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랭한 실려감이 반가운 여행
공항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향하는 곳이 지하철이다. 육지에 살았을 때는(그래봐야 3년이 채 안되지만), 익숙했던 지하철. 역의 순서나, 환승역과 노선을 꽤 뚫고 있어 굳이 앱이나 노선도를 볼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요새는 심지어 반대방향 지하철을 타거나, 다른 호선 플랫폼에서 타다가 시간을 버리기도 한다.
그래도, 난 지하철이 반갑다. 어릴 때부터 전철을 타기를 즐거워했다. 멀리 여행가는 기분이, 새로운 곳을 간다는 것이 그리도 좋았었다.
그런데, 다른 때보다 이번 서울의 지하철에서 볼 수 있는 건, 냉랭함이었다. 푹숙인 고개, 이어폰과 핸드폰, 무표정과 미간의 힘찬주름. 남녀와 노소의 구분이 없는 냉랭함.
제주의 버스에는 이야기가 있다. 기사분과 노년의 손님이, 모르는 손님들이 서로서로, 안부를 묻고 행선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심지어 버스를 타지 않은 승객이 기사에게 물건배달을 부탁하기도 한다.
서울의 지하철 좌석에 앉은 승객들의 어깨와 옷은 그렇게도 맞닿아 있는데, 그 모습은 마치 어딘가로 실려가고 있는 듯하다.
지하철을 내려 나가거나 환승하는 사람들도 다를바가 없다. 자켓에 푹넣은 두 손, 빠른 발걸음, 통화를 하거나, 푹숙인 고개. 세상이 돌아가듯 걸음은 빠르나, 빠른 만큼 온기도 식어가는 기운이다.
이번 서울의 지하철은 냉랭함과 실려감을 만들어낸 메이커였다. 그럼에도 신기한건, 그런 지하철이 반갑다는 것. 같이 탄 승객들의 모습을 읽어가며, 실려가는 것이 반갑다는 것이다.
