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를 맞이해서 마흔은 인생의 중간지점으로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는 듯하다. 얼마 전부터 서점에 '마흔'을 키워드로 한 다양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나 또한 마흔에 진입해서 깊은 슬럼프가 찾아왔다. 하루하루가 의미 없고, 무얼 해도 힘이 나지 않았다. 그 시기 나를 지탱해 준 건 바로 글쓰기였다. 우연히 블로그에 일상을 기록하기 시작했고, 그저 별것 없이 보였던 하루의 소중함도 깨닫고 글로서 위로와 힘을 얻었다.
그래서 이번에 출간된 권수호 작가의 '마흔에 글을 쓴다는 것'이란 책이 더욱 반갑고, 궁금했다. '일상의 빛나는 순간을 찾아 쓰는 라이트라이터'란 첫 소개말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작가의 마흔 또한 암울했다. 고통과 권태가 시계추처럼 반복되고 있었다. 건강, 가족, 인간관계, 직장생활 등 인생 전반이 삐걱댔고, 열심히 사는데 행복하지 않을까 반문했다고 했다. 그 말이 왜 그리 와닿는지.
'미래'가 아닌 '지금' 행복하기 위한 글쓰기
그때 작가의 깨달음은 바로 '지금'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인생의 유한성 속에 지나면 사라질 지금을 붙잡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고민 끝에 찾은 방법이 주변을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힘겨운 일상에서 '작지만 빛나는 순간'을 찾으려 애썼다. 그렇게 지낸 시간이 5년이었다. 작가 스스로 현재를 붙잡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글을 쓰는 일'이었다고 밝혔다. 그 덕분에 삶의 행복을 다시 찾았고, 좀 더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살게 되었다.
작가의 고백은 나에게도 큰 울림을 주었다. 우리는 종종 지금 내 주변에 있는 소중함을 잊고, 언제 다가올지 모를 불확실한 미래를 꿈꾸며 현재를 갈가 먹기 일쑤였다. 이 책을 읽으면 나도 한 움큼 지금의 행복을 찾을 수 있지 않을지 하는 기대를 하게 되었다.
책은 크게 1부, 2부로 나뉜다. 1부의 대주제는 '왜 라이트라이팅일까?'이며 총 4장으로 구성되었다.
1장은 '글이란 걸 써 보고 싶습니다'란 제목으로 평범한 직장인이 글을 쓰게 되면서 마주한 고민을 담겨 있는다. 무엇을 쓸지, 언제 어디서 쓸지, 글감을 찾는 법, 초고의 중요성 등등 담겨있다. 처음 글을 쓰고자 하는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내용이었고, 작가의 모토처럼 무겁지 않게 일상의 재밌는 일화를 통해 풀어내어 때론 피식 웃음도 나고 때론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나도 글을 쓰겠다고 마음 먹고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했는데, 이 책을 미리 만났다면 그런 고민이 단숨에 해결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글을 쓴다고 어렵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일단 내 주변 모두를 글감이라 생각하며 부담 없이 기록하기를 강조했다. 힘 빼고 가볍게 가볍게.
2장은 '시작은 했는데 쉽지 않네요.'로 첫 문장 쓰기, 한 줄 요약, 일기와 에세이의 차이 등 글쓰기를 하는 이라면 모두가 공감할 만한 내용들이 있었다. 특히 초고에 어려움을 극복하는 내용이 인상적이었는데 쓰레기 같은 초고라도 써야 고칠 수 있다는 말이 와닿았다.
이어지는 3장 '글쓰기 슬럼프에 빠졌어요'와 4장 '점점 글쓰기가 재미있어집니다.'는 글을 쓰면 누구나 찾아오는 글태기와 글쓰기의 즐거움이 깨알같은 경험담과 어울러져 읽는 맛이 있었다. 특히 글럼프 뽀개기, 퇴고가 뭐예요? 먹는 거에요?란 소제목을 보며 작가가 넘치는 유머감각을 엿볼 수 있었다.
2부 '무엇을 쓸 것인가_글감에 관한 고찰' 역시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때부터는 실질적인 글쓰기 팁이 담겨있다. '관찰', '경험', '행복감정', '삶의 의미찾기'를 통한 글쓰기로 작가가 직접 쓴 글을 예시로 통해 보여주기에 이해하기 쉬웠다.
1장 '관찰'을 통한 글쓰기에서는 실제 주변을 어떻게 관찰하고 그걸 글로 담아내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 주었는데, 어디에도 없는 작가 스스로 고민하고 발견한 방법이라는데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감탄했다. 책을 읽은 사람은 꼭 따라 해보면 좋을 듯싶다.
2장 '경험'을 통한 글쓰기는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살면서 기쁜 일, 슬픈 일은 숨 쉬듯 다가오는데 그걸 글로 풀어내는 것이다. 나도 글감이 떠오르진 않을 땐 하루 중 느꼈던 감정에 집중해서 글을 써보는데 그러면 자연스럽게 한 편의 글이 나왔다.
3장 '행복 감정', 4장 '삶의 의미 찾기'를 통한 글쓰기는 시도하면 삶이 더욱 긍정적이고 풍성해 질 거란 생각이 들었다. 분명 살다 보면 즐겁고 행복한 일이 있는데 종종 잊고 지나친다. 그걸 글로 찾아내는 습관을 들이면 삶이 좋아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글을 통해 삶이 바뀌길 바라는 마음
직장인, 아빠, 남편, 작가란 다양한 역할로 바쁜 중에도 '라라크루'란 글쓰기 모임장으로 활동 중이다. 꾸준한 글쓰기 습관을 들이고, 글쓰기에 도움 되는 여러 가지 팁도 제공하며 벌써 7기까지 진행하고 있단다. 갈수록 참여하는 인원도 늘어나고 그 안에서 출간하는 작가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도 글을 한번 써 볼지 하는 마음이 든다면 글쓰기 모임에 참여해서 도움을 받으면 좋을 듯싶다.
책을 읽으며 글쓰기뿐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더욱 좋았다. 가볍고 쉽게 쓰되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발견하는 마법 같은 일들을. 작가가 풀어낸 글쓰기는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는 요즘 트랜드를 가장 잘 반영하는 책이었다.
굳이 마흔이 아니더라도, 각자의 나이에 글쓰기를 시작하면 어떨까? '지금'이 더욱 찬란하게 빛나길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