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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배 Aug 12. 2024

여름휴가를 처음으로 가지 않겠다고 선언한 고등학생 아들

아들의 선언을 사춘기 반항인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으로 여길지

여름휴가 계획이 잡혔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첫째의 방학, 학원 일정, 개학 시기를 고려해서 정했다. 늘 이 시기는 회사가 한층 바쁜 때라 부담되긴 했지만, 1년 중 일에서 벗어나 오롯이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기에 군말 없이 따랐다.


휴가 가기 일주일 전, 퇴근하고 집에 오니 아내가 갑자기 안방으로 불렀다. 무언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맴돌았다.

 

“여보, 동욱이가 이번에 휴가를 같이 안 가겠다고 선언했어.”

“뭐라고? 그러면 집에 있겠다는 거야?”

“응. 그렇데. 아무리 설득해도 확고하네.”

“무슨 소리야. 말도 안 돼. 녀석 때문에 휴가 일정도 그렇게 잡았는데.... 내가 이야기해 볼게”

 

아들이 학원 갔다 돌아오자마자 거실에 불러 물었다.

 

“동욱아. 여름휴가 같이 갈 거지.”

“아빠. 나 이번엔 좀 빠질게. 학원 보강도 있고, 솔직히 예전부터 여행도 안 좋아해서 집에서 쉬고 싶어.”

 

이어지는 온갖 회유에도 아들은 단호했다. 그때 옆에 있던 아내가 심방한 제안을 했다. 손바닥 치기 게임을 해서 아들이 나머지 가족 모두를 이기면 뜻대로 해주기로 했다. 아들은 그제야 씩 웃으며 제안을 받아들였다. 하긴 힘으론 이제 가족 내에서 당해낼 존재가 없었다. 다만 녀석이 한 가지 간과했으니 내가 반년 전부터 헬스를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아내와 딸은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강력한 힘에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갔다. 드디어 내가 나설 차례가 되었다. 이게 뭐라고 긴장이 되면서 손에 땀까지 나기 시작했다. 양손을 깍지 끼고 좌우로 크게 흔들며 몸을 풀었다.

 

거실 정중앙에 나와 아들 마주 보고 섰다. 불과 5cm 남 짓 한 거리에서 짙은 긴장감이 흘렀다. 급속도로 성장기에 다다르며 힘에서 아들에게 슬슬 밀리기 시작했다. 살짝 내려보며 띈 미소에서 어떤 각오로 이 대결에 임하는지 알 수 있었다. 이때를 위해 운동을 다시 시작한 건 아니지만 나 역시 전과 다른 자신감이 가득 찼다.

 

대략 이런 느낌!

아들은 여유롭게 선제공격을 시작했다. 난 피하지 않고 받아쳤다. 전 같으면 뒤로 밀렸을 텐데 솔직히 받을만했다. 연달아 강도 높은 공격이 다가왔지만 가볍게 이겨냈다. 아들 표정에서 당황함이 느껴졌다. 드디어 내 차례가 돌아왔다. 팔에 강한 힘을 주고 그대로 뻗는 순간 아들은 그대로 튕겨져 날아갔다. 역시 피땀 어린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이어진 두 번의 대결 역시 나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아들은 분한 듯 씩씩대며 방으로 사라졌다. 이겼지만 찝찝한 이 기분은 무얼까.

 

평소 약속이라면 칼같이 지키는 아들이었지만, 대결에 패했음에도 급구 한 번만 봐달라며 사정을 했다. 이렇게까지 하는데 더는 설득할 방도가 없었다. 결국 아들의 요청을 받아들였고, 나와 아내 그리고 딸만 문경에 있는 장모님 댁으로 향했다.

 

여행 때마다 툴툴대던 아들이 없기에 훨씬 마음 편하게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그건 착각이었음을 출발하자마자 깨닫게 되었으니.

 

 

to be continue.....



이번 여름휴가는 처음으로 아들 없이 보는 중입니다. 사춘기에 관한 책을 냈음에도 여전히 쉽지 않음을 깨닫게 됩니다. 한편 생각해 보니 저 역시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부턴 가족 여행을 가지 않았던 것 같아요.


아들 없이 떠난 그 특별한 여행을 기록하고픈 마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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