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놓고 세상 밖으로 끄집어 내놓고픈 글이 있다. 그건 그저 마음속에 머물 뿐 세월 속에 묻혀 그 흔적을 찾기 어렵다.
그럴 땐 다짐이 필요하다. 덜컥 올해 버킷 리스트에 '출간'을 넣었다. 물론 중간 아래쯤 위치에 놓긴 했지만.
그간 운 좋게 출간 제의를 받고 책을 냈다.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 말 못 할 인고의 과정을 여러 번 거쳤지만, 시작의 수고스러움에선 자유로웠다.
책을 내기 위해선 투고를 해야 했다.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할지 백지상태로 냉가슴만 앓고 있던 중 '라라크루'란 글쓰기 모임에서 진행하는 잔가지 프로젝트에 덥석 지원했다. 출간을 도와준다는 말에 앞뒤 따질 것도 없었다.
기획서 쓰는 법부터 글을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지 하나 하나 세심하게 알려주는데, 아무런 대가 없이 막 퍼주어도 되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문득 반대 입장이었다면 나는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반문했지만 쉽사리 답을 할 수 없었다.
글 만 있지 아무것도 없었던 곳에 뼈대가 세워지고 조금씩 형태를 갖춰나가기 시작했다. 잔가지 프로젝트에선 마지막까지도 진심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책을 내기엔 분량이 적었다. 글을 더 쓰고 투고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 중에 일단 해보기로 했다. 투고도 아무 곳에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내 글과 결이 맞는 곳을 찾아야 한다는 말에 인근 서점도 돌아보면 출판사 메일을 수집했다.
그리곤 3월 말에 투고 메일을 보냈다. 메일에 써야 할 문구까지도 도움을 받았다. 검토하는 데 1~2주 걸린다는 답메일만으로도 왜 이리 심장이 콩닥거리는지. 그때부터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함께 할 수 없다는 메일이 도착하면 몹시 슬프기도 했다. 다행히 몇 군데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란 답을 받았고 그중 한출판사에서 지금까지 낸 책들과 결이 비슷하다며 미팅 제안을 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만남을 가졌다. 출판사에선 앞으로 책이 나갔으면 하는 방향을 명확히 제시해 주었다. 우선 분량이 적어 추가적으로 써야 할 글이 있었고, 그 방향에 맞게 몇 편의 글을 더 써주길 바랐다. 계약 조건도 괜찮았고, 무엇보다 이 출판사에서 꼭 책을 내고팠다. 출판사에서 그간 출판한 책을 찾아보았는데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일단 구두 계약을 하고, 글을 써서 보냈고 드디어 출판계약 확정 메일을 받았다. 출판사에 계약서를 보낼 주소를 보내며 만감이 교차했다. 기쁨과 더불어 기안 안에 글을 써야 하는 압박감이 몰려왔다. 가장 먼저 잔가지 프로젝트 카톡 방에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혼자였으면 절대 할 수 없었으리라.
당분간 꼼짝없이 글 감옥에 빠져 지내야 한다. 그렇지만 오늘까진 설레는 맘으로 하루를 보내고 싶네.
제가 출간에 큰 도움을 받은 라라크루 글쓰기 모임에서 8기 작가님을 모집하네요. 관심 있는 많은 분들의 지원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