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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배 Oct 07. 2022

2년째 브런치 북 출판 프로젝트에 응모하지 못했습니다.

응모는 못하지만 독자로서 즐긴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로 마음이 들썩거린다. 이웃 작가님의 글이 우수수 발행되며 알람이 쉴 새 없이 울린다. 글을 연달아 몇 편 읽으면 이번에 어떤 주제를 잡았는지 대략 보였다. 다들 수상의 꿈을 품고 내 안에 담긴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려 온 힘을 다했다. 그런 열정을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깊은 한숨이 나왔다.


나는 2년째 브런치북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쓴 글이 메인에 오르고, 포털에 노출되어 조회수가 폭증하고, 하나 둘 구독자가 늘어가며 그 재미에 푹 빠졌었다. 글을 발행하고 알람이 울리면 어느 곳, 어떤 상황에서든 확인하는 '나'가 보였다. 당연히 브런치에서 주관하는 모든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으뜸은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였다.


매거진으로 모은 글 중 선별해서 정성스레 브런치 북으로 만들었다. 그때 나의 글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먼저 대한민국에서 남편, 아빠, 아들 세 가지 이름으로 살아가는 소소한 삶과 중년 남성으로 살아가는 웃픈 이야기였다. 주제가 명확했기에 글은 금방 쌓였고, 프로젝트도 차질 없이 응모했다. 수상자 발표날이 다가올수록 떨리는 심장을 주체 못 했다. 로또라도 당첨되는 듯 기다리는 기간 동안 홀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수상자에 내 이름이 오르면 쏟아지는 주변의 축하인사, 소중한 나의 글이 책으로 만들어지는 순간은 떠올리기만 해도 짜릿했다.


결국 꿈은 꿈에서 머물렀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그다음 해에도 빠짐없이 응모를 하였고, 어느 순간 수상의 기대뿐 아니라 브런치 북을 만드는 것 자체에서 의미를 찾았다. 비록 출간되지 않았지만 일관된 주제로 예쁘게 포장된 나의 글을 읽어주는 독자가 있기에 좌절하지 않았다.


그랬던 내가 어느 순간 브런치북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글쓰기를 중단하지도 않았다. 전보다 활발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꾸준히 글을 발행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런 이유는 무얼까.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내 글이 중구난방이었다. 사춘기에 들어선 아들과의 갈등에 관해서 썼다가, 중년 남성으로서 겪는 고민도 담았다가, 지인을 만나 달달한 마음을 표현하고, 또 멋진 풍경에 흔들리는 감성도 적었다. 이러다 보니 글의 일관성이 없었다. 마음 한구석에는 큰 틀을 정해놓고, 그 안에서 쓰자고 하면서도 눈앞에 흩어지는 글감 하나하나를 포기할 수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그래. 그냥 마음 가는 대로 가자.'라며 내려놓았다.


또한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글을 쓰지 못했다. 이웃 작가님의 브런치북을 보면 소소하지만 특별한 무언가가 분명 있었다.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하며 했던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란 말처럼 개인적이지만 특별하고 창의적인 이야기가 필요했다. 그에 반해 내 글은 빤했다. 전체적인 뼈대는 같으면서 부속품만 조금씩 교체한다. 그러니 감히 엮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브런치북 출간 프로젝트 마감일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도 응모는 물 건너갔다. 그저 독자로서 정성스레 모인 글을 읽는 역할에 충실해야겠다.


그렇다고 완전히 포기하지 않았다. 언젠가 개인적이면서도 일관성 있는 나만의 주제를 만난다면 그땐 주저 없이 응모할 예정이다. 기대는 늘 마음 한구석에 고이 간직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모든 작가님을 열렬히 응원하며 또다시 중구난방 글 하나를 추가하고 말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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