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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배 Aug 05. 2024

서점 매대에 놓인 내 책을 만나면 겸손해진다

서점에서 내 책을 만나고 여러 생각이 들었다

'사춘기 아들 갱년기 아빠는 성숙해지는 중입니다' 책이 나온 지 일주일 정도가 지났다. 지난 일요일에 시간을 내서 집 근처 교보문고에 가서 실물을 영접했다. 이상하게 책이 나오면 꼭 서점에 가서 보고픈 열망을 참을 수 없다.


마치 한증막 안에 들어온 듯 푹푹 찌는 날씨를 뚫고 조금은 선선한 저녁쯤 밖으로 나갔다. 서점까지 한 10분 남 짓 되려나. 그 사이에 옷이 살짝 젖을 정도로 땀이 났다. 얼른 문을 열고 시원한 안으로 들어갔다.


구불구불 책들 사이를 지나 신간 에세이 코너에 다다랐다. 마치 처음 태어난 내 아이를 만나는 순간처럼 떨리는 마음으로 책을 찾았는데, 발견하곤 반가을 금할 수 없었다. 얼른 주머니에 안에서 핸드폰을 꺼내 이리저리 사진을 찍었다. 누가 볼까 두려워 연출된 사진을 마지막으로 책을 원위치에 놓였다. 이럴 때 밀려오는 부끄러움에 움츠려 드는 걸 보면 어쩔 수 없는 내향인이다.

먼발치에서 책을 한번 바라보고 아쉬운 발길을 돌렸다. 서점에 나와 함께 가준 아내와 카페에서 시원한 딸기 주스를 테이크 아웃해서 인근 공원을 갔다. 입구부터 멋스러운 조명이 공간을 그윽하게 만들어주었다.


적당한 곳에 자리 잡고 앉아 주스를 마시며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삶은 살수록 난제 뒤에 난제가 반복된다. 그걸 함께 헤쳐나가며 든든한 동반자요 전우가 된다. 그러던 중 문득 아내가 책을 왜 내냐고 물었다.


글쎄. 글을 쓰다 보면 그걸 모아 책을 내고픈 열망에 사로잡힌다. 운이 좋아 책을 계약하고 글을 쓰는 고통에 빠지며 이걸 왜 했지 하는 뼈 때리는 후회를 반복하다가 또 책이 세상에 나오면 한동안은 구름 위를 걸어 다니는 듯한 행복에 빠진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깊은 글태기에 빠지게 된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그 어두운 터널을 나올 수 있고, 그러면 다시 글을 쓰고픈 마음이 찾아온다.


반복되는 구도 속에 이런 행위를 반복하지 하면서 어쩌면 내가 글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 순간에도 몇 가지 다른 책의 구성이 위성처럼 내 주위를 뱅뱅 도는 걸 보면.


한편 서점에 가서 저 수많은 책들 중에 내 책이 과연 선택되어 읽힐까 떠올려보면 마음이 참 숙연하고 겸손해진다. 그럴 땐 글을 계속 쓰는 게 맞나 싶으면서도 좋아하는 일이기에 놓지 못하고 계속 나아가게 된다.


서점에 다녀오고 여러 감정들이 내 안을 맴도는 하루였네.




채널예스에  '사춘기 아들 갱년기 아빠는 성숙해지는 중입니다' 저자 인터뷰가 실렸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https://ch.yes24.com/Article/View/55862?Ccode=000_008_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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