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다정한 학교'를 읽고 다정한 세상을 꿈꾸다
책을 읽고 다정한 세상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나는 학창 시절 말썽꾸러기였다.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생활기록부에 빠지지 않는 기록이'장난이 많고, 산만하다.'였다. 여자 아이들에게도 짓궂게 굴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로 기억하는데, 집에서 어머니가 김장하던 중 어떤 아주머니가 다짜고짜 찾아와 나를 찾으며 우리 딸 그만 괴롭히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때 어머니 뒤에 숨어 잔뜩 쪼그라들어 바들바들 떨었었다. 결국 앞에 나가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고개 숙여 사과를 하고 일단락되었다. 사실 좋아했던 여학생이었는데 장난으로 관심을 받으려고 했었다.
그 밖에 숱한 일화가 있으니 이쯤 되면 담임선생님 입장에서는 골치 아픈 학생이 분명했다. 그렇게 장난꾸러기로 찍혀 내내 혼났을 나에게 한줄기 빛이 찾아왔으니 그건 초등학교 5학년 담임 선생님이었다. 초임 발령의 새내기 여자 선생님이었는데, 처음 보았을 때부터 따스함이 가득했다. 역시나 정신 못 차리고 장난을 쳤지만 선생님은 크게 나무라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옆에 두고 차근차근 말로써 잘못을 설명해 주었다.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마음이 몽글하다. 선생님이 보이는 관심이 좋았던지 잘 보이고 싶어 행동도 차분해지고 학습 태도도 점점 나아졌다. 그 이후로는 여전히 장난기는 있었지만 나름 진중한 면도 갖은 학생으로 자라났다.
고등학교 때는 같은 반 친구들과 선생님 결혼식도 가서 축가도 불렀고,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도 뵈었는데 어느 순간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정년퇴직을 하고 제2의 인생을 멋지게 살고 계실 것 같다. 그래도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꼭 뵙고,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브런치 이웃인 정혜영 작가님의 신간이 세상에 나왔다. 책 이름은 '어쩌면 다정한 학교'였다. 다정한 학교면 학교지 왜 앞에 '다정한'이란 수식어구가 붙었을까 궁금했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이상하게 가슴 한쪽이 뭉클하면서 초등학교 5학년 시절 담임선생님이 계속 떠올랐다. 교실 안에서 선생님과 아이들의 내밀한 이야기였다. 그 안에는 서로 간의 다정함이 가득했다.
정혜영 작가님은 초등학교 2학년만 연속해서 8년간 담임을 맡은 경험이 있는 24년 차 교사였다. 책 안에는 다양한 아이들의 사례가 펼쳐졌다. 그 안엔 나와 같이 산만하고 장난이 심한 아이, 관계의 어려움을 겪는 아이, 몸에 장애가 있는 아이 등등 선생님으로서 아이와 격은 생생한 교실의 현장이 글로서 재현되었다.
매일이 전쟁 같고, 쉽지 않은 상황에서 작가님은 한 명 한 명 따스한 관심으로 대하고, 함께 노력하며 마법 같은 변화를 만들어 냈다. 나처럼 대하기 쉽지 않았던 학생을 바로 옆자리에 두고 관심과 사랑으로 대하는 모습은 바로 5학년 때 담임선생님의 모습과 같았다. 글을 읽으며 이제야 그때의 선생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책을 읽을수록 작가님 교사로서 얼마나 고민하고 노력하는지를 고스란히 알 수 있었다. 코로나 시기에 어려운 학습 현장에서 쉽지 않은 학부모와 소통하고, '줌'을 통한 비대면이란 낯선 교육 환경 속에서도 어떻게든 최선을 방법을 찾으려 애쓰는 모습이 짠했다. 그런 노력을 학생과 학부모들이 조금이라도 알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최근에 연달아 교사들이 민원에 시달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을 접하고 슬픈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교사인 또 다른 브런치 이웃이 악성 민원에 시달려 병가까지 낸 글을 보면서 요즘 교실상황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어떻게 하면 이런 비극을 막을 수 있을까.
작가님 역시 그런 상황임에도 아이들에 대한 '다정함'을 놓지 않고, 아이들이 보여주는 소중한 마음을 품고 꿋꿋하게 나아가고 있었다. 글 안에서 어떤 학부모님이 작가님에게 "오래도록 학교에 계셨으면 좋겠어요."란 글을 남긴 걸 보며 순간 눈시울이 붉어졌다. 선생님이 학생을 보듬고, 학생은 그런 선생님을 믿고 따라가고, 학부모는 선생님을 신뢰하는 그런 교육현장이 되었으면 정말 좋겠단 소망이 절로 나왔다.
작금의 현실로 보아선 쉽지 않겠지만 작가님의 책을 읽으며 가능하리라는 희망을 보았다. 지금도 작가님 같은 많은 선생님들이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을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예전보다 훨씬 쉽지 않은 교육 환경이지만 그분들의 진심이 모여 커다란 힘을 발휘하리라 믿는다.
그런 의미로 정혜영 작가님의 신간 '어쩌면 다정한 학교'를 많은 분들이 읽으면 좋겠다. 책을 읽으며 학교 현장에서의 선생님이 어떻게 우리 아이들을 위해 고군분투하는지 바라보고, 진실로 이해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비록 나는 선생님은 아니지만, 나 역시 내가 대하는 사람들에게 다정함을 전해주고 싶단 마음이 들었다. 책을 통해 진심은 반드시 통한다는 걸 배웠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