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동료 A는 좋고 싫음이 명확하다. 무언가 부탁을 해도 본인이 어려운 상황이 되면 무리하지 않고 명확히 안 되는 사유를 밝히며 거절했다. 처음엔 사람이 정감 없고 차갑게 느껴졌다. 나 같으면 도와주었을 텐데 하며 마음속에 '삐짐'을 담아 놓기도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사람의 진가를 알게 되었다. 제대로 도울 상황이 되지 않아 이도저도 안 되느니 차라리 거절을 택함으로써 나중에 서운할 상황을 미연해 방지했던 것이다. 대신 가능할 땐 전심을 다해 화끈하게 도움을 주었다. 그러다 보니 우리 사이엔 적절한 타협점이 형성이 되었다. 서로가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고, 꼭 필요할 땐 도움을 주고받고.
동료 A를 통해 나를 비추어 보게 되었다. 그에 반해 나는 지지리도 거절을 못하는 사람이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께 남을 먼저 배려하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서인지 거절을 할라치면 죄책감이 먼저 밀려왔다. '이번엔 안 되겠네.', '나는 싫어.', '다음번에 하자.' 등등 입 안에만 뱅뱅 맴돌고 당최 밖으로 나오기 어려웠다.
바쁘거나 내키지 않는 상황임에도 거절하지 못해 들어주다가 나는 나대로 힘들고, 상대방도 썩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을 마주했다. 최근에도 두 가지 약속이 동시에 겹쳤는데, 어떤 것을 거절해야 할지 몰라 미루다가 결국 끝에 가서야 정했다. 애초에 약속 하나를 거절했으면 이런 마음 불편한 상황까지 오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나로 인해 지인의 스케줄까지 꼬이고 말았다. 늘 이런 식이다.
그럼 내가 착해서. 남을 배려하는 사람이라서. 택도 없는 소리였다. 그 이면엔 좋은 사람이 고픈 오로지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마음 때문이었다. 어려울 땐 명확히 거절하는 것이 상대방을 위하는 행동이었다. 머리론 이해가 되면서도 실천하기엔 풀기 어려운 수학문제 같다.
찾아보니 부드럽게 거절하는 7가지 방법이 있었다.
1. "생각할 시간을 좀 주세요."
그 자리에서 분명하게 거절해야 할 일이라도 한 시간 정도 생각해 본 척 한 다음 분명하게 거절하는 편이 상대의 반발을 막을 수 있다.
2. "정말 좋은 제안이군요."
상대방의 제안을 일단 인정한 다음, 다른 일 때문에 바빠서 함께 할 수 없다고 말한다. 다른 일이 어떤 일인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다.
3. "정말 대단하세요."
일단 상대방을 칭찬한 다음, "당신과 같이 일하고 싶지만 이번에는 어쩔 수 없네요"라고 말한다.
4. "원칙적으로 저는 그런 일을 하지 않아요."
일정한 자신의 확고한 기준이 있다고 하면, 개인적인 이유로 거절하는 것보다 더 잘 받아들여진다.
5. "정말 안 됐네요."
들어주기 어려운 부탁이라면 거절에 앞서 그 사람의 처지를 이해해 주어라.
6. "지금은 곤란한데요."
사실상 거절이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는 방법이다. 어떤 특정한 날 무엇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으면 "안 돼요. 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 보다는 "그날은 어렵겠는데요"가 사람의 마음을 덜 상하게 한다.
7. "음.. 안 되겠어요."
싫은 것은 싫다고 말해야 하지만 잠시 뜸을 들여 고민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다음 분명하게 상대를 보며 "아니요"라고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직도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찬찬히 읽어보니 실천해 봄직 했다. 출근길, 현관 옆에 붙은 거울을 쳐다보며 연습을 해봐야겠다.
어떻게 선택하고, 어떻게 받아들이거나, 거절할지 이해하는 순간 근심과 불안이 사라진다는 공자님의 말씀처럼 나와 상대방 모두를 배려하는 현명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한번 해보는 거야.
이번주 보글보글 매거진 글감은 '거절하는 용기'였습니다. 늘 저에게 마음의 짐 같은 거절에 관해서 글을 쓰면서 한가닥 희망을 찾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