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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사람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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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배 Jan 22. 2020

신발 속 조그만 돌 같은 너.

요즘 종종 처리되지 않는 감정이 소화되지 않은 채 남을 때가 있다. 일상을 살아가는 데 큰 영향을 주지 않기에 한쪽 구석에 놓아두었다.

드물게 그 감정은 나를 흔들 때가 있다. 어떤 상황에 찾아오는지 모르기에 말로 설명조차 어렵다. 그나마 내가 아는 단어로 찾아보면 불안, 두려움, 막막함 정도이다. 매일 나를 돌아보는 일을 해서일까. 내가 모르는 감정이 있다는 것도 신기할 따름이다.

그 감정이 다가오면 나는 몹시 당황한다. 기쁘면 웃으면 되고, 슬프면 울면 될 텐데. 어떻게 그 감정을 처리할지 몰라 혼란스럽다. 온통 주변이 뿌옇게 변한다. 회사에서는 뭐라도 집중하려 노력한다. 그마저도 안되면 잠시 주변 산책으로 마음을 다스린다.

올 때도 말없이 오더니 갈 때도 소리 없이 사라진다. 내가 이해하는 것이 싫은 듯 조금 익숙해질 만하면 떠나니, 그 감정이 살아가는 생존 방식 같기도 하다. 혹여나 나에게 처리될까 두려운 것일까. 나는 금세 언제 그랬냐는 듯 나의 나로 돌아온다.

감정을 쉬 표현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서일까. 아니면 지금 내 시기에 지나가야 하는 통과 의례인가. 아무튼 낯선 것이 몹시 불편한 중년 아재이다. 마치 신발 안에 들어간 조그만 돌 같다.

문득 감정에 대한 글을 쓰다 궁금한 점이 생겼다. 그 감정일 때 나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주변에서 느낄 정도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든다. 그럴 땐 거울이라도 봐야겠다.

너는 도대체 누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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