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사람 냄새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실배 Oct 30. 2023

설렘을 동반하는 '시작'이란 두 단어

라라크루 6기에 참여하는 마음

브런치 수호 작가님이 운영하는 '라라크루'란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다. 사실 전부터 눈여겨보기는 했지만 선뜻 신청 버튼을 누르지 못했다. 일이 바쁘고, 글 쓸 시간이 부족하다는 구차한 변명만 늘어놓으며 미루고 미뤘다.


사실, 지금 나에게는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다. 온라인 매일 글쓰기 모임을 꾸준히 참여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 고인 물이 되어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점점 꾀만 늘어 툭하고 던지듯 일상글만 올리며 참여 칸에 동그라미를 그리고 그래도 쓴 게 어디냐며 안위한다. 물론 내 삶에 일부가 되어버린 매일 글쓰기는 계속해나갈 테지만.


쓰고 싶은 연재 글도 있고, 쓰다 만 소설도 있고, 써야 할 글도 존재한다. 매일이 아닌 일주일에 두 번 쓰고 공유하는 라라크루의 시스템은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한 매력적인 제안이다. 이렇듯 구속력이 있어야 어떻게든 쓰게 됨을 경험적으로 알기에.


한 번 요일을 정해 놓고 써보려 한다. 주 중에 한 번, 주말에 한 번이면 어떨까. 그때만큼은 다른 건 다 제쳐두고 쓰기에 집중해 보는 거다. 물론 온갖 변수들이 찾아와 시험대 위에 나를 올려놓고 마구 흔들어댈 테지만 그러면 또 그런대로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되니깐.


부담 안에 있으면서 부담을 내려놓는 모순적 상황에 놓여보아도 좋을 듯싶다. 실천은 하지도 않으면서 쓰고 싶다는 욕망만큼은 들끓는다. 이걸 잠재우려면 무언가라도 해야만 한다.


일요일 저녁에 줌으로 오리엔테이션이 있었다. 그간 브런치에서 활동하면서 보고 싶었던 분을 만나 반가웠고, 새로운 글벗도 마주하곤 설핏 흥분이 나중엔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물론 갈수록 내향인 기질이 강화되어 이런 상황엔 어떤 표정을 짓고, 저런 상황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내내 어색함에 허우적댔지만 이내 글을 좋아하는 사람끼리 통하는 주파수를 찾아 맞추곤 긴장을 한 움큼 덜어냈다.


오가는 대화 하나하나 와닿았고, 무엇보다 선한 기운이 화면 넘어서까지 전해졌다. 라라쿠르가 갖고 있는 방향성, 지향점도 참 마음에 들었다. '글로 무언가 이루겠다는 거창한 목표보단 쓰는 재미를 꾸준히 가꿔나가 보자.' 평소 나의 모토와 정확히 일치해서 놀랐다. 이건 운명인가.


점점 새로운 좋은 사람 만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글과 더불어 이렇게 같은 곳을 바라보는 인연을 맺는 것만으로도 다한 것이 아닌지 싶다. 물론 글도 충실해야겠지만.


이제 세 달간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언제나 '시작'이란 두 단어는 설렘을 동반한다. 천천히 나만의 속도로 한발 한발 내디뎌보는 거야.

매거진의 이전글 어느 가을 타는 날, 춘천에 두고 온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