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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사람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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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배 Nov 13. 2019

상상은 현실이 된다.

얼마 전 본 영화에서 나온 대사가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상상은 현실이 된다.' 양자물리학에서 나오는 법칙 중 하나 란데 사실인지는 모르겠다. 거창한 이론을 갖다 붙이지 않아도 살면서 많이 들어왔다. 팔팔한 20대였더라면 이 말에 설레며 나아갔을지 모르겠지만, 이 만큼 살고 보니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 같다.

요즘 퇴근하면 '나만의 공간'에서 아들과 함께 책을 읽고 있다. 평상시엔 식탁이지만 나에게는 책 읽는 공간이다. 가끔 딸도 초대해서 셋이서 책도 보고 장난도 친다. 그래 안다. 이런 공간만으로도 감지덕지한 것을. 그렇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파동이 서서히 일고 있다. 거실에서 온 가족이 함께 책 읽는 공간이 있으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그 파동이 점점 거세지더니 결국 지난 주말 아내와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낡아 수명이 다해버린 소파를 없애고 그 자리에 원목 테이블을 놓은 것을 진지하게 상의했다. 인터넷 검색해보니 너무 탐나는 물건으로 가득했다. 그중에서도 아내와 나를 사로잡은 테이블이 있었다. 보는 순간 이거다 하는 느낌이 확 왔다. 너무 짙지도 엷지도 않은 적당한 빛깔에 원목 그대로를 담아 고급스러웠다. 나는 이미 그 테이블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그 자태에 어울리는 가격이었다. 어떡하지. 잠시 아내와 나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그때 아내가 나에게 제안했다. 일단 사진만으로는 정확히 알 수 없으니 직접 물어보자는 것이었다. 바로 담당자에게 연락했다.

"저. 인터넷 보고 연락드리는데 대략 2m 정도 되고 적당한 가격대의 테이블이 있나요?"
"그렇게 말씀하시면 우리 공방엔 150여 가지가 넘는 종류가 있는데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그러지 말고 직접 와보시죠.'

다음 주 해외 출장이 있고 무척 바쁘다는 그분의 너스레를 들어주다 일요일 오후, 용인에 위치한 공방에 가기로 예약을 잡았다. 그리곤 연달아 그분에게 테이블 관련 문자가 왔다. 이러다 왠지 살 것 같은 느낌 아닌 느낌이 왔다.

어제저녁 퇴근 후에 아들과 '나만의 공간'에서 책을 읽었다. 딸 숙제를 봐주던 아내가 불쑥 말을 꺼냈다.

"오빠. 근데 진짜 테이블 살 거야?"

저 멀리 우주의 기운이 나에게 닿아 큰 파동이 일었다. 그 파동에 떠밀려 나도 모르게,

"그럼. 당연히 사야지. 우리 거기서 책도 읽고 독서 모임도 하면 참 좋겠지?"

상상하면 현실이 된다는 양자 물리학의 법칙이 있다. 나는 간절히, 정말 간절히 무언가를 상상하고 있다. 이제 현실이 되는 일만 남았다. 되겠지. 암. 되고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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