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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배 Mar 13. 2020

금요일에 만나요.

요즘 아이유의 '금요일에 만나요.'를 자주 듣는다. 월요일은 바쁠 것 같고, 화요일은 성급해 보여 모든 날을 뒤로하고 금요일에 누군가를 보고 싶은 마음 담은 노래다. 중년 아재가 달고나처럼 달달한 사랑 노래에 빠진 이유가 뭘까. 요인 분석해보니 가사 한마디였다.  금요일. 노래 속에 무수히 반복되는 금요일이란 말만 들으면 나는 시공간을 초월한다. 널찍한 테이블에 앉아 잔잔한 재즈 음악 소리에 좋아하는 책을 잔뜩 읽고 있다. (더구나 이번 주엔 글벗이 추천한 책을 무려 세 권이나 질렀다) 물론 시나몬 가루 가득 담은 라테는 당근 필수다.

금요일이란 단어는 마법 같다. 그 안에는 설렘, 기대, 평온, 휴식 등 끝도 없이 담겨있다. 예전 좋아했던 가제트 형사 만능 가방처럼 말하면 다 나온다. 오늘은 또 어떤 단어를 꺼내 볼까 고민 중이다. 음. 달달한 만남이면 어떨까. 어쩌면 이뻐하는 후배를 만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금요일은 주 중 쌓인 피곤이란 녀석을 빗자루로 싹싹 치워 버린다. 월요일을 시작으로 목요일쯤 되면 내 어깨는 1cm 정도 올라가 있다. 모니터 속에 빠져들 듯 한껏 몸을 당긴 체 쉴 새 없이 손가락 움직이면 어느 순간에 어깨가 뭉친다. 거북이처럼 잔뜩 웅크린 목을 부여잡고 간신히 금요일 문고리 잡으면 거짓말처럼 기린 목 되어있다. 아. 신기해라. 금요일은 신통방통하다.

금요일 저녁, 식사 마치고 분리수거까지 하고 나면 잠시나마 책 읽을 시간이 주어진다. 이번 주 산 책 중 김영하의 산문집 '말하다'를 먼저 만나고 싶다. 소중한 글벗 님이 추천해준 책이다. 지금 나의 고민에 어느 정도 해답 찾길 기대한다. 마무리는 역시 아들과 영화 상영이다. 아내가 소개해준 왓챠 플레이라는 앱 덕분에 아들이 보고 싶은 영화 '이티'를 볼 수 있게 되었다. 태어나 처음 극장에서 본 영화가 이티이다. 내 아버지와 추억이 담겨있는 이티를 내 아들과 함께 보면 어떨까. 생각만으로도 찌릿하다.

금요일은 마음이 바쁘다.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다. 몹시 급한 시간이란 녀석 때문에 금세 저녁을 맞이한다. 애써 졸린 눈 부여잡고 버티지만, 어느새 꿈나라로 떠난다. 그리고 맞이한 슬픈 토요일. 일요일이 아직 남았지만, 왠지 내게는 아쉬운 요일이다.

아이유의 바람처럼 금요일을 만났다. 출근길에 벌써 마음이 몽실 댄다.

오늘도 온 정신은 시곗바늘 6에 맞춰두고 봄바람 살랑대는 금요일 맞이하러 마실 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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