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가기 전 다녀온 성가대 야유회
가을 나들이를 다녀왔다. 토요일은 1년에 한 번 있는 성가대 야유회였다. 새벽 7시 반에 출발해서 2시간 꼬박 달려 포천 한탄강 가든 페스타에 도착했다. 넓은 광장을 가로질러 햇빛 아래 반짝이는 억새 정원이 제일 먼저 우릴 반겼다. 삼삼오오 모여 사진을 찍었다. 곳곳에 아이 같은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다음 코스는 Y자 출렁다리였다. 나는 고소공포증이 있다. 유난히 출렁거리는 다리를 걸으며 손에 땀이 '주르륵' 흘렀다. 도대체 이렇게 무섭고 울렁거리는 다리는 누가 만들어 어디를 가든지 필수코스가 되었는지.
다리를 간신히 건너 비둘기낭 폭포를 갔다. '비둘기낭'에 대해 사람들끼리 설왕설래했다. 비둘기 뺨에 붙은 동그란 무엇이란 주장, 비둘기 둥지라는 확신, 비둘기 주머니란 의견들이 팽팽하게 맞섰다. 황당한 건 끝까지 정답을 모르고 끝났다는 점이다.
출출했다. 점심은 산정호수 인근 식당이었다. 메뉴는 닭볶음탕, 닭백숙, 오리탕이었다. 취향에 맞게 골고루 준비했다는 총무님 말씀에 내 마음은 이미 오리탕으로 향했다. 뜻이 맞은 장정 셋과 함께 화장실도 안 가고 곧장 음식점으로 향했다. 나이스. 마지막 남은 오리탕 자리를 획득했다.
화장실 다녀온 패배자들은 슬픈 표정으로 닭볶음탕과 닭백숙으로 흩어졌다. 국물 맛이 끝내주었다. 호수같이 깊고 푸르렀다. 중간에 해물이 잔뜩 들어간 파전에 마지막엔 죽까지 나와 싹싹 긁어먹으며 과식을 했다. 금강경도 식후경이란 말이 그리 와닿을 수 없었다.
식사 마치고 음식점 인근 카페에 가서 커피와 빵을 먹었다. 진짜 식사배와 후식배는 따로 있었다. 좀 전까지 "배부르다.", "더는 못 먹겠다."란 사람은 어디 갔는지. 마법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진 하얀 빵을 뒤로 한채 산정 호수 산책을 나섰다.
호수 주변으로 그림처럼 펼쳐진 단풍에 내가 가을 한가운데 있음을 느꼈다. 가을은 곳곳에 발자취를 남겼건만. 그걸 찾지 못하면 그대로 흘러가 버린다. 올핸 잊지 않고 왔으니 중요한 숙제 하날 끝낸 기분이다. 내년엔 이 코스 그대로 가족들과 다시 오고 싶다. 멋들어지게 가이드를 해줄 수 있을 테니.
돌아오는 길, 꽉 막힌 도로에서 옆자리 짝벌남 때문에 잔뜩 웅크리며 불편했지만 가을을 보았단 설렘에 그마저도 추억으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