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리 어색할까. 요즘 새롭게 사람들 만나는 자리마다 어쩔 줄 모르는 내가 보인다. 이건 뭐 유치원생도 아니고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겠다. 이런 나의 모습으로 상대방도 덩달아 어색해진다.
심리검사를 하면 나는 늘 내향성과 외향성이 정확히 반반이었다. 외향적이 많은 사람과 있으면 조용해지고, 내향적인 사람이 많은 자리에서는 말이 많아졌다. 소위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는다랄까. 그래도 30대 때까지는 의도적으로 활발한 모습을 보였다. 그때 만났던 동료들은 지금 나를 보며 "전에는 재밌었는데...."란 말을 많이 한다. 그럴 땐 그저 씩 하고 미소를 지을 뿐이다. 그래. 한때는 회식 자리에서 분위기를 한껏 띄울 때도 있었지. 지금은 회식 때 무조건 구석 끄트머리에 자리를 잡는다. 아. 그때의 나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
한편 생각해보면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었다. 부끄러움도 많고 수줍음도 많았다.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서부터 의도적으로 외향성을 키운 것 같다. 내가 가진 에너지보다 훨씬 더 많이 쓰다 보니 모임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은 늘 피곤했었다. 재밌는 건 그때도 나란 사람의 정체성에 대해서 고민했던 것 같다. 지금 나란 사람은 누가 뭐래도 내향적인 사람이다.
어느 자리에 가도 분위기를 압도하는 사람이 있다. 재밌는 이야기로 호응도 잘 끌어낸다. 요즘은 그런 사람을 보면 속으로 어찌 저리 말도 잘하지 하며 속으로 감탄한다. 거기서 나의 역할은 밝게 웃는 것이다. 그럼, 그 사람은 더 신이 나서 분위기를 더욱 띄운다. 뭐 모두가 말을 잘하고 좌중을 압도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지금 나의 모습도 좋은 면이 많다. 구석자리에 조용히 있다 보니 술을 많이 먹지 않아서 좋고, 2차 자리에서 슬며시 빠지기 좋고, 쓸데없이 에너지를 쏟지 않아서 집에 오는 길이 덜 피곤하다.
굳이 나를 드러내려 애쓰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 때가 되면 자연스레 보인다. 앞으로는 그런 기조를 유지해보려고 한다. 때론 친하고 편한 사람을 만날 땐 쓱 외향성을 꺼내면 되니깐.
누군가가 나에게 당신은 어떤 사람이에요 묻는다면, "네. 저는 어색한 사람이에요."라고 답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