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이 찬란하게 빛나는 바로 그곳
라라크루 글쓰기 모임에 참여한 소회
작년 여름쯤부터 심한 글태기를 앓았다. 그렇다고 글을 쓰지 않은 건 아니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치 쓰기 위해 애쓰는 글이랄까. 그저 하루를 기록하는데 의미를 두고 일기 아닌 일기를 써 내려갔다.
고요한 때, 네모난 자판 하나하나를 두드리며 하얀 빈칸을 채워가는 것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었다. 그 소중한 시간마저 싫어질 까 두려웠다. 나란 사람은 어디가 막히면 반드시 뚫어내야 직성이 풀린다. 극복할 방도를 찾던 중 글쓰기 모임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일상 속 빛나는 순간을 바라보고 가볍게 글을 쓰며 함께 성장하는 친구들의 모임'이란 문구를 보는 순간 뭐라 말로는 다 표현 못할 울컥함을 느꼈다.
그래 내가 쓰고 싶은 글이 그런 거였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그저 소소한 일상이 내 손을 빌어 찬란하게 빛날 때, 그걸 맛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행복에 취했다. 그런 글은 모두 어디로 사라졌는지. 바싹 말린 건조함만이 남았네.
시간이 갈수록 새로운 시도가 어렵다. 특히 새로운 만남은 나의 내향성을 더욱 짙게 만들었다. 할까 말까 장시간 고민에 빠졌다. 이럴 땐 하는 것이 맞다는 심리학 어느 한 구절을 핑계 삼아 덜컥 신청을 했다. OT에 참여하며 쭈뼛했지만 20년도 더 된 시절의 신입생처럼 봄바람이 가슴 한구석을 스쳤다.
무엇보다 진정 글을 사랑하고, 함께 으쌰으쌰 하며 성장을 도모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모임 장(여기선 대장님)과 부모임장을 중심으로 요일별로 글감을 받고, 문장 공부도 하며 조금씩 글태기를 벗어났다. 그런 중에 연말 송년 모임과 이어진 합평회도 참석했다. 글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신기하게도 글을 사랑하는 사람끼리만 통하는 주파수가 분명 있었다. 흔히 만나면 나오는 돈, 가정, 승진, 골프 등등 현실이라 치부하는 것 하나 없이 마음껏 글에 관해서 나눴다. 그건 각자의 삶을 나누는 일이기도 했으니.
그럼에도 여전히 활발하게 오가는 카톡방에 머뭇거리고, 주어진 미션도 잘 수행하지 않는 수줍음 많은 불량 회원이지만 오래도록 적을 두고픈 사람 냄새 폴폴 풍기는 곳임은 부인할 수 없다.
글과 만난 인연은 그 안에서 머물지 않고 계속 어디론가 확장됨을 느낀다. 그 끝이 어딜지 모르지만 설렘 가득이다. 지금처럼 중간 조금 뒤에서 따라가다 보면 언젠간 쓰면서 기뻤던 그 글도 꼭 만나리라.
가볍지만은 않은 묵직한 한방이 있는 '라라크루'가 지금처럼 환하게 빛나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라라크루, #라라크루라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