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난, 직장에서의 관계가 시들하다. 좀 더 솔직한 표현으론 재미없다가 맞을 듯하다. 물론 같은 일을 하고 있기에 이야깃거리는 풍부하지만 그건 껍데기일 뿐 알맹이는 없다란 생각이 자주 든다. 하지만 철저히 나를 감추기에 적당한 표정과 적당한 제스처로 적당한 관계는 유지한다. 누가 멀리서 바라본다면 매우 잘 지낸다고 느낄 수 있다.
그건 직장에서의 관심도와도 연결된다. 한때는 지나친 애사심으로 이곳이 전부일 때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저 부속품의 하나요, 우리 가정이 살아가도록 월급을 주는 그 정도 존재. 그렇다고 내게 주어진 일을 대충 하진 않는다. 여전히 퇴직 때까지는 많은 시간이 남았고, 무탈하게 남은 기간을 보내길 소망하기 때문이다.
이런 난감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난 자꾸 눈을 밖으로, 다른 곳으로 돌린다. 내게 소중한 '글쓰기'로 만난 인연이 바로 그것이다. 글은 늘 확장성이 있어서 쓰다 보면 자연스레 결이 맞는 글벗을 만나게 된다. 처음엔 온라인상에서만 소통하다 만날 기회가 생긴다. 글은 문자로 생성되지만 그 안엔 그 사람의 생명이 담겨 눈도 깜박이고, 입으로 숨도 쉬고, 심장도 뛴다.
실제 만나면 "와. 글이 말하네." 하며 눈을 동그랗게 뜨며 홀로 신기해한다. 이런 말을 하면 본 이런 글이 떠오르고, 저런 말을 하면 읽은 저런 글이 떠오른다. 그제야 글과 사람이 합쳐지며 하나의 이미지로 통합된다. 시간을 공유하며 그간 목말랐던 관계의 갈증이 해갈된다.
글벗의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그의 소망이 현실이 되는 순간 마치 내 일처럼 기뻤다. 한걸음에 달려가 늘어나는 술병만큼이나 켜켜이 정을 쌓았다. 떠나는 발걸음이 쉬 떨어지지 않을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