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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배 Feb 25. 2023

그냥 그대로 있어도 괜찮아.

달님이 전한 위로

최근 내내 몸이 좋지 못했다. 지난주 회사에 있는데 갑자기 왼쪽 허리춤에 바늘로 찌르는 듯한 고통이 찾아왔다. 도저히 견딜 수 없어서 잠시 바람을 쐬러 밖으로 나왔는데 그대로 주저앉았다. 몸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다. 핸드폰으로 검색해 보니 맹장은 아니었다. 그때 눈에 들어온 단어가 있으니 '요로결석'이었다.


지금 아픈 부위가 정확히 일치했다. 급히 외출을 내고 택시를 잡아타고 비뇨기과로 향했다. 가는 동안 감당할 수 없는 통증으로 몸을 가만 둘 수 없었다. 간신히 병원에 도착한 후 소변검사와 X-Ray를 찍었다. 진통제를 맞고 나서야 조금 가라앉았다.


조금 뒤에 의사 선생님을 만나고 요로결석임을 확인했다. 다행히 크기가 크지 않아서 약물치료를 받기로 했다. 그렇게 회사를 돌아왔지만 바로 퇴근할 수 없었다. 이제 본격적인 시즌을 돌입해서 그 주까지 반드시 마무리 지어야 할 일이 있었다. 여전히 통증이 있는 허리를 부여잡고, 그날도 다음날도 야근을 해야 했다.


주말에도 내내 개인적인 일정이 이어졌다. 토요일엔 내가 주관해서 진행해야 하는 독서모임이 있었고, 일요일부터 월요일까진 가족 여행도 잡혔다. 무엇하나 포기할 순 없었다. 그 사이에도 틈틈이 글을 쓰고, 기사도 발행하고, 새로 출간한 책도 홍보했다.


여행을 다녀온 후에는 감기까지 걸렸다. 코로나 이후 3년 만에 찾아온 불청객이었다. 코가 막히고, 기침이 계속 났다. 밤에도 잠이 수시로 깨서 피곤했다. 며칠 푹 쉬면 좋으련만. 그렇지만 일 년 중 가장 바쁜 때인 이 시점에 그럴 순 없었다. 또다시 야근의 늪에 빠져 허우적댔다. 몸은 점점 더 극한으로 치달았다.


이번주 목요일 저녁이었다. 일을 마무리하고 밖을 나가니 어두컴컴한 하늘에 유독 밝은 달이 비추고 있었다. 갈 걸음도 잊은 채 그냥 잠시 그대로 머물렀다. 그리곤 내 안 깊은 곳 어디서부터 무언가가 차올랐다. 울컥하며 눈시울이 뜨거웠다.  


뭐 한다고 몸과 마음이 이리 되도록 나를 몰아붙였을까. 한 번쯤 모두 내려놓으면 좋으련만. 가만있으면 차오르는 불안이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도록 만들었다.  


"뭘 그렇게까지 애쓰며 살아. 이 미련한 사람아."


저 높은 하늘에서 나를 바라보며 그렇게 말해주는 듯 보였다. 그건 내가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기도 했다.


'그냥, 그대로 있어도 괜찮아. 실배야. 이젠 좀 쉬면서 몸도 좀 챙기자. 그래도 괜찮아. 충분히 노력하며 살아왔잖아.'

   



보글보글 매거진 이번주 글감은 ' 내가 나에게 하고 싶은 말'입니다.


이전 차영경 작가님의 글입니다.


https://brunch.co.kr/@hitom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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