞으로 더욱 잘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세상의 단어로는 모두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사랑해. 그리고 선물 정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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