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부터 은평구에 있는 구립구산동도서관마을에서 가족 독서모임 강의가 있었다. 찌는 듯이 더운 날씨에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독서모임을 알리는 길이라면 그 어디든 즐겁지 않으랴.
무엇보다 이번에 강의를 의뢰한 사서분은 도서관 활동가들에게 가족 독서모임을 알릴 방법을 찾던 중 우연히 '아빠의 가족 독서모임 만드는 법'을 알게 되었고, 책을 읽고 바로 이거란 생각으로 곧바로 연락을 했단다. 강의도 이론과 실습을 모두 아우렀으면 좋겠다고 해서 2회로 구성을 했다.
이렇게 독서모임에 열정 넘치는 분을 만나면 나 역시도 덩달아 힘이 나고 하나라도 더 알려주어야겠다는 마음이 자연스레 든다. 그래서 독서모임에서 활용하면 좋은 책도 선별하고, 질문하고 대화하는 법, 실제 적용할 수 있는 실습의 비중을 높였다. 이번주에 진행하는 첫 회기는 그 모든 토대가 되는 이론 수업이었다.
조금 일찍 30분 전에 도착했다. 그리곤 도서관 주변을 돌아보았다. 강의도 강의지만 이렇게 도서관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구산동도서관은 무척 특색이었다. 별도의 공간이 아닌 복도에 책장이 구성되어 있었고, 그 안에 바로 책을 읽을 수 있는 의자가 마련되어 있었다. 실용성과 디자인을 모두 고려한 좋은 아이디어였다. 나중에 사서 선생님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는데, 국내 유일 리모델링 도서관이라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을 모시고 도서관 소개를 한 적도 있다는데 말 안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강의장은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 마치 무대 공연을 하는 공간 같았다. 공간이 주는 힘 때문일까. 오늘 강의는 잘 될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를 품었다. 준비한 PPT가 잘 구동되는지 점검하고, 잠시 한숨을 돌리고 있으니 참가자 분들이 하나둘 모였다. 한분 한분 눈을 마주치고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내향인인 내가 강의 때만 되면 나도 모르는 외향성이 튀어나오는 게 신기했다.
첫마디를 떼고 나서부터는 이야기가 술술 풀렸다. 이번엔 특히 도서관 활동가 분들이 많아서 이분 들이 배워서 나중에 알려주어야 하기에 어느 때보다 질문을 많이 했다. 가만히 앉아서 듣기보다는 묻고, 답해야만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처음엔 당황스러워했던 분들이 나중엔 능숙하게 자신의 경험을 나눠 주었다. 자칫 이론 교육이기에 지루하고 딱딱할 수 있기에 최대한 나의 사례도 많이 들려주었다.
처음 가족 독서모임을 하게 된 계기, 모임 장소, 선별한 책, 진행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 등등 솔직히 두 시간은 모든 걸 알려주기엔 부족했다. 중간에 '그림책 읽기' 실습에서 참가자 분들이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진지하면서도 즐겁게 책을 나누는 모습을 보고는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한조 씩 돌아가면서 소감을 말하고, 내가 피드백 주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분들 마음에 독서모임의 씨앗이 이제 막 싹텄음을 알 수 있었다.
좀 더 시간이 있으면 좋으련만, 예정된 시간을 벌써 넘기고 말았다. 하지만 우리는 다음 주 본격적인 실습 시간이 있기에 궁금한 점에 관해서도 잘 생각해 놓았다가 다음 시간에 꼭 물어봐 달라고 당부를 하고는 강의를 마무리했다.
에너지를 최대치로 써서 돌아오는 길에 힘이 달렸지만 마음만은 보람으로 가득 찼다. 다음 주에 또 만나 즐겁게 실습할 생각을 하니 벌써 설렜다. 그때 또 우린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갈까. 가족 독서모임 강의로 풍성한 요즘이 참 행복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