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재보다 잘 생겼어."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케이크가 나오길 기다리던 중 딸이 아내를 피해 슬며시 내 뒤로 다가오더니 귓속말을 건넸다. 설마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에서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대세 배우 변우석은 아니겠지.
"맞아. 근데 개가 날 좋아하는 것 같아. 학교에서 나랑만 놀아."
딸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었다. 이 앞뒤 맥락 없는 상황은 무언지. 어쩐지 아까부터 아빠는 여태까지 몇 번 고백을 받아 보았니, 고백해 보았니 물어보더라니. 이 아이의 갑작스러운 반응에 적잖이 놀랐는데 이제야 실타래가 풀렸다.
너도 좋아하냐는 물음에 그보다 더 환할 수 없는 미소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젠장. 그랬다. 딸은 지금 썸을 타고 있다. 아직 확인한 바 없지만 그것도 반에서 가장 훈남이라는 녀석과. 딸의 말로는 반에서 가장 잘 생겨서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다는데.
만약 고백하면 받아 주겠냐니깐 그건 아니라는데. 아니 네가 직접 고백하면 어떠냐는 말에 할 순 있지만 그러고 싶진 않단다. 하긴 숫기 없는 딸이 그리할 일은 없었다.
도대체 어떤 녀석이길래 딸에 눈에 선재보다 더 잘 생겨 보이는 걸까. 저 정도면 이미 사랑에 푹 빠져 이성이 마비된 수준인데.
그랬구나. 네가 살을 뺀다고 밥을 반 만 먹고, 갸름한 턱 선을 만든다고 밤마다 고무줄을 끼우고, 매일 거울을 뚫어져라 바라본 이유가....
이제 사랑이란 달콤하고 쌉싸름한 감정이 딸의 가슴에 싹트길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