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독서의 달을 맞이해서 '원주 그림책도서관'에서 가족 독서모임 만드는 법에 관한 2회 차 강의를 진행했다. 사실 이번 강의가 의미가 있었던 건 내가 직접 강사 지원을 했기 때문이다. 이전까진 감사하게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강의 의뢰가 들어왔다면 이번엔 도서관 공고문을 보고 응시원서를 냈다.
7월쯤 서류를 보내고 잊고 있었는데 8월에 연락이 와서 9월 중순에 강의가 확정되었다. 기대가 되었다. 그간 여러 도서관을 다녔지만 그림책 전문 도서관은 처음이었다. 다만 강의 시기가 추석과 겹쳐서 서울에서 원주까지 가는 길과 과연 참여자들이 많이 올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담당자에게 총 10 가족이 참여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출발 당일 전날부터 잠을 설쳤다. 평소라면 2시간 걸리는 거리가 연휴 시작이기에 어떻게 될지 몰랐다. 여유 있게 4시간을 잡고 새벽 일찍 출발했다. 가는 길은 역시가 차가 꽉 막혔다. 점점 늘어가는 시간에 애간창이 탔다. 중간에 휴게소 한번 들리지 않고 간 끝에 다행히 30분 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반갑게 담당자 분과 인사를 나눈 뒤 그림책 도서관에 관해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올 5월에 개관을 하였고, 이렇게 그림책만 전문으로 하는 도서관은 우리나라에서 유일무이할 거라 했다. 강의장에서 PPT와 음향을 점검하고 천천히 도서관 구경에 나섰다. 도서관 강의를 다니며 즐거운 점은 강의뿐 아니라 이렇게 고유의 특색 있는 공간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림책이 예쁘게 전시된 공간과, 그림책 안의 한 공간을 그대로 재연해서 아이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든 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강의 시간이 다 되어 하나 둘 가족이 참여했다. 우려했듯이 신청 가족의 절반 정도만 참여했다. 아마도 고향으로 출발하고, 명절 준비로 바빴으리라. 아쉽지만 좀 더 밀도 있게 강의를 할 수 있어서 강의자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았다. 특색 있게 아빠가 자녀를 데려온 가정이 많았다. 오전 10시간 이른 시간임에도 이렇게 교육에 참여한다는 건 독서모임에 큰 관심이 있다는 걸 반증했다.
1회기는 주로 이론수업으로 가족 독서모임의 뼈대를 만드는 시간이다. 가족 독서모임을 언제 시작하고, 어떤 규칙이 필요하고, 어떻게 실시하면 좋을지에 관한 세부적인 내용을 나눈다. 5여 년간 가족 독서모임을 진행하면서 체득한 경험을 아낌없이 나눠준다. 언뜻 가족들과 책을 읽기만 하면 될 것 같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선 스킬적인 부분과 반드시 알야 할 할 점들이 있었다. 아이들이 지치지 않도록 중간중간 퀴즈도 내고, 체험도 하면서 흥미를 돋웠다.
한 주가 빠르게 지났고, 한결 원활한 교통 상황으로 예상보다 일찍 도착했다. 잠시 대기했다가 시간이 되어 반가운 가족을 맞이했다. 2회기는 내가 더 신나는 날이다. 직접 가족 독서모임 계획서를 작성하고 독서모임 실습을 해본다. 가족 독서모임 계획서 작성은 무척 중요한 일이라 작성 내용에 관해서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주고 부족한 점은 채워준다. 실습 때는 책도 소리 내어 읽어보고, 질문도 나누고 마지막엔 돌아가면서 발표를 하고 마무리한다.
아빠, 엄마와 나란히 앉아 차근차근 대화도 하고 키득키득 웃으며 행복한 모습을 저만치서 지켜보며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세상에 이보다 아름다운 장면이 있을까. 강의를 마치며 가슴속에 무언가 가득 벅차오름을 느꼈다. 강의 이후에 지속해서 독서모임을 이어 기갈 간절히 바라보았다.
혹여나 가족들과 원주에 갈 일이 있다면 '원주 그림책도서관'에 꼭 방문하길 적극 추천한다. 아이들에게 잊지 못할 좋은 추억을 선물할 것이다. 나도 다음번에 방문하면 여유롭게 그림책도 실컷 읽고, 공간도 누리면 올 예정이다. 오가며 힘들었지만 보람 있었던 시간이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