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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avelMaker Jan 29. 2019

과거 담은 청계천 골목여행 (feat. 세운,대림상가)

시간의 축적을 볼 수 있는 곳


과거는 잊혀지는 것이 당연한 것일까?


산업이 발달하면, 이전 산업은 쇠퇴하여 사라진다. 사람들은 과거 산업이 발달했던 지역에서 새로운 산업이 발달한 곳으로 이동하고, 새로운 번성에 합류한다. 하지만, 과거라는 타이틀을 받은 지역은 폐허와 공허함으로 가득차고, 어느 순간 하나의 모습으로 정지되어 망가져 간다.

청계천과 을지로는 중-소규모 제조업이 활기찼던 곳이다. 금형을 만들면, 제품의 대량생산의 시작이 되었다. 제품을 홍보하기 위한 인쇄업체들이 뒤를 받쳤고, 전기-건축-설비-조명-전자-예술 등 모든 산업에 연결되어 흐름을 만들어난 곳이며, 세운상가와 대림상가는 우리나라 산업의 대표적인 모세혈관과 같다.

골목골목은 과거라는 타이틀이 어울린다. 좁은 골목과 황폐한 듯한 공간, 녹이 슨 장비에, 때가 탄 바닥. 정리되어 있지 않은 창고형 매장에, 길에는 지붕이 덮여 빛이 잘 들지 않는 골목. 전선은 곶자왈의 잡초처럼 도시정글을 이루고, 점포들은 은밀하게 숨어버리려는 듯, 다닥다닥 붙어져 있다.


이 곳을 지날 때마다, 마음이 아린 것은 그럼에도 웃음과 여유와 생기가 곳곳에 숨어있다는 것이다. 잘살고 못살고의 느낌이 아니라, 쓰임과 버려짐의 느낌. 부자와 가난의 느낌이 아니라, 지향과 지양의 느낌. 멀어지고, 잊혀지고 있음에도 살아있고, 즐기는 이 곳 사람들을 보면, 내 혈관도 저릿하고 한번 더 움직인다.


사람들은 이 곳을 정리하려한다. 내 과거의 사진들은 앨범으로 정리하지만, 이 곳의 정리는 모든 것을 없애버린 후 시작된다. 찾으려해도 찾을 수가 없다. 공간의 정리는 사람의 정리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메이킹의 산실이었던 이 곳의 정리가 더 가슴아픈 이유이기도 하다.


시대변화를 따르지 않으면, 도태되어 사라지고, 따라가면 삶이 연장된다. 사람으로 사는 것이 아닌,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틀안에서 살아가는 느낌. 사는 것이 아닌, 살아가는 지금이 슬퍼진다. 우리의 과거 앨범을 찾아보듯, 이 곳을 다녀와보는 시간도 의미있는 추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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