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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배 Aug 25. 2024

강의는 오히려 배움의 시간이다

강동도서관 주관 가족 독서모임 일대일 피드백

올 상반기에 강동도서관에서 강의 요청이 왔다. 메일을 주고받고 직접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기존에 해왔던 강의 형태와는 차별점이 있었다. 먼저 내가 집합교육으로 이론 강의를 하고 그걸 바탕으로 가족들이 3개월가량 직접 모임을 운영해 본다. 그리고 난 후 줌으로 만나 각 가정마다 피드백을 주고 연말에 마무리 강의로 끝을 내는 과정이었다.


여태껏 가족 독서모임에 관해서 강의는 해보았지만 직접 피드백을 준 것은 처음이었다. 3주에 걸쳐서 총 여덟 가족을 만나는데 오늘 그중 두 가족을 만났다. 어떤 식으로 진행하면 좋을지 고민을 하다가 간단하게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다.


가족 독서모임 피드백

1. 구조화
2. 가족 독서모임 규칙
3. 선정 도서
4. 그동안 진행 경과
5. 애로사항 및 질문


이렇게 총 다섯 가지 문항을 질문을 통해서 확인하기로 마음먹었다. 아침 일찍부터  피드백이 시작되었다. 서둘러 일어나 간단히 식사를 챙겨 먹고 뜨거운 커피를 한잔 만들어 노트북 옆에 두었다. 아내와 아이들에겐 아침의 번잡함에 관해서 미리 양해를 구했다

.

드디어 첫 번째 가족을 만났다. 줌에는 어머니만 참여했다. 자녀는 초등학교 5학년과 중학교 3학년 남자아이들로 터울이 조금 있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본격적으로 독서모임에 관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 가족은 특별한 활동을 실천하고 있었다.  매일 저녁에  가족들이 거실에 모여서 10분간 독서를 하고 냉장고에 붙여 놓은 독서 일지에 체크해 나가다 월말에 독서모임을 하는 형태였다. 완독에 대한 부담도 주지 않고 읽은 분량만 가지고 모임을 했다. 무엇보다 매일 조금씩 읽어나가며 습관을 만든 것이 인상적이었다. 체크리스트를 온 가족이 모두 빠짐없이 완료하면 외부 카페에 나가서 독서모임을 하기로 정했단다.


아이들의 책도 이미 학교에서 읽고 있는 책을 선정하는 등 모든 부분에 있어서 부담 없이 독서모임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어머니는 직접 독서모임에도 가입하고, 그림책 읽는 법과 블로그 운영하는 강의까지 신청했다. 독서모임을 시작하면서 기록하기 위해서 블로그도 만들었고 첫 번째 모임에 관한 글을 작성했다며 수줍게 자랑했다. 이럴 땐 응원을 한가득 보냈다. 어머니의 이런 노력으로 앞으로도 안정적으로 진행되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다음은 초등학교 3학년 쌍둥이 자녀를 둔 가족이었다. 아이들의 성별이 달랐다. 줌에는 온 가족이 참여했다. 이 가정은 3개월 동안 계속해서 공통 도서인 그림책을 읽고 나눴다. 아버지가 상당히 적극적이었는데 아이들 어릴 때 읽어주었던 그림책을 다시 만나 소리 내어 읽고 질문하면서 옛날 생각이 났다고 한다. 각자 돌아가면서 좋았던 점을 물었더니 아이들 모두 질문을 꼽았다. 어찌나 대견하던지. 상황에 관해서 가족 모두 다른 답을 내는 것이 신기하고 즐거웠단다. 독서임의 가장 큰 묘미가 질문인데 그걸 이 가정은 실천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회사에 가서 가족 독서모임을 하고 있다며 자랑을 했다는데, 나도 모르게 박수가 나왔다. 더욱 널리 널리 가족 독서모임을 알려달라는 부탁을 했다. 각자 돌아가며 좋아하는 책을 이야기하며 행복해하는 모습에 부러웠다. 심지어 지난 모임 때는 끝나고 가족회의를 통해서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하기로 했단다. 매주 토요일은 전자기기 사용을 모두 금하고 책을 읽겠다고 했다.


앞으로 1년간은 가족 모두가 좋아하는 그림책으로 독서모임을 하다가 이후에는 개별도서로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반드시 할 수 있을 것이고 마음속으로 한가득 응원을 보냈다.


두 가족의 피드백을 마치니 점심시간이 다 되었다. 긴장이 풀렸는지 잠이 쏟아졌다. 잠시 눈을 붙이고 일어난 후 늦은 점심을 먹었다. 그리곤 도서관 담당자에게 문자를 보냈다. 가족들이 독서모임을 잘 운영하고 있어서 다행이고 신경 써주셔서 감사하다는 내용이었다. 내가 준 미약한 도움을 가지고 이렇게 멋지게 독서모임을 운영하고 있어서 고맙고 또 고마웠다.


다음 주부터 2주간 나머지 가족을 만날 예정이다. 이제는 떨림보다 기대가 되었다. 어떻게 독서모임을 운영하고 있었을까. 오히려 내가 배움을 얻는 이 시간이 소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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