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면 우린 독서모임을 해요

가을이 가기 전에 시작하기

by 실배

가을이 왔다. 그리곤 금방 그 자리를 겨울에 넘겨주려 한다. 아쉬움을 남기기 전에 나도 하나 발자국을 찍었다. 바로 가족독서모임이었다. 계속 해오긴 했지만 일정도 들쑥날쑥이었고, 심지어 빠진 달도 있었다. 가을은 책의 계절이기에 방점을 찍어야 했다.


테이블에 모여 회의를 했다. 아내는 당분간 쉬고 싶다고 했다. 둘째는 계속하겠다며 손을 들었고, 첫째는 뜨뜻미지근했다. 이럴 땐 기지를 발휘해야 한다. 아이들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바로 용돈이었다. 모임을 하면 정기적으로 용돈을 주겠다고 하니 첫째도 손을 하늘 끝까지 들었다. 왜 여태 이 생각을 못 했을까.


그리고 드디어 일요일 오후에 모임을 시작했다. 모임을 하기 전 아이들과 날을 정했다. 매월 둘째 주 일요일 오후에 하기로 했다. 둘째는 달력에 다음 달 모임을 표기했다.

나는 대문호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 첫째는 이꽃님 작가의 '죽이고 싶은 아이'를 가져왔다. 다만 둘째는 읽었던 책을 아내가 도서관에 반납했다며 슬픈 표정을 지었다. 다음번에는 책을 꼭 가져오기로 했다.

가위바위보로 순서를 정했다. 둘째가 꼴찌, 나 그리고 첫째 순이었다. 둘째의 책은 유은실 작가의 '멀쩡한 이유정'이었다. 여러 단편이 모인 책인데 둘째는 제목과 동명인 작품을 선택했다.




딸의 책 - 멀쩡한 이유정


https://naver.me/FIY0O8Ez


줄거리

길치인 유정이는 항상 동생 뒤를 따라 아녔다. 그것이 부끄러워 주변 사람들에게 숨겼다. 어느 날, 동생이 유정이를 기다려주어야 하는데 동생이 먼저 가버리고 말았다. 유정이는 여러 사람을 만나 길을 물어봤지만 그 길을 금세 까먹고 말았다. 유정이는 학습지 선생님이 집에 오시는 시간까지 집에 도착하지 못했다. 유정이가 아파트 단지에 들어섰을 때, 길을 걸어가는 학습지 선생님을 보았어요. 학습지 선생님께 자신이 길치라고, 집까지 같이 가자고 하려고 했는데 선생님이 유정이를 보고 본인도 길치라며 같이 가자고 했다.


질문거리


1. 아빠의 질문 : 유정이처럼 길을 찾지 못해서 헤맨 적이 있나?


아들 : 얼마 전 학교에서 체험학습을 갔는데 잠깐 한눈판 사이에 친구들이 사라졌다. 그래서 헤매다가 간신히 다른 친구를 발견해서 갈 수 있었다. 그때 무척 당황했었다.

딸 : 나는 절대 없다. 나는 길을 잘 찾는다.


아빠 : 나도 길치기 때문에 길을 찾지 못한 경험이 많았다. 심지어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서 동네 근처 해장국집을 가기로 했다가 한참을 찾아다닌 적도 있었다. 그래서 낯선 곳에 가면 일찍 도착해서 장소를 찾는 습관이 생겼다. 사실 친할머니도 길치라서 유전인 듯싶다.


2. 아들의 질문 : 남들에게 숨기고 싶은 비밀이 있나?


딸 : 질문이 이상하다. 남들에게 숨기고 싶은 비밀인데 여기서 말하면 비밀이 아니지 않다. 솔직히 있지만 여기서 공개할 수 없다.


아빠 : 사실 나는 강아지가 무섭다. 강아지를 10년이나 키웠었음에도 무시한다니 솔직히 부끄럽다. 문경에 가서도 또순이가 이쁘면서도 쓰다듬을 때 물릴까 겁이 났다. 예전에 키우던 강아지에게 물린 경험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아빠의 책 - 싯다르타


http://www.11st.co.kr/products/4350690310/share


줄거리

브라만의 아들인 싯다르타는 자신의 고향 마을에서 그에게 주어진 안락과 명예를 누리며 살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지혜와 새로운 경험을 얻고자 하는 열망으로 가득 찬다. 아버지에게 자신의 바람을 밝힌 싯다르타는 어린 시절 친구인 고빈다와 함께 집을 떠나 방랑하는 고행자 무리인 사마나들을 따라나선다. 그들과 함께 수행을 하지만 여전히 채워지지 않는 마음을 발견하고는 떠난다. 그러던 중 우연히 진리를 전파하는 자를 만나고 고빈다는 그의 제자가 되었지만 싯다르타는 떠난다. 세속의 삶에서 사랑하는 여인도 만나고 부도 축적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계속 허무함이 쌓였다. 그래서 결국 예전에 만났던 뱃사공을 찾아가고 그곳에서 진리를 찾는 여정을 이어간다.


질문거리


1. 딸의 질문 : 싯다르타는 진리를 찾았을까?

아들 : 아빠가 소개한 책은 소설이라 확실치 않지만 역사적으로는 찾은 것으로 알고 있다. 싯다르타가 나중에 진리를 깨닫고 부처가 되었다.


아빠 : 뒷이야기를 하면 싯다르타는 뱃사공을 만나 자연 속에서 결국 진리를 찾게 된다. 나도 설명하긴 어렵긴 한데 진리란 멀리 있는 곳이 아니라 결국 우리 안에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2. 아들 질문 : 각자 믿고 있는 종교를 이야기 해달라

딸 : 당연히 기독교이다. (아들은 하나님을 만난 적이 있냐고 물었다) 아직 없지만 어릴 때부터 하나님을 믿어왔고, 꼭 만나게 될 것이다. 아들도 신앙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빠 : 나는 어릴 때 어머니께서 절에 열심히 다녔다. 그래서 우리들도 밥 먹기 전에 불경을 반드시 이어야겠다. 그러던 중 군대에서 교회를 다니게 되었다.(아들은 초코파이 때문이 아니냐고 의심했지만 단호하게 아니라고 답했다) 그리고 아내를 만나 본격적으로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다. 성가대에서 찬양할 때 가장 은혜롭다.


아들의 책 - 죽이고 싶은 아이


https://naver.me/GKvGM5FI


줄거리

이 책은 독특하게 인터뷰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서은과 주연은 친구 사이이다. 그러던 어느 날 서은이 인적이 드문 학교 건물 뒤에서 주검으로 발견된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주연이 지목되는데, 주연은 서연이 죽은 날이 흐릿해서 본인이 그랬는지 아닌지도 확실치 않다. 주변 사람들은 점점 주연을 범인으로 몰고 가는데, 나중에 밝혀진 사실로 범인은 따로 있었다.


질문거리


1. 아들의 질문 : 무언가를 숨기려다가 들킨 적이 있나?

딸 : 예전에 친구랑 밖에서 놀던 중 엄마한테 연락이 왔다. 더 놀고 싶어서 받지 않았다. 혹여나 엄마가 찾아올까 봐 멀리서 갔음에도 어떻게 알고 만났다. 그때 엄청 혼났던 기억이 난다.


아빠 : 어릴 때 어머니가 외출한 틈을 타서 TV를 보았다. 그날은 TV 시청이 금지였던 날이었다. 어머니가 돌아오는 소리에 얼른 TV를 껐는데, 오셔서 화면 뒤편에 손을 대시더니 약속을 어겼다며 혼이 많이 났다. TV를 꺼도 들킬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2. 딸의 질문 : 주연이처럼 내가 하지도 않은 일에 억울했던 적이 있나?

아들 : 초등학교 때 많았다. 선생님이 여학생들과 차별을 많이 했었는데, 같이 장난을 쳐도 꼭 남학생들만 혼이 났다. 그때는 많이 억울했는데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었다. 그래도 다행히 중학교에 올라와서는 그런 일이 없었다.


아빠 : 태어날 때부터 이마에 붉은 점이 있었다. 학창 시절에 잠을 자지도 않았는데 선생님이 점을 자다가 난 자국으로 오해하고 혼을 낸 적이 종종 있었다. 분명 점이라고 말을 해도 믿지 않아서 매우 억울했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두발 자유였는데, 머리를 내리고 다녀서 더는 오해를 받지 않았다.


느낀점


딸 : 오래간만에 오빠와 독서모임을 같이 해서 좋았다. 오늘 소개된 책 모두가 흥미로웠다. 나중에 모두 꼭 읽어보고 싶었다.


아들 : 우선 아빠가 독서모임을 참여하면 용돈을 준다고 해서 좋았다. 약속을 꼭 지켰으면 좋겠다. 책이 재밌어서 그런지 오늘 모임에서는 할 이야기가 많았던 것 같다.


아빠 : 독서모임을 하면 책 안에 내용뿐 아니라 나의 경험에 비춘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어서 좋다. 앞으로 매달 정해진 시간에 독서모임을 하기로 했으니 꾸준히 이어가길 바란다.





독서의 계절인 10월에 이렇게 가족독서모임을 해서 의미가 있었다. 이번에 모임을 하면서 아이들이 또다시 부쩍 성장했구나를 느꼈다. 특히 둘째는 이제 마음속의 이야기도 마음껏 표현할 만큼 성숙했다.


가족독서모임도 하고 아이들에게 용돈도 주고 일석이조이다. 아내가 잠시 휴지기를 갖고 있는데, 얼른 돌아가 다 같이 모임을 했으면 좋겠다.


다음 달에는 공통 도서를 하기로 했다. 주말에는 도서관에 들러 함께 읽고 나눌 수 있는 책을 찾아보아야겠다.


가을이 왔다. 이렇게 우리는 독서모임을 멋지게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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