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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avelMaker Jan 23. 2019

제주를 알아가는 오름걷기여행(feat. 우진제비오름)

둘레길 돌아보기

...더 가야되나 싶으신 분들. 운동하세요. 저처럼 늦지 마시고.ㅎㅎ (#경로정보크리에이터, #체험여행, #기뷰)


지난 우진제비오름의 마지막이었다. 여기까지 경험해도 좋은 공기와 정상의 뷰를 보셨으니 좋은 오름길이었음은 자부할 수 있다. 다만, 언제다시 올 줄 모르는 이 곳에 아직 남은 하나, 둘레길을 둘러보지 않고 가신다면, 언제 또 오실건가요?


망설이지마시고, 바로 좌회전을 하셔야 되는 이유는 지금과는 다른 둘레길 분위기 때문이다.


둘레길은 제주도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경로이다. 야트막한 언덕을 내려가다보면 좌우로 묘가 들어선 묘지를 볼 수 있다. 제주에서는 고인의 봉분 주변으로 돌담을 쌓는다. 이유는 야생고라니나 동물들로부터 묘지를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내륙의 묘지보다, 더 정리되고, 묘지스러운 분위기를 느낄 수도 있다. 제주는 옛부터 묘지를 '산'이라도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또 하나 잡지식중에 하나. 제주에서는 벌초를 매우 중요시 생각한다. 대가족이고, 많은 조상분들을 기리기 위해, 벌초는 가족 내 공헌도를 측정하는 기준으로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는 행사이다. 심지어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가족간에 재산을 나눌 때도, 벌초에 참석하지 않는 분들에게는 그 비중을 적게 하거나,아예 분할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할 정도.


우진제비오름 둘레길을 걷는 사람들, 돌을 쌓아놓은 곳 안쪽에는 봉분이 자리하고 있다.


이렇게 들으면서 묘지를 지나면 무섭지도 않고, 거부감없이 둘레길을 지나는 중일 것이다. 묘지터를 지나고 다시 나무 숲으로 드러서면 좌측에 두그루의 마을 보호수를 볼 수 있다. 사실 마을보호수면 마을 안에 있기 마련인데, 선흘2리의 마을보호수는 이 곳에 있다. 200여년이 넘은 수령의 보호수는 핸드폰 한 프레임안에도 담을 수 없는 커어어다랗다.


한 프레임에 보호수를 담으려면 민망한 자세를 이겨내는 모습을 찍어보자. 특히 폰카라면 더욱.


마을보호수와 함께 SNS사진을 찍고 나면, 탁 트인 너른 공간을 맞이한다. 하지만, 지평선이 보이는 너른 공간이 아닌, 아담하게 가로막혀 있는 숲 속 작은 들판 같은 곳. 멀리 보이는 나무들을 보면 난 브로컬리가 떠오른다. 정상등반에서는 '그루트'를 만났다면, 둘레길에서는 '브로컬리'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 바람에 살랑거리는 브로컬리나무를 보면서 바람을 혹은 햇볕을 느껴보면 좋은 스팟.


이 나무는 사철 푸르고, 바람에 흔들거린다. 브로콜리 같으니라규. 브로콜리사진출처(https://cjfreshway.tistory.com/910)


스팟을 뒤로하고 지나가면, 좌측에 다시 높은 나무들이 맞이하다가, 나무터널길이 나타난다. 밝았던 둘레길을 뒤로하고 나오는 터널길은 어둡지만 아늑하고, 저 멀리 보이는 밝은 빛이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다른 차원으로 들어선 것 같은 분위기의 몽환적인 나무터널길.


짧은 구간이지만, 멀리보이는 밝은 빛이 신비롭다.


이 길을 지나면 말 농장이 나타난다(오른쪽에 비주얼은 빠르게 지나갑니다. 재활용 처리시설보다는 말에 더 신경을 가져주세요). 말을 볼 수도, 못 볼 수도 있지만 좌측길에 있는 넓은 공간은 말 농장입니다. 말 농장이 나오면 다시 좌회전을 해야 한다. 직진하면 재활용 처리시설로 갑니다. 말 농장에는 까마귀, 까치들도 많이 볼 수 있다. 아무래도 말 배설물이 있다보니 새들도 먹을 것이 많아서 일 것이다. 좌측에 키 큰 나무들도 몸을 맡기기에 듬직하게 높게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니 말이다.


말 농장 옆 높은 나무는 까마귀와 까치들이 몸을 놓이는 아지트이다.


둘레길에는 잘 살펴보면, 먹을 거리들도 많다. 드룹나무, 고사리 등 날이 풀리고, 초록이 덮어지는 시기가 오면, 주민들은 산책겸, 반찬거리를 챙길 겸, 둘레길로 나선다. 제주 고사리는 아시겠지만 유명하고, 제주의 할망들은 고사리가 한창 자라는 4~7월 사이에 1년 벌이를 할 정도라고 하니, 꽤 많이 자라고 또 자란다.


제주의 고사리는 조금만 동네밖으로 나가도 실한 것들을 얻을 수 있다.


나선 길을 따라, 천천히 가다보면 나무농원이 나오고, 오디농장을 지나면 비포장도로길 끝에 시작했던 오름 출발지를 만날 수 있다. 주차를 했다면, 여기까지와야 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나무농원이 나오는 길에서 우측으로 빠져나와 마을로 들어서면 된다.


https://youtu.be/rEc6d2xcHpU


시계를 보면, 첫 출발 후 한 2시간 정도가 지난 어느 때 일 것이다. 오전에 출발했다면, 허기가 느껴질 것이고, 오후에 출발했다면, 다음 여행지를 생각해야 할 우진제비오름의 모든 경험을 마무리지은 당신. 운동을 해야함을 느꼈고, 새소리와 자연의 소리에 흠뻑 담궈졌으며, 제주의 묘지문화와 마을의 보호수, 제주 말과 먹거리를 함께 했을 당신에게 박수를 보내드린다. 당신은 이제 나와 같은 경험을 한 여행자이기에. 반갑고, 또 만나기를 희망해본다.(#경로미니어쳐, #가치콘텐츠크리에이터,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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