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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배 Jun 26. 2024

포천교육지원청에서 가족독서모임 학부모 연수를 진행하다

가족 독서모임 강의 후기

이번 달 초에 포천교육지원청 담당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학부모 연수로 가족 독서모임을 기획 중인데 강사로 참여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사는 곳이 서울임을 알고 거리가 멀어서 괜찮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에 상관없다고 답했다. 좋은 기회를 준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강의를 듣고 실제 가정에서 독서모임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면 좋겠다는 요청에 강의 구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원래 2시간 강의면 이론 중심으로 이루어지는데, 모임 규칙 작성과 그림책 실습도 프로그램 안에 넣었다.


당일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준비하고 출발했다. 늘 강의 시작 30전에 도착하는 것이 원칙이라 평소보다도 서둘렀다. 다행히 예정된 시간에 도착했다. 날이 조금 더운 것 빼고는 어찌나 맑고 좋은지 몰랐다. 교육청 입구도 한옥풍으로 예스럽고 멋졌다.

대형 강의장에 플래카드와 강사석까지 마련되어 있었다. 늘 도서관에서 소규모로 강의를 해오다 이런 분위기는 색달랐다. 입구 탁자 위에 '아빠의 가족 독서모임 만드는 법' 책도 가득 놓여 있어서 참여하는 분들께 선물로 제공한다고 했다. 곳곳에 신경을 많이 썼음을 알 수 있었다. 강의 시작 전에 교육장님 인사말씀이 20분이나 이어졌다. 강의를 제시간에 마치기 위해서는 속도감 있게 진행해야 했다.

초성퀴즈로 시작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가 주제였다. 역시 퀴즈는 남녀노소 상관없이 분위기 띄우는 데는 최고였다. 그 기세를 모아 직접 가족 독서모임 규칙을 포함한 계획서를 작성하고 발표해 보았다. 규칙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었다. 결국에는 독서모임을 꾸준히 유지하게 만드는 힘이 되어준다. 발표할 때 처음엔 긴장하는 모습이 보였지만 상상이상으로 잘 만들었다. 코멘트를 통해서 각자마다 도움을 주었다.

언제나 그렇듯, 내 강의는 늘 '질문'이 우선이다. 나 혼자 떠들면 재미없기에 묻고 답하며 경험을 나눈다. 드디어 그림책 '돼지책'을 가지고 소리 내어 읽는 실습시간이 돌아왔다. 마법같이 그저 큰소리로 돌아가며 읽는 것만으로도 얼굴에 동심에 솟아났다. 그걸 바라보는 나의 입가엔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이대로 두어도 한 시간은 훌쩍 지나갈 것 같았다. 교육청 담당자분께서 슬쩍 다가와 발표를 잘하는 분께 책을 선물로 주시면 된다고 했다. 이럴 땐 레크리에이션 강사 모드를 켜고 분위기를 띄었다.

책이란 보상물이 있기에 서로 나서서 발표하며 강의장 안이 후끈 달아올랐다. 그 짧은 시간 안에 메시지까지 찾아내다니. 실제 가정 안에서 활용하면 정말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강의를 듣고 한 두 가정이라도 시작한다면 나의 역할은 그걸로 되었다. 이대로 가다간 강의시간을 넘길 같아서 아쉽게도 중간에 마무리했다.

마지막으로 독서모임의 다양한 활용법을 설명하고 강의를 마쳤다. 큰 박수가 이어졌다. 마음 안에 무언가 모를 벅참이 찾아왔다. 담당자분이 다시 한번 인사를 유도해서 나도 참가자 분들도 모두 서로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짐을 챙기고 떠나려는데 책을 들고 우르르 내 앞에 몰려왔다. 책에 사인을 해달라는데 예상하지도 못해서 펜도 준비하지 못했다. 급하게 모나미 펜을 빌려 즉응 사인회가 열렸다. 언젠가 이럴 때를 기약하며 열심히 캘리그래피를 배웠건만 당황한 탓에 예전 글씨로 돌아가버렸다. 어찌나 부끄럽던지. 30여분을 훌쩍 넘겨서 간신히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책에 글도 쓰랴, 질문에 답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번에도 내 모든 것을 쏟아냈다. 차를 가져오길 다행이었다. 대중교통으로 돌아갔다면 진이 더 빠졌으리라. 집에 도착하니 교육청 담당자분이 좋은 강의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문자가 와 있었다. 세심하게 잘 챙겨주셔서 무사히 마쳤다는 답문을 보냈다.


강의를 마치고 찾아오는 뿌듯함이 난 참 좋다. 잠시동안은 이 기분에 취하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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