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Travel Maker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ravelMaker Jan 23. 2019

일상이 반가운 서울여행(feat.지하철)

냉랭한 실려감이 반가운 여행

공항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향하는 곳이 지하철이다. 육지에 살았을 때는(그래봐야 3년이 채 안되지만), 익숙했던 지하철. 역의 순서나, 환승역과 노선을 꽤 뚫고 있어 굳이 앱이나 노선도를 볼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요새는 심지어 반대방향 지하철을 타거나, 다른 호선 플랫폼에서 타다가 시간을 버리기도 한다.

그래도, 난 지하철이 반갑다. 어릴 때부터 전철을 타기를 즐거워했다. 멀리 여행가는 기분이, 새로운 곳을 간다는 것이 그리도 좋았었다.

그런데, 다른 때보다 이번 서울의 지하철에서 볼 수 있는 건, 냉랭함이었다. 푹숙인 고개, 이어폰과 핸드폰, 무표정과 미간의 힘찬주름. 남녀와 노소의 구분이 없는 냉랭함.

등은 마주했으나, 고개는 마주할 생각이 없다.



제주의 버스에는 이야기가 있다. 기사분과 노년의 손님이, 모르는 손님들이 서로서로, 안부를 묻고 행선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심지어 버스를 타지 않은 승객이 기사에게 물건배달을 부탁하기도 한다.

서울의 지하철 좌석에 앉은 승객들의 어깨와 옷은 그렇게도 맞닿아 있는데, 그 모습은 마치 어딘가로 실려가고 있는 듯하다.


지하철을 내려 나가거나 환승하는 사람들도 다를바가 없다. 자켓에 푹넣은 두 손, 빠른 발걸음, 통화를 하거나, 푹숙인 고개. 세상이 돌아가듯 걸음은 빠르나, 빠른 만큼 온기도 식어가는 기운이다.


이번 서울의 지하철은 냉랭함과 실려감을 만들어낸 메이커였다. 그럼에도 신기한건, 그런 지하철이 반갑다는 것. 같이 탄 승객들의 모습을 읽어가며, 실려가는 것이 반갑다는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제주를 알아가는 오름걷기여행(feat. 우진제비오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