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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사람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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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배 Apr 04. 2022

드라마 '서른, 아홉'을 떠나보내며.

진정한 애도란 무엇인지 생각해보다.

불쑥 이 세상을 떠나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곳에 남겨둔 인연, 미련, 사랑, 후회 등을 어떻게 정리하면 좋을지.


드라마 '서른, 아홉'이 끝났다. 우연히 보기 시작했고 초반에 세 친구의 발랄한 모습에 요즘 유행하는 가벼운 일상 이야기인 줄만 알았는데, 극이 진행될수록 '죽음'을 주제로 진지하게 접근해 나갔다.


마지막 회는 이제 곧 죽음을 앞둔 찬영이 친구 미조, 주희와 함께 주변을 하나 둘 정리해나가는 모습이 그려졌다. 찬영이 친구들에게 죽은 후에 부를 지인 명단을 주었더니 브런치 카페에 그들을 모두 불러 서프라이즈 만남을 주선했다. 한 명 한 명 눈을 맞추며 인사를 건네는 장면에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을 수 없었다.


찬영은 모두의 앞에서 소회를 밝혔다. 비록 절반 정도밖에 살지 못하고 떠나지만 여러분들 덕분에 더할 나위 없는 나의 인생이었다는 말에 모두가 붉은 눈시울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 선물 같은 눈이 내렸고, 다 함께 눈을 바라보며 저마다의 추억에 잠겼다.


우리는 누군가 죽음을 맞이하면 장례식장에 들러 잠시 고인을 생각하다 돌아오는 것에 익숙하다. 진정한 애도를 보내기엔 그 시간과 상황이 턱없이 부족했다. 이렇게 떠나기 전 직접 만나 서로 간의 인연을 곱씹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나중에 나도 그런 기회를 만들고픈 생각이 짙게 들었다.


예정된 시간보다는 좀 더 오래 머물다 떠났다. 이제 남겨진 사람은 각자 만의 방식으로 그녀를 추억했다. 누군가는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어 보러 오길 기다리고, 또 누군가는 그녀의 모습이 담긴 영화를 보며 그리워한다. 때론 모두 모여 그녀의 바람처럼 서로를 다독인다.


진정한 애도란 이런 것 같다. 갑자기 내 안에서 떠나보내기보다 이렇게 조금씩 시간에 기대어 그 기억이 옅어져 가길 바란다. 물론 기억은 마음과 반비례해서 영원히 그 안에서 살아 숨 쉴 테지만.


긴 여운이 남는 드라마였다. 죽음, 남겨진 사람들, 애도 등 언젠가는 나의 일이기에 몹시 감정이 이입되었다. 비록 내내 죽음을 떠올리게 만들었지만, 끝이 난 지금은 오히려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그 사람을 추억할 수 있는 일도 그 사람과 가졌던 좋은 시간들이 만들어낸 결과물 이리라.


가끔 삶이 지치고 힘들 때 꺼내 보며 위로받고 싶어졌다. 열심히 내 하루에 최선을 다하고, 주변도 돌아보며 사람답게 살아가야지. 그리곤 다가올 그날을 천천히 기다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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