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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사람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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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배 Dec 22. 2019

오래도록 보고 싶다.

그냥 편한 사람. 1년을 보아도 10년을 보아도 변한 없는 사람. 나에게는 그런 사람이 있다. 대학교 편집부 선후배로 만나 20년 넘게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졸업 무렵 학과가 학부로 바뀌는 바람에 97학번을 끝으로 더는 후배도 없다. 93학번을 시작으로 97학번까지 대략 10명이 만난다. 올해 막내까지 앞에 숫자가 모두 4가 되었다.

우리는 매년 연말 송년회를 한다. 1년에 한번 만나니 어색할 만도 한데 만나면 어제 만난 듯 편하고 좋다. 쓸데없는 농담도 하고 진지한 삶의 이야기도 나누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이제는 다들 결혼해서 엄마, 아빠가 되었지만 만날때 만은 20대 초반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어느새 내 몸을 덮고 있던 스트레스가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좋은 사람이 주는 선한 기운은 큰 힘이 된다.

'초성'이라는 과 소식지를 냈었다. 기사 거리를 발굴하고 인터뷰도 하고 글도 쓰면 대략 30페이지 정도 되는 그럴싸한 소식지가 탄생했다. 만드는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따뜻한 소식지가 내 손에 놓이는 순간 그 뿌듯함을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저녁 늦게까지 아이디어 회의도 했었고 때론 의견이 맞지 않아 충돌하기도 하였다. 그런 시절이 쌓여 지금의 인연으로 이어졌다. 다행히 지금까지 중도에 이탈한 사람 없이 모임을 이어오고 있다.

종로 단골 고깃집에서 맛있는 저녁을 먹고 익선동의 이쁜 찻집을 갔다. 즐겁게 웃고 떠들던 중 선배 하나가 내년에는 대학 앞에서 보자고 했다. 그때부터 추억 놀이가 시작되었다. 자주 갔던 지하 매점, 호프집, 시장 골목이 쏟아져 나왔다. 잠시 추억 여행을 떠나 흐릿한 기억의 조각을 맞추었다. 그때는 몰랐던 젊음이 가득했던, 어쩌면 인생의 온도가 가장 높았던 시절이었다. 한창 그 시절 이야기로 절정에 다다랐을 때 어느새 시간이 밤 11시가 넘었다. 서둘러 자리를 정리했다.

내년 모임은 봄에 학교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예전 추억의 장소를 찾아보기로 했다. 얼마나 반갑고 좋을까. 벌써부터 기대된다.

오래도록 보고 싶다. 따듯한 이 사람들이 나는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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