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순간을 만날 때가 있다. 지리산 정상에서 오들오들 떨며 이야기를 나눌 때 거대한 붉은 해가 지평선 너머로 사라졌다. 그 아름다운 모습에 말을 멈추고 넋을 놓았다. 뒤늦게 카메라에 담고 싶은 마음에 주머니를 뒤적거렸지만 이미 모든 흔적은 사라지고 긴 여운만 남았다. 하긴 카메라에 담았다 한들 붉은 점 하나로 표현되었을 것이다.
아침 출근길. 저 멀리 다가오는 버스를 잡으려고 있는 힘껏 달렸다. 간신히 버스를 타서 맨 뒷자리에 앉았다. 크게 한숨 쉰 후 창가를 바라보니 황금빛이 도시 곳곳을 수놓았다. 좁디좁은 창가 사이에 카메라를 들고 기어이 그 장면을 담았다.
찰칵. 찰칵. 셔터를 연신 눌러보았지만, 건진 거라곤 흔들린 거리의 풍경뿐이었다. 되돌아 다시 담을 수도 없고 버스에 내릴 수도 없었다.
바라만 보아도 충분하다. 눈에 담기만 해도 괜찮다. 굳이 앨범 속에 쟁여 놓지 않아도 된다. 소유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나에게 주는 교훈이었다.
사실 내가 가지고 있는 '외로움'이란 감정을 뒤집어 보면 그 안에는 '사랑'이 숨어있다. 온전히 사랑을 소유하고 싶은 마음 말이다. 나는 그렇지 못하면서 상대방에게 바라니 늘 성에 안 찰 수밖에 없다. 수시로 그 마음은 서운함으로 돌변하여 나를 들었다 놓았다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상대방은 그 사실을 모른다는 것이다. 혼자 미워도 했다가 서운도 했다가 나중에는 합리화로 마무리 짓는다.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소유욕이 마음을 힘들게 하더라도 쉬 놓을 수가 없다. 하루에도 몇 번씩 그래 그럴 수도 있지. 아닐 거야. 나 혼자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하며 소 되새김질하듯 생각해보아도 그 잔상은 남아 겹겹이 두꺼운 층을 만든다.
이런 소유욕만 내려놓아도 삶이 네 배는 편하지 않을까. 부질없음을 알면서도. 그리 알면서도 기어이 카메라에 담을 수 없는 풍경을 찍어대는 오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